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타 라이징(Agneta Rising)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 본지 단독인터뷰
저탄소 배출‧안정적 전력공급 ‘두마리 토끼’…2050년까지 원전 1000GW 필요해

“원자력에너지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경제성, 에너지 안보 등 다양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는 원자력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인류 앞에 놓인 ‘지구온난화’라는 대재앙을 막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공평한 기준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와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5년 후 전 세계 발전량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41.4%에서 24.4%로, 석유의 비중은 4.8%에서 1.6%로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석탄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던 중국은 지난해부터 스모그 발생 등 대기 질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설비 개선과 교체 보조금을 지급하고 온실가스 배출기준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또 유럽의 석탄 소비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약 5%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아그네타 라이징(Agneta Rising‧사진)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사무총장(Director General)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인 움직임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수요전망)은 물론 화력연료의 탄소포집 및 분리(CCS), ESS(에너지저장), 전기자동차,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원 다변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아그네타 사무총장은 “원자력의 안전 문제가 현재는 물론 미래세대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지만 무엇보다도 신기후체제(Post-2020)에서 지구 온도를 2℃ 이하로 제한할 수 있는 저탄소에너지원으로서 커다란 축인 원자력에 대해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체 방안으로 원자력발전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IEA가 발표한 ‘세계에너지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은 2040년에 이르면 2013년 대비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은 원자력발전의 증가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꼽을 수 있지만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전력을 판매한 금액이 생산단가보다 낮을 경우 이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와 같은 정책적인 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충분한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신기후체제에 따른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에 확산은 탄력을 더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 11월 6일 국내 언론매체 최초로 본지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세계원자력협회(WNA)를 방문했다. 아그네타 라이징 사무총장과 단독인터뷰를 통해 세계 원자력 정책현안 및 기술트렌드 등을 진단하고 관련 산업계의 발전방향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스웨덴 출신의 방사선방호 전문가인 아그네타 사무총장은 Vattenfall AB 그룹 내에서 원자력에너지환경 분야 최고 전문가로 스웨덴원자력학회, 유럽원자력학회, 세계여성원자력전문인회(WiN-Global)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 1월 WNA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방사선방호 전문가답게 현재 한국에서 원전과 주변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공방전이 이슈라는 기자의 발언에 관심을 보이며 “갑상선암 발병이 원전과 연관성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한국과 유사한 사례가 해외 원자력계(과학계)와 의학계에 보고된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해외에서 정상 운영되고 있는 원전 시설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가장 엄격한 기준(ICRP-60)이 적용하고 있으며, 방사선방호와 관련된 연구보고서(논문)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여러 역학조사에서도 갑상선암이 증가했다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방사선 누출로 인해 방사선이 갑상선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은 갑상선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양에 비해 아주 적다”며 “그럼에도 원전 시설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이 갑상선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오해를 갖게 된 것은 관련 기업과 기관 등이 방사능에 대해 명확히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전 주변에 살아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고, 원자력 발전과 핵연료주기 전반에 걸친 원자력 산업 발전을 위하고자 설립한 세계 민간기구이다. 1975년 우라늄협회로 출발한 WNA이는 현재까지 우라늄 채광부터 변환, 농축, 핵연료 제조, 원자력발전 운영, 기자재(설비) 제작 및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이르기까지 원자력발전의 전 주기 산업을 촉진하고 관련 정보를 지원한다.

▲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홈페이지 캡쳐 화면
2001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한 WNA는 전 세계 원자력산업체와 원자력 관련기관, 대학 등이 175개 회원사를 두고 있으며, 상호 협력과 전문 인력 교육기반 강화,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원자력 산업 정보 제공과 교환을 위해 원자력산업 보고서와 자료도 수시로 발행하고 있다.

