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건 원장 “과거의 그때로 돌아가도 원자력 선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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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건 원장 “과거의 그때로 돌아가도 원자력 선택할 것”
  • 대전=김소연 기자
  • 승인 2016.03.29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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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학회-원자력硏 공동, 25일 ‘제2기 원자력엘리트스쿨’ 개최
Study Group부터 고리 부지선정까지…'원자력창세기' 열정담은 강연

“6ㆍ25전쟁 이후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무엇이든지 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원자력은 최선이었다. 과거의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나는 원자력을 선택했을 것이고, 기꺼이 미지의 낯선 곳으로 배움에 길을 떠났을 것이다.”

지난 25일 한국원자력학회(회장 성풍현)와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김종경)은 차세대 원자력 인재 육성 및 원자력 소통 확대를 위해 ‘제2기 원자력엘리트스쿨’의 첫 번째 강연이 KAIST에서 개최됐다.

‘도전과 성공의 60년, 대한민국 원자력 역사’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원자력 공학도 및 원자력학과 교수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창건(사진ㆍ88세)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이 1950~60년대 국내 원자력 도입 초창기의 역사에 대해 열정적인 강연을 펼쳤다.

이 원장은 “1950년대 중반 문교부 창고에서 윤세원, 현경호 등 이공계 공군출신이 주축을 이룬 ‘Study Group’ 모임에서 ‘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핵공학입문)’을 비롯해 IAEA 자료 등을 교재삼아 4년 정도 공부(세미나)를 했다”면서 “이후 워커 리 시슬러(W. L. Ciser) 박사의 원자력 건의와 Study Group의 자발적 세미나 등에 자신감을 얻은 이승만 정부가 원자력에 매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소득이 70여 달러에 불과했던 당시의 어려운 나라살림에도 정부는 10여년 동안 237명의 엘리트를 선발해 미국 아르곤원자력연구소를 비롯해 영국 등 선진 원자력기관으로 유학을 보냈으며,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한국의 원자력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이 원장은 “TRIGA Mark-Ⅱ 원자로 준공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정부가 나를 미국에 판견해 3000여종에 달하는 부품 구매와 농축우라늄 도입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려 3개월 동안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머물며 매일 수십 종의 부품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원자력법에는 농축우라늄을 포함해 특수 핵물질은 해외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 있었기 때문에 ‘우라늄을 어떻게 한국으로 들여오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그는 미국원자력위원회(US AEC)를 수십 번 찾아가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농축우라늄을 사지 않고 당분간 임대해 사용하되 그 기간 동안은 사용료를 지불하면 원자력법에 저촉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묘안을 찾아내고 마침내 농축우라늄을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성공했다.

또 이 원장은 연구로원자로에 이어 원자력발전소 부지선정을 위해 3년간 전국해안 28개 후보지를 답사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내륙지방은 냉각수 문제와 몇 백t의 기자재 운반 등의 애로사항을 참작해 제외됐고 또 서해안은 수심이 얕고 조석 간만의 차가 크며, 암반노출 없이 갯벌 길어 지질의 안전성이 의심됐다. 남해안은 청정지역으로 보존키로 했다. 그러나 동해안은 수심이 깊고 차가우며, 좋은 암반지대 등이 탁월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왕릉을 선정하는 지관(地官)을 참조해 지질과 냉각수, 해수심, 해류와 풍향, 교통, 주민협조, 도시와의 거리, 활주로 방향 등 각 항목에 가중치를 줘서 전국 28개 부지 중 최종 3개 지역을 선정했다”며 “이후 IAEA 부지평가단을 초빙, 현장 방문을 통해 지금의 고리 부지가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 건설 부지로 낙점하고 그 결과를 IAEA 평가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에 공식발표했다”고 언급했다.

또 이 원장은 비엔나에 IAEA 자금을 받으러 갔을 때 북한요원들의 포섭 전화를 자주 받아 “항상 잠잘 적에는 잭나이프와 비상용 로프를 침대에 놓고 자곤 했다”는 비화도 전해줬다.

끝으로 이 원장은 “최고수준에 달한 우리의 원전 설계, 건조 및 운영기술과 해수담수화 기술을 결합해 건설비와 운영비 절감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2기 원자력엘리트스쿨은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오는 8월까지 매월 1회(마지막주 금요일) 원자력계 인사들의 강연이 이어지며 ▲1970년대 고리 1호기 원전 도입과 원자력 산업계의 활동 ▲원자력 연구개발 ▲1980년대 핵연료 기술자립 ▲1980~2000년대 한국형 원전 개발 및 UAE 원전 수출 등의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