제3차 동북아원자력안전협력회의(TRM+), 22~23일 개최
4개 세션 마련…협력 메커니즘 구축방안 심도 있는 논의

원전 사고는 기본적으로 초국경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웃 국가에는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효율적인 협력 메커니즘 구축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은 높은 원전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원전 사고를 예방하며,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안전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메커니즘이 부재한 상황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44기 중 99기, 약 25%가 위치한 동북아시아. 대표적인 원전 밀집지역으로 원자력안전 문제는 지역주민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특히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동북아 지역에서 원자력안전 확보를 위한 역내국가간 협력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제고됐다.

한중일은 2008년 3국 원자력안전 규제당국간 연례 고위급 회의인 ‘한중일 원자력고위규제자협의회(Top Regulators' Meeting)’를 설립하고 역내 원자력안전 분야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3국에서 순회 개최되고 있다.

이에 더해 3국은 2013년 동북아 원자력안전 문제를 보다 폭넓게 논의하기 위해 한중일은 물론 미국, 러시아, 몽골 등 역내 관련국가와 프랑스, 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 그리고 IAEA, WNA 등 원자력 국제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동북아원자력안전협력회의(TRM+)’를 설립했다.

제1차 TRM+는 2014년 9월 일본에서 개최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에 대한 협의를 했으며, 제2차 TRM+는 2014년 11월 서울에서 ‘동북아 원자력안전 형상을 위한 제도적‧조직적 과제’라는 주제로 동북아원자력안전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박윤원 교수 “동양적 가치가 접목된 新안전문화 체계 필요”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소재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TRM+는 ‘원자력안전 분야에서의 동북아 리더십 제고’라는 주제로 두 차례 전체회의와 원자력안전 세부분야에 대한 4개의 개별 심포지엄으로 진행됐다.

첫날 회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IAEA 후쿠시마 원전사고 보고서의 동북아 지역협력 차원에서의 건설적 검토 및 원자력 안전문화에 대해 논의하는 전체회의와 ▲원자력 안전규제 협력 ▲원자력 사고대응 협력(담당 원안위) ▲원자력안전 R&D 협력 ▲원전 운영사간 협력 등 4개 세션에서 동북아 차원의 원자력안전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원자력 안전문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 ‘원자력 안전문화(safety culture)’란 용어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이 사고를 조사,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그러나 안전문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에 대전환을 가져온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안전이 결코 ‘과거사(thing of the past)’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박윤원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안전문화에 대해 발표하면서 “후쿠시마 사고에 시작은 쓰나미였지만 결국은 조직차원의 대응능력(인적오류)이 부족했음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면서 “결국 발전하는 기술과 더불어 발생 가능한 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면 기술적인 안전장치뿐 아니라 제도적·조직적으로도 다중의 심층 방어 개념을 보완하는 안전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에 심층방어 기능의 유지, 복원, 강화와 관련된 안전문화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이들을 조직차원의 다중방벽으로 개념화해 물리적 방벽 및 다중방호의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조직의 방어선을 구현함으로써 사고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는 안전문화 모니터링 및 증진에 다양한 시각을 만족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안전문화에 대한 관점이 매우 다양하고 문화의 고유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우선 다각적인 관점에서 그동안 알려진 안전문화의 속성과 특징을 포괄하는 것은 물론 국내 원전의 운영경험을 포착할 수 있는 고유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체르노빌 이후 IAEA에서 안전문화가 처음 도입됐지만 이는 서구적 문화에 따른 개념으로 동북아 지역에는 동양적 가치가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안전문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모니카 하게(Monica Haage)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문화 담당관은 “1988년 IAEA가 발간한 INSAG-3(Intenational Nucler Safety Advisory Group) ‘원자력발전소 기본안전 원칙’에서 안전문화를 원자력에 관련된 모든 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개인과 조직이 안전성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개방된 태도와 실수에 대한 솔직한 인정, 안전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책임을 공유하는 문화적 풍토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사고, 원자력 안전 '현재와 미래' 문제로 상기시켜 
IAEA는 안전문화를 크게 ▲체제 및 관리책임(framework and management responsibility) ▲종사자 태도(attitude of staff)로 나눠 구성했다. 또 구성요소를 보다 세분화해 원전 운영조직의 안전문화를 평가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기관차원의 안전정책 ▲기관차원의 안전관행 ▲책임의 규정 ▲교육훈련 ▲관리자의 선발 ▲안전실적의 검토 ▲안전의 강조 ▲업무량 ▲규제자와의 관계 ▲관리자의 자세 ▲개인의 자세 ▲현장실무 ▲현장감독 등 13개의 분야에 대한 점검 목록을 제시했다.

IAEA가 안전문화평가를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안전문화평가팀(ASCOT)은 이를 발전시켜 모두 268개의 평가항목을 제시한 바 있다. 그 후 IAEA는 새롭게 각국에 안전문화를 평가하는 SCART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ISCA로 변경해 각국의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가동중안전성 검토팀(OSART)의 검토 항목에 안전문화 항목을 포함, 시행하고 있다.

하게 담당관은 “2000년대 들어 미국 Davis-Besse 원전의 원자로용기 헤드 부식 감시 소홀, 독일 원전의 안전관리 위반 사건, 일본 동경전력의 검사 허위보고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국제적으로 안전문화에 대한 규제감독(Regulatory Oversight)의 논의가 활발히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규제감독은 허가된 사항에 대한 준수를 강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의적 규제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안전성의 ‘지속적 개선을 유도’하는 규제기관의 활동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규제개념”이라고 덧붙였다.

하게 담당관은 “최근 IAEA에서 모색하고 있는 시스템적 접근(systemic approach)은 원전 종사자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을 비롯한 업무 과정을 보다 체계화하고 정량적으로 평가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날 HONDA Kazuaki 일본원자력안전추진협회(JANSI's) 운영지원부장은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기존의 안전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안전문화의 결여(사업자 및 규제자 포함)가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에 따라 독립성을 가진 원자력안전규제청을 설립하는 등 국가차원에서 안전성확보 및 안전문화강화 체제를 갖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SHEN Guozhang 중국핵능전력고분유한공사(CNNP) 인허가관리처장은 “안전문화는 최고 관리자가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여러 모임에서 반복한다고 해서 정착되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며 “개개인이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인식해 이를 실천하고, 이러한 개념과 인식이 조직과 사회 전반으로 공통의 가치, 본질적인 행동양식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3차 동북아원자력안전협력회의(TRM+)’는 외교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했으며, 한·일·중 3국뿐만 아니라 미국·러시아·몽골·프랑스·캐나다 정부 관계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NEA) 등 원자력전문 국제기구,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서유럽원자력규제자협의회(WENRA) 등 국제원자력기관, EU 집행위, 학계 전문가 등 동북아 원자력 안전 관련 국내외 관·학·연 전문가가 두루 참여하는 1.5트랙 포럼으로 진행됐다.

또 둘째 날 회의에서는 전체회의를 통해 전날 4개 세션에서의 협의 결과를 종합 토론하고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등 유럽의 원자력 안전협력 경험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번 회의가 중요 관심사가 되고 있는 동북아지역에서 원자력 안전을 위한 포괄적인 역내 원자력 안전 협력 제고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동북아원자력안전협의체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동북아 역내 관련 국가들 및 국제 원자력계와 형성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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