<다음은 아그네타 라이징 사무총장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향후 100년 사용가능 우라늄 매장, 원전과 갑상선암 발병 “과학적 인과관계 없다”
韓 비리스캔들 ‘원자력의 가치 손상시키면 안 돼’ 후속조치 통해 반드시 깨달아야


-세계원자력협회(WNA, World Nuclear Association)는 원자력발전의 전 주기 산업을 촉진하고 관련 정보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한국원자력신문 독자들을 위해 기관의 설립목적과 기능, 회원사 및 사업현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전 세계 170여 곳이 넘는 회원 기업들을 대표하고 있는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원자력에너지 문제를 대변하도록 위임 받은 유일한 국제적 기업조직이다. 우선 WNA의 임무는 국제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사들에게 권위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원자력산업 분야의 입장을 대변하며, 에너지산업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에 기여한다. 또한 협회는 업계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를 다루는 모든 포럼에서 원자력산업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대변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회원 기업간에 긴밀한 협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원자력에너지의 이점을 홍보해 에너지시장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개선하는 등 핵심적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모든 이해당사자를 원자력산업의 발전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시킴으로써 원자력에너지 산업의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원자력산업과 관련된 중요한 국제회의에 업계를 대표하여 참석하고 있다. 아울러 협회의 홈페이지에서 ‘Information Library’와 일간 뉴스서비스인 ‘World Nuclear News’ 등을 통해 신뢰할만한 최신 원자력산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원자력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회원그룹에게 문제가 될 만한 이슈를 알려주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들과 공통으로 협력하고 있는 사항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가.
“WNA는 여러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원자력산업계의 의견을 대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WNA는 다방면에 걸쳐 IAEA와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World Energy Outlook 프로그램 ▲국제에너지기구와 원자력기구(IEA-Nuclear Energy Agency)의 Nuclear Energy Technology Roadmap 프로그램 ▲세계은행(World Bank)의 new Environmental and Social Framework 프로그램에도 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WNA의 사무총장으로 세계에너지협회 집행위원회(World Energy Council Executive Assembly) 위원으로 초빙됐다. WNA는 또한 국제상공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와 협력해 파리에서 열린 COP21 기후변화 회의에 사업부분 대표로도 참가했다. 이밖에도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특별한 분야로는 세계원자력대학(World Nuclear University)이 있는데 이 대학은 WNA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OECD/원자력에너지협회 등과 공동으로 원자력 관련교육을 강화하고 지도자급의 인재군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이다.”

-핵연료시장 보고서(국제적인 수요와 공급에 대한 예상시나리오)와 같은 WNA의 ‘세계 원자력발전’ 전망은 한국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이거나 도입하려는 국가의 정책방향 및 지역주민 수용성, 관련 산업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6년 이후 세계 원자력발전을 전망한다면.
“원자력산업의 세계적 잠재성은 매우 유망하다.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수는 지난 20년 동안에 비해 유례가 없을 만큼 상당히 많다. 원전 및 원전용 핵연료 사이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환경에 해로울 정도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선택이 손쉽고 신뢰할 만한 전력공급 수단을 찾으려는 대중의 요구가 점차 거세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상황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새로 짓거나 이미 가동 중인 것을 막론하고 원전 각각의 발전방식에 따른 장점 및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확보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사결정 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좀 더 공정해져야 할 것이다. 원전과 관련된 각종 규제도 그 제정목적에 부합해야 할 것이며, 안전에 대한 평가도 좀 더 전체적인 관점으로 적용해 모든 선택적 조건이 동등해져야 한다. 정책과 실제적 조치가 올바르게 시행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원자력산업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제2, 제3세대로 분류되면 대용량이 주류를 이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4세대 원전(Gen IV)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연 4세대 원전은 3세대 이하 원전에 비해 경제성은 물론 안전성이 획기적이며, 근본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4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새로운 기술은 혁신적인 연료 사이클 또는 발전소의 소규모 등 선택을 통해 다양한 전력공급 상황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으므로 원자력발전소의 구성과 원전의 배치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전은 엄격하게 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건설 중인 원전에 도입되고 있는 기술적인 혁신에 더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서도 새로운 기술의 이점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래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필요한 모든 원전에서는 Stress Test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런던에서 열린 WNA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핵연료(Nuclear Fuel) 보고서’에 따르면 “우라늄 가격 하락으로 탐사활동과 새로운 광산 개발이 줄어들었지만 향후 10년 동안 생산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은 어느 정도인가. 또한(화석연료의 고갈이 도래하고 있듯이) 우라늄 매장량이(현재 발전량의 2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2050년 이후에도 원자로의 요구량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라늄 시장의 수급동향을 살펴보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래의 우라늄 탐사 결과 세계의 우라늄 자원은 충분한 것을 알 수 있게 됐고 탐사가 좀 더 진행될수록 새로운 우라늄 매장량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수십 년에서 100년 동안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발전의 신기술 또한 우라늄 자원의 활용도를 훨씬 높여주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연료의 재처리를 통한 재활용, 고속원자로, 토륨의 활용에 대한 연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전력의 상당부분을 원자력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에 WNA를 비롯한 세계 원자력계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원자력이 과연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데 원자력에너지가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은 WNA만의 견해가 아니다. OECD의 IEA/NEA 2단계 시나리오에서도 원자력발전이 어떤 전력생산 기술보다 크게 전력공급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원전사업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원전의 폐쇄와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처리에 대한 대비책을 확보할 의무를 지고 있는데 이에 쓰이는 비용은 원자력에너지의 전체 생산비용 중에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다. 원자력에너지는 공정한 시장조건에서는 경쟁력이 충분한 발전원이다.”

