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기, 반성과 성찰]
설비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확고한 ‘안전문화 구축’도 필요
주민건강과 피해지역 제염ㆍ오염 방지 등 중요한 과제 산적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수소폭발 당시 모습 /사진출처=대한민국 정책정보지 위클리 공감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리히터 9.0의 지진과 해일에 따른 재해에 의해 발생했다. 원자력의 역사(歷史)에서 후쿠시마 사고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4호기) 사고 이후 최대의 참사로, 생생한 교훈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3호기는 원자로를 ‘냉각’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다량의 수소가 발생해 1호기와 3호기의 원자로 건물과 3호기와 이어져 있는 4호기 원자로 건물이 수소 폭발로 붕괴됐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원인은 핵분열에 의한 폭발이 아니다. 지진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이어지는 지진해일로 원자로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되면서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으며, 냉각재 수위가 낮아지면서 연료봉이 노출되어 온도가 상승하였으며 고온에서 연료봉 피복재가 산화함으로써 수소가 발생했다.

이때 발생한 수소는 원자로에서 격납용기 내부로 배출되어 모이는데, 격납용기 보호(파손 방지)를 위해 수소를 격납용기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누출된 수소가 격납용기를 둘러싼 건물인 원자로건물 상부에 축적되고 공기와 반응해 폭발(수소폭발)하면서 방사능이 누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사고 초반부터 바닷물이라도 부어 원자로를 냉각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원전의 수소폭발과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도코전력이 30시간 가량을 헛되이 보낸 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경위 /인포메이션 그래픽(Information graphics)=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제공
◆폭발원인 “핵분열에 의한 폭발 아니다”
실제로 3월 11일 지진과 해일의 습격을 받고 4시간여 만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냉각수 공급이 되지 않아 반응로의 물이 증발해 줄어들었고 연료봉이 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쿄전력 사장은 여전히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이 때문에 초동 대처할 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또 12일에는 1호기가 첫 수소폭발을 일으키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바닷물을 주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도쿄전력은 발전소 폐기가 우려돼 이를 무시했다. 공공성보다 이윤을 중시한 민간기업의 한계였다.

이후 3, 4호기 순으로 수소폭발이 이어지면서 그로인해 휘발성 방사성물질인 요오드, 세슘 등이 환경에 방출됐다. 이에 보다 못한 미국이 “일본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며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가하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CH-47헬기와 고압 소방차, 경찰의 특수 살수차 등을 주수작업 투입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관료제의 비효율’도 도마에 오르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자연재해’가 아닌 분명히 ‘인재’라는 점이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자만심에서 벗어나 설비 자체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확고한 안전문화 구축도 필요함을 깨닫게 했다.

당시 진앙(震央)지로부터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에 비교해 피해가 적었던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나가와 원전은 모든 원전과 배수펌프가 해수면 14.8m 위에 위치했고 지진대비 강화조치가 2010년 6월 완료됐으며, 외부로부터의 5개 전원 중 1개가 정상 작동됐다. 또 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에 약 360여명의 지역주민이 발전소내로 대피해 위기를 모면했다. 이는 원전 안전이 단순한 설비 가동연수보다는 운영관리, 즉 원전종사자의 안전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사고 원인의 규명은 향후에도 다뤄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것. 피해 주민의 건강 문제, 피해 지역의 제염과 오염 확대의 방지, 사고 발전소의 관리와 그 후의 폐로 등 긴급한 사안부터 장기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 2015년 8월 발간된 IAEA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사무총장 보고서(The Fukushima Daiichi Accident: The Report by the Director General) 주요 내용
◆IAEA, 국제사회 모든 기술적·인적 협력 중요

지난해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사고에 관한 사무총장 보고서(The Fukushima Daiichi Accident: The Report by the Director General)’를 최종 발간됐다.

이 보고서는 IAEA 산하 5개 워킹그룹, 42개국 182명의 원자력 전문가 및 국제기관 참여해 사고 전후 상황을 설명하면서 ▲동시다발적․연쇄적 사건 발생 ▲다수 호기에 의한 사고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등 사고 및 재발방지를 막기 위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안전성 증진방안을 제시했다.

또 사고의 복구에 관해서는 ▲사고 이전에 계획 수립 ▲유연한 부지 내 안정화 및 폐로 전략계획 ▲방사성폐기물 관리 전략 ▲지역사회 재생 및 재건 프로젝트 수립 ▲이해관계자의 지지가 복구 후 모든 측면에서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간을 기념하는 축사에서 “높은 수준의 원자력 안전을 담보하려면 모든 국가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IAEA 안전 기준을 적용하도록” 당부했다.

유키야 사무총장은 “안전한 원자력을 위한 노력은 각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원전 사고는 그 영향이 국경을 초월해 방대할 수 있음을 고려해 활발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즉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국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좁게는 지역 차원에서 넓게는 국제사회 전체가 가능한 모든 기술적·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수원, 후쿠시마 후속대책 87.5% 조치ㆍ완료
한편 가압경수로인 국내 원전은 일본의 비등경수로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자로냉각수와 터빈을 돌리는 증기가 완전히 분리돼 있어 비상시 방사성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거의 없고, 격납용기가 일본보다 5배가량 크기 때문에 급격한 압력상승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비등경수로와 달리 전력공급이 중단돼도 자연대류현상으로 냉각수가 순환 냉각돼 자연적으로 원자로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원전에 비해 월등히 안전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후쿠시마 사고 교훈을 반영해 대대적인 안전성 개선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후쿠시마 후속대책 주요 현황
한수원은 2011년 5월부터 최악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46개의 개선대책을 발굴했으며, 건설 중인 원전에도 이를 확대 적용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권고사항, 해외 원전의 후속조치 등을 반영한 10건의 개선대책을 추가로 발굴했다.

3월 현재 총 약 1조1000억 원을 투입해 56건의 개선대책(▲지진 자동정지설비 설치 등 5개 ▲고리원전 해안방벽 증축 등 4개 ▲이동형 발전차량 및 축전지 확보 등 11개 ▲피동형 수소제거기 설치 등 6개 ▲방사선방호약품 및 방독면 확충 등 11개 ▲정기검사 등 안전검사 강화 등 10개 등) 중 87.5%인 49건을 전 원전에 설치, 완료했다. 나머지 7건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이행완료 예정으로 이에 대한 후속대책을 수립·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한수원은 안전문화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안전문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안전문화 향상 대책’을 수립해 직급별·직책별 맞춤형 안전문화 교육체계를 시행함으로서 전 종사자의 안전요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매월 발전소의 안전과 관련한 현안 사항을 발굴·개선하고 본사와 사업소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 안전 화상회의도 시행하고 있다.

◆NGO, 후쿠시마 5주기 추모 ‘기억의 문화제’ 가져
지난 12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21개 NGO단체는 ‘후쿠시마 사고 5주기 탈핵시민선언문’을 통해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뒤덮여 사람도, 동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며 “불과 5년 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에서는 지난 세기 핵과 관련된 무서운 사고들을 보아왔음에도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이야기하며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결국 핵발전소 사고는 어떠한 이유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끔찍한 사고 사례를 남겼고, 지금도 사고의 후유증은 지속되고 있다”며 “오염된 땅에 사는 사람들은 터전을 떠날 방법이 없어 방사능으로 인해 병을 앓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1개 NGO단체는 이날 서울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이제는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거짓 신화에서 벗어나 정말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에너지 사회로 나아가야할 때”라며 ‘후쿠시마 사고 5주기 추모와 기억의 문화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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