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日 지진영향 원전·수력 설비 특별점검 “이상無”
경주본사 원전종합상황실 설치·운영…안전관리 더 강화

▲ 신고리원자력발전소 1ㆍ2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일대에서 진도 7.0의 강진이 연달아 발생하고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후쿠시마(福島)현 근해에서 진도 5.6의 지진이 감지되면서 ‘원전의 안전성’이 재점화 됐다.

특히 구마모토에서 1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센다이(川內) 원전에 대한 가동정지를 주장하는 일본 내 여론이 커지면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금 발생한 대규모 지진은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도마위에 올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지진은 연간 약 1만2000~1만4000회, 하루에 약 35회 정도 발생하고 있다. 이중에서 인명 및 물질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연간 약 60여회 발생한다.

‘한국은 지진에 대해 안전하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었지만 실제로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 고대문헌을 살펴보면 지진피해가 빈번히 발생했고, 현대 시대를 사는 동안에도 홍성지진(1978), 울진 해상지진(2004) 등 중규모 지진으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화력발전소, 송변전 및 배전설비 등의 전력설비는 국가산업의 대동맥으로서 지진피해 발생 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은 운영 중인 전체 원자력·수력발전소에 대한 지진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지난 18일 ‘지진대비 안전점검 회의’를 개최한 한수원은 내진 설비점검·지진관련 훈련강화·지진전문가 기술지원 시행 등 안전 대책을 심도 있게 점검했다.

지난 14일과 16일 구마모토 지역의 강진 발생에 따라 고리, 한빛, 한울, 월성원전에 설치된 지진감시 설비가 정상 동작해 지진을 감지했다.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고리원전은 매우 미세한 지진동인 지반가속도 0.0012g로 측정됐으며, 이는 원전 지진설계 기준인 0.2g(리히터 규모 약 6.5)의 1/167에 해당한다.

국내 24기 원자력발전소는 지반가속도 0.2g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지진원자로 자동정지시스템’이 설치돼 일정크기 이상의 지진동이 관측되면 자동으로 정지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일본 지진발생 직후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계통, 수력·양수 발전기 등 핵심설비에 대한 진동 및 출력 등 주요운전변수 점검결과, 지진 영향을 받은 발전설비는 없다”면서 “앞으로도 원전 현장에서의 철저한 안전점검 뿐 아니라 원전종합상황실 운영을 통해서도 지진 등 각종 위험요인 감시 및 신속 대응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 3월 경주본사 이전 후 원전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하는 등 원전 안전관리를 한층 더 강화했다.

◆자동정지 시스템 통해 안전운전 저해 요인 예방
우리나라는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 대만과는 달리 환태평양 지진대 후방으로부터 약 1000km 이상 떨어진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설계지진을 초과하는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안전지대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국내 원전은 지진에 관련된 인허가 요건(RG1.12, ANS2.2)에 따라 지진감시계통(SMS)에서 관측된 지진 입력신호가 운전기준지진(OBE) 초과 시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또 자동정지 시스템 구축에 대한 요건은 수립되어 있지 않다. 이는 대만, 미국 등 대다수의 원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만 원전의 경우, 1999년 Chi-Chi 대지진 이후 규제기관에서 자동정지시스템 구축을 요청함에 따라 2007년 11월에 지진 자동정지 시스템을 구축했고 미국 원전의 경우 발전소 인근지역에 단층이 발견된 Diablo Canyon 1호기 등 일부 발전소에 한해서만 자동정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에 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국가 전체가 대규모 지진 다발지역에 위치한 일본은 국제통상산업부 조례 및 인허가 심사 지침(2006년)으로 자국 내 모든 원전에 원자로 자동정지시스템 설치를 강제하는 규제요건을 제정하고 있다.

국내 원전의 경우 2007년 7월 니카타 지진발생 시 대규모 지진발생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시스템의 필요성을 이미 예상하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설계용역과 시스템 제작을 조기에 착수했다.