-WAN는 향후 원전 시장은 ‘한국-중국-일본’을 잇는 동북아시아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개국의 원자력산업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전력생산량의 3분의 1 가량을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자체적인 원자력발전 기술을 발전시켜온 결과 이제 국제적인 원자력에너지 조달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잠재력을 갖추게 됐으며 현재 UAE 바라카(Barakah) 원전 건설공사는 순조로운 진척을 보이고 있다. 물론 최근에 조달부품에 대한 서류 위변조 사건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특히 한국은 실제 활용이 어렵지 않고 신뢰할만한 청정에너지라는 이점을 가진 ‘원자력발전의 가치를 손상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번 사건을 통해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전력 공급의 5분의 1 이상을 원자력발전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는데 원전의 가동이 중지됐던 기간에는 값비싼 수입 화석연료로 발전소를 가동해야 했다. 일본의 원전들은 전 가동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준비상태를 회복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를 갖고 있지만 선결 과제는 일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중국은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진보를 이루어내고 있다. 지금은 30개에 달하는 원전이 가동 중인데 2020년대 초반에는 58GW 수준을 계획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130GW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발전을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뤄내고 있는데, 외국 원자로 제조회사와의 폭넓은 공동 작업으로 자체적 원자력발전 능력을 개발해 이제는 외국회사들과 합작으로 전 세계의 원자력발전소에 투자하면서 자체개발한 원자로 기술도 제공하고 있다. WNA는 세계적인 원전기업들이 이런 중요한 국제적 원전프로젝트와 합작투자에 참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3개국은 지역적, 문화적 유사성을 갖고 있지만 ‘안전협력’ 이라는 주제를 두고 서로의 민낯을 보여주기에는 정치, 외교, 비즈니스 등에서 대결구조가 너무도 명확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교류 차원에서 3개국의 가교역할을 WNA가 해줄 수는 없는가.
“각국의 정부나 국민 등 원전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WNA의 기본 역할 가운데 하나이다. WNA는 이 역할을 홍보, 실무그룹의 활동 그리고 컨퍼런스 등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데 특히 원전의 안전 문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 전문성을 갖춘 전담 팀을 확보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청정에너지를 저렴하게 확보한다는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우수하고 이로운 에너지기술을 여러 나라가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WNA의 사업 목표라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원전 프로젝트를 발전시켜서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만 있다면 WNA는 당연히 협조할 것이다.”

