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투표추진위, 유효기준 충족 못했지만…개표결과 ‘유치반대 91.7%’ 승리 자축
원전추진특별위 “최종 투표자수 9401명, 투표율 27.3%” 미달 확인 엉터리투표 지적

▲ 지난 11일과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한 '영덕 원전유치주민 찬반투표'가 종료됐다. 12일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된 이후 영덕군 9개 읍면 20개 투표소에 있던 투표함은 개표장이 마련된 영덕읍 농협 2층에 모였다.

오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원전 2기가 들어서는 경북 영덕군에서 치뤄진 ‘원전유치주민 찬반투표’가 전체유권자 3만4432명 중 32.53%인 1만1201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투표법상 총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득표해야 ‘주민투표에 효력’이 발생하지만 이번 투표는 투표자수 미달로 그 효력과 ‘민심 들여다보기’라는 명분을 충족하지 못했다.

13일 영덕원전주민찬반투표추진위원회는 “지난 11일과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덕군 9개 읍면 20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주민 찬반투표 마감결과, 중앙선관위가 밝힌 영덕군 총 유권자 3만4432명 가운데 1만1201명의 주민이 참여했다”며 “투표인명부 1만8581명 기준 60.3%를, 유권자 기준 32.5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찬반투표추진위원회는 “주민투표법상 유효기준(1만1476명)에 275명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그와 상관없이 개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찬반투표추진위원회는 12일 오후 11시 50분경부터 개표를 시작했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

약 3시간에 걸친 개표결과 투표참여 전체 투표인명부 1만8581명 중 1만1201명(60.3%)이 참가한 이번 주민투표에서 유치반대가 1만274명(91.7%), 찬성이 865표(7.7%), 무효가 62표(0.6%)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원전 찬성주민 대부분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반대주민들’만이 투표한 결과이다.

▲ ‘원전유치주민 찬반투표’는 전체유권자 3만4432명 중 32.53%인 1만1201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투표법상 유효기준(1만1476명)에 275명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영덕원전주민찬반투표추진위원회는 그와 상관없이 12일 23시 50분경 개표를 시작했다.
13일 오전 3시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1만5000여 명의 영덕군민의 서명이 없었다면 이번 주민투표는 아예 존재할 수 없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핵발전소 건설 발표에 영덕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뜻이 하나 둘 모인 우리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하지만 민간주도로 실시된 ‘원전유치주민 찬반투표’는 법적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면서 당초 우려대로 투표자 현황, 투표인명부, 투표결과 집계 등 여러 공정성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1일 오후 12시 찬반투표추진위원회가 밝힌 투표인명부는 1만2008명이었지만 투표 기간 중 투표소 현장에서 신규로 6573명의 투표에 참여해 12일 오후 8시 최종 투표인명부는 1만8581명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12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후 영덕군발전위원회와 천지원전추진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총 투표참여자 수는 찬반투표추진위원회가 밝힌 집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찬반투표추진위 對 원전추진특별위, 투표자 1800명 이상 차이
원전추진특별위 관계자는 “투표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청년회를 통해 각 투표소마다 3명씩 배치해 계수한 결과, 투표 참가 인원은 총 9401명으로 중앙선관위의 2015년 영덕군 유권자 수(3만4432명) 대비 27.3%에 그쳤다”며 “공신력 있는 유관기관에서도 투표자 수를 집계한 결과가 있으면 투표 공정성 논란의 시시비비를 종식시키기 위해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오후 12시 이후부터 12일 오후 4시까지 영덕원전주민찬반투표추진위원회가 집계한 투표자수와 원전추진특별위가 발표한 투표자수의 차는 1000명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또 투표인명부 수 역시 투표개시 이전 1만2008명에서 12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후 전체 집계가 1만8581명으로 6573명이나 늘어나 약 50% 가까이 증가해 ‘고무줄 투표인명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찬반투표추진위의 차량이 투표 참가자를 조직적으로 투표소에 실어 나르는 장면도 수시로 목격됐다. 이에 영덕발전위와 원전추진특별위는 투표비리제보센터를 13일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영덕발전위와 원전추진특별위는 찬반투표추진위에게 “최종 투표율이 3분의 1에 미달했으니 투표함을 개봉하지 말고 20개 투표구별로 밀봉 보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결국 찬반투표추진위는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권태환 영덕군발전위원회 회장은 “이번 투표를 통해 영덕군민의 지역발전 염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더 이상 편협하고 왜곡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엉터리 찬반투표’를 앞세워 주민을 호도해 질서를 파괴하고 나아가 지역의 미래마저 송두리째 흔드는 외부세력(NGO단체 및 종교단체)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영덕군발전위원회 및 천지원전추진특별위원회 제공

◆영덕 원전건설 찬반투표 “수치 신뢰성․투명성 확보 곤란”
한편 12일 한수원은 “영덕군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 주도로 실시한 원전건설 찬반 투표 관련 투표율과 투표 결과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영덕 원전건설 찬반투표 관련 사실관계’라는 제하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이번 투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유효하지 않은 투표이며, 그럼에도 영덕 군민의 여론을 대표할 수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있어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덕군의 총 유권자수는 3만4432명으로 이중 찬반투표관리위가 임의 작성한 ‘투표인명부’에 등재된 유권자는 12일 오후 12시 기준 1만7115명으로 49.7%이다.

그러나 선관위 주관의 법상 투표는 주민등록시스템을 통해 유권자가 자동적으로 투표인 명부에 등재되므로 유권자수와 투표인 명부가 거의 일치한 반면 이번 투표는 법적 근거없이 투표관리위가 개인의 동의를 얻어 명부를 작성한 만큼 ‘투표의사가 있는 사람들’만 명부에 등재됐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투표의사가 있는 군민들만 등재돼 있는 찬반투표관리위의 임의 명부기준으로 투표율을 계산하면 당연히 높게 나타날 것”이라며 “원전 찬성주민 대부분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본인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에 결국 원전 반대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확률이 높고 임의 명부기준으로 하면 원전 반대비율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찬반투표관리위측은 임의 투표인명부를 기준으로 산정한 투표율, 원전반대율 등을 토대로 여론 원전 반대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원전에 대한 영덕군의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총유권자를 기준으로 투표율과 원전반대율 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표시작 시 투표인 명부는 1만2008명(총유권자중 34%)이었다가 투표과정에서 6573명이나 증가하는 등 찬반투표관리위가 밝힌 수치들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신뢰성․투명성 확보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 영덕군발전위원회 및 천지원전추진특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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