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준상 한국수력원자력 건설기술처장(NuPIC 2015 조직위원장)
발전소별 교체기술개발 준비中…관련업계 생태계 활성화에도 앞장

“2009년 이후 매년 개최되는 NuPIC은 규제자, 설계자, 사업자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원전 계측제어의 기술 및 규제동향과 설비에 대한 기술경험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술교류의 장이다. 특히 기술정보 교류를 통해 관련 중소기업에는 (연구개발에 대한)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 등 향후 사업경영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는 5일부터 6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제7회 원자력계측제어 심포지엄(NuPIC 2015)의 조직위원장을 맞고 있는 유준상(사진) 한국수력원자력 건설기술처장은 원전계측제어 심포지엄이 국내 원전계측제어 분야 발전과 관련 기업의 성장에 미칠 효과를 이 같이 밝혔다.

올해 7회째를 맞이한 NuPIC은 한수원, 규제기관, 설계기관, 연구기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계측제어ㆍ인간공학분야 전문가와 기업인들 500여명이 모이는 원자력계 단일분야에서는 큰 규모의 행사이다.

유 처장은 “기술발표 및 토의의 주제 또한 해가 거듭될수록 다양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참석자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심포지엄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계측제어인의 열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MIS 국산화 이후 국내 원전계측제어 분야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는지, 또 개선ㆍ보완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국산화는 우리 한국형 원전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꼭 이루어야 할 핵심과제이자 원전계측제어종사자에게는 숙원사업과도 같은 것 이였다. 결국 2001년도에 국내 산학연 전문기관이 참여해 발족된 KNICS(원전계측제어시스템개발 사업단)을 시작으로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국산화 개발을 완료했고 국내 원전 최초로 신한울 1ㆍ2호기에 적용한 시스템은 신뢰성과 안전성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추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시운전이 시작되기 전으로 최종관문이 남아 있지만 신고리 3ㆍ4호기 시운전 경험과 강화된 코드요건에 따라 연구개발과 성능개선을 통해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수원은 중소기업들과 계측제어 분야의 국산화 작업을 꾸준히 실행해오고 있는데, 2012년 이후 원전 납품비리 스캔들로 인해 그동안 국산화된 기술, 제품들의 우수성이 실추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현재의 분위기 탓에 계측제어 분야의 국산화 작업들이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으로 한수원의 계획이 궁금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근간에 발생한 원전비리 등 부정적인 이슈로 인해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원전산업 전반에 큰 어려움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한 검증과 신뢰성을 확보된 국산화된 기술과 제품들은 여전히 원전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회사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업체발굴과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원자력산업 특성상 안정성 확보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임을 감안할 때 이런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경쟁력제고와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국내에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계획된 원전이 총 12기이며, 해외 원전시장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로 한국형 원전 수출전망도 매우 밝다. 이에 한수원은 경쟁력 있는 운전생태계 조성을 통한 국내 원전산업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협력업체를 발굴ㆍ육성ㆍ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으로 국산화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특히 장기 운전 중인 원전의 계측제어설비 노후화와 예비품 부족, 공급업체 생산 중단 등으로 유지보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이에 전 세계 원전 운영국은 아날로그 제어설비를 디지털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던데 발전소별 적용 시스템, 가동기간 등 상황이 각기 다른 원전을 운영 중인 한수원의 I&C 업그레이드를 위한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I&C 업그레이드 대해서는 두 가지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 원전 공통적인 동일설비에 대해서는 본사차원에서 각 발전소별 특정 설비는 발전소 차원에서 중장기 투자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또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형, 중수로형, 프라마톰형, OPR1000, APR1400의 다양한 노형에 적합한 다양한 계측제어 설비들을 운영하고 있다. 장기 가동원전의 아날로그 설비들도 일부 설비를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운전되고 있지만 운영 및 정비효율성 관점에서 국내 업체를 통한 국산화와 연계해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결국 발전소별 상황에 맞는 I&C 업그레이드 타당성 검토(해외사례 등) 및 교체기술개발 등에 준비는 관련 산업의 생태계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해외 원전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발전소별 상황에 맞는 I&C 업그레이드 이전에 관련 기관간의 계측제어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업무협업 시스템 구축이 우선시 돼야 한다. 국내 원전 계측제어설비 업그레이드는 국내 계측제어분야 산업계와 설계사, 연구소의 역량을 집중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원전 산업계와 동반성장을 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했다. 또 성과공유를 통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협력업체의 해외시장진출을 위한 인력ㆍ기술ㆍR&D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이버테러에 오히려 디지털화된 계측제어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 제3세대 원전의 디지털화가 과연 꼭 필요한 것인가에 의문이 생기는데.
“원전 계측제어분야의 디지털화는 시대적 추세이자 흐름이다. 지금 건설 중이거나 건설예정인 세계 3세대 원전은 모두 디지털 계측제어시스템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물론 100% 디지털화된 계측제어시스템이 사이버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전의 안정성 확보이다. 즉 검증된 기술(Proven Technology)을 통한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구와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울러 디지털 설비의 예기치 못한 고장과 사이버테러 위협에 대비해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기 위한 아날로그 방식의 시스템이 별도로 설계돼 있다. 또 원전 제어망은 외부는 물론 내부 업무망과도 완전히 분리된 단독 폐쇄망에서 운영되며, 다단계의 물리적 방호체계를 통해 원천적으로 사이버테러를 차단하고 있다.”

-원전계측제어심포지엄(NuPIC)에 참가하는 원전 관련 기관 및 기업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런 기술 없이 원전을 도입했던 우리나라가 30여년 만에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국산화에 성공하고 이를 적용한 신규원전을 건설하는 놀라운 성과는 원전 계측제어 종사자분들의 도전정신과 헌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NuPIC은 원전 계측제어 분야에 몸담고 있는 각계 기관과 기업들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정보를 교류하고 토론하는 만남의 자리이다. 그런 뜻에서 원전 I&C 미래를 더욱 밝히고자 시작한 심포지엄이 어느새 7회를 맞이하고 있다. 천년고도 문화의 꽃을 피운 경주에서 우리 원전 I&C 기술이 차세대 원전기술을 선도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참여를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