-신규 원전건설 못지않게 원자력발전소 해체‧제염 사업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원전 해체산업 ‘블루오션’이 될 수 있겠는가.
“원전 폐로 분야의 시장은 확실히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안전하게 잘 가동되고 있는 원전을 수명 연한보다 앞당겨서 폐쇄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원전은 대규모의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그 투자금의 회수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장기적 자산이므로 원전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국가들은 현재 가동하고 있는 원전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전은 오래 가동할수록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기업이나 국가에 더 많은 이익을 되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해외수출은 자국의 원자로 노형(설계, 시공, 운영, 정비, 기자재 제조 등)으로 단독 입찰에 참여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가간 협업(기술력과 자본이 결합된)을 통해 공동 입찰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시장의 구조에 따라 사업상 여러 파트너를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는 각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론적으로 보면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투자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 여러 파트너를 참여시키는 것이 당연한데, 각기 다른 기업들이각자의 전문성을 동원해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더 적절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의 파트너를 참여시키면 각기 다른 언어, 문화, 규정, 표준, 규제 등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이 생기겠지만 이익이 증대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원자력발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제적인 사업임이 분명하고 따라서 국제적인 파트너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확실히 발전적일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이롭다고 믿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인상적인 자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업적은 자랑할 만하고 거기에는 분명히 유럽이나 미국의 원전 기업들이 배워야 할 점도 있다. 앞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원전산업과 관련된 수출의 기회는 반드시 증대될 것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가 전반적으로 ‘안전성 강화’가 이슈이다.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또 산업계 인식변화를 위해 WNA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첫 번째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특별하게 더 위험한 것이라고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적인 전문기관인 방사능의 영향에 대한 유엔과학위원회 (UNSCEAR)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은 측정이 가능할 정도의 영향을 인체에 줄만한 결과치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방사능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사고 이후 취해진 방어적인 조치 특히 장기적인 대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방사능에 의한 인명피해는 작았지만 사회경제적 피해는 대단히 컸던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므로 원전을 보유한 국가와 그 이웃나라의 정부들은 여기서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 원전 기업들은 방사능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를 증진시키도록 반드시 노력해야 하며, 정부와 규제당국도 이번 사고를 통해 배우게 된 점들을 정책에 잘 반영해야 할 것이다. WNA도 이번 기회에 원전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들의 방사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는 원전기업들과 규제당국부터 원전사고에 대한 의식과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원전사고가 앞으로도 어디에선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물론 원전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사고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원전과 관련된 어떠한 기술이나 설계를 아무리 완벽하게 개선시킨다 하더라도 그 기술만 믿고 안주하는 안전신화의 함정에 또 다시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대형 원전사고를 겪었지만 방사능에 의한 큰 인명피해는 별로 없었다. 문제는 미래에 발생하는 원전사고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가 ‘모든(방사능에 의한 건강문제와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피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이다. 원전사고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이라는 인식이 지배한 탓에 사고의 예방에는 막대한 투자를 해 왔지만 사고발생의 규모를 줄이거나 발생한 사고에 대한 대응조치 쪽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고발생의 규모자체를 경감시키거나 사고발생시의 대응과 관련된 분야에도 상당한 기술적 발전이 이뤄졌기 때문에 WNA는 이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연구하고 있다. 원자력과 관련된 기술이 일반적인 것으로 대접받기 원한다면 우리들부터 이를 일반적인 기술로 취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원전사고는 절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하며 원전사고가 특별히 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목표는 영구 처분이다. 현재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사회적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에 대해 해외에서는 어떤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가. 또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국민수용성을 도출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유럽(특히 스웨덴)에서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장소를 결정하는데 가장 적절하고 성공적이었던 것은 자유지원적인 방법(volunteerism approach)이다. 그 결정과정에서 폐기물 저장시설의 유치를 위한 입찰은 정부가 주도하여 관심 있는 지역 사이의 경쟁을 이끌어냈다. 이런 방법은 정부가 자체적인 기준에 의해 한 지역으로 결정한 다음 그 지역 공동체와 아무런 의논도 없이 정부의 선택을 정당화하려 했던 경우에 비해 대체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지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핵심은 해당지역 주민들과 조기에 공개적으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나라의 폐기물 저장소를 유치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이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실현 가능성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줄이고 유용한 자원을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자원재활용에 호의적이다. 원자력 물질의 재사용도 당연히 같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므로 이런 사실을 사람들의 가치기준에 맞춰줄 수만 있다면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허용도를 높여서 처리도 용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이 앞으로 고속 원자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원자력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세계원자력협회는 지구의 평균 온도 2℃ 상승을 확실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원한다면 원자력에너지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원전의 비중을 지구상에서 소비되는 전체 전력의 25%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발전 설비의 용량을 2050년까지 두 배가 넘는 1000GWE 정도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 어마어마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원전 건설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를 되돌아 볼 때 달성이 가능한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가 진정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모든 저탄소 에너지기술 분야가 함께 협동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각 국가들은 물론 현재 경쟁관계에 있는 에너지산업 분야가 협조해 관련지식과 전문성을 교환하고 서로의 모범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게 돼야 한다. 한국의 원자력산업은 이제 성년기에 들어섰을 뿐만 아니라 청정하고 신뢰할 만한 에너지인 원자력을 다른 나라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