그 결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국내 원전 후속조치 사항 중 하나인 ‘지진발생시 원자로 자동정지시스템 구축’을 신속하고 적절하게 추진할 수 있었으며, 현재 24기 전 원전에 설치를 완료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진원자로 자동정지시스템’을 최초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첫째, 대규모 지진발생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원자로를 자동정지 시킬 수 있도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및 대만 등 해외원전의 시스템 구축 사례를 검토,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전문가 회의를 통해 시스템 상세설계 및 품질등급 등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관련 설계요건 및 절차에 따라 기기검증 및 각종 성능시험을 수행함으로써 대규모 지진발생 시에 신속 정확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둘째, 설정치는 안전정지지진(SSE) 이상의 지진발생 시 원자로가 자동정지 되도록 시스템 불확도(Uncertainty) 및 지진센서 위치의 층 응답스펙트럼(Floor Response Spectrum) 등을 반영했다.

마지막으로 설비 오동작 또는 인적오류에 의한 발전소 불시정지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지진 센서 4개 중, 2개 이상이 동작하고 제어봉 구동코일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동-발전기(Motor-Generator Set) 출력 차단기 2개 채널이 동시에 차단될 때에 원자로가 정지되게 하는 동시논리 개념과 전원상실 등과 같은 단일기기 고장시에도 발전정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Energize To Trip(전원이 공급될 때, 정지회로 동작)’ 개념을 적용했다.

◆원전 안전운영 감시 ‘제3의 눈’ CMD 센터 구축
원자력발전소의 모든 신호를 네크워크에 연결해 원격으로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은 온라인 모니터링(OLM, On-Line Monitoring)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 OLM 시스템은 단순히 발전소의 상태를 감시하는 기능뿐만이 아니라 효율적인 감시를 위해 조기경보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예측진단시스템 등의 진단 기능을 갖춘 시스템과도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다.

한수원도 OLM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2013년 6월에 중앙연구원에서 ‘원전 주요기기 온라인 모니터링 및 예측진단 시스템 개발’ 연구를 착수했으며, 이 연구는 발전소의 설비 고장을 예방하고 기기의 수명을 예측함으로서 발전소의 불시정지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발전소의 안전운전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됐다.

약 2년간의 설계와 구축 과정을 거쳐 지난해 7월 한수원 중앙연구원에 OLM 시스템을 갖춘 CMD(Centralized Monitoring & Diagnosis) 센터가 문을 열었다.

CMD센터는 표준형 원전 6개호기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갖췄으며, 올해까지는 전 발전소의 감시가 가능할 예정이다. 향후 CMD센터의 대부분의 기능은 본사의 발전운영종합상황실(E-Tower)로 송부 돼 통합적인 원전 운전상태 감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진 대비 ‘전력설비 핵심 내진기술’ 개발 박차
한전 전력연구원은 지진 발생에서도 전력공급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기준을 제·개정하고 기설 전력설비는 내진성능평가를, 신설 전력설비는 내진설계 등 전력설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은 송배전설비 내진설계 실무지침서를 제정해 22.9kV 이상의 송변전과 배전설비는 1000년에 1회 정도 발생하는 지진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또 원전에 설치되는 변전설비는 그 기준을 더욱 강화해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1만년에서 10만년에 1회 정도 발생하는 지진에도 안전하도록 내진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기설 및 신설 전력설비의 내진성능평가와 내진설계를 위해 초음파 탐사에 의한 앵커기초 깊이 측정, 슈미트햄머에 의한 콘크리트 강도 측정 등 설비의 현장 확인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장 확인조사와 설계자료를 토대로 등가정적해석, 응답스펙트럼해석과 시간이력해석 등 수치해석에 의해 내진성능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지진 취약부위를 도출해 최적의 내진보강방안을 수립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154kV, 345kV 및 765kV 변전설비의 내진설계를 완료하고 현재 배전설비에 대한 내진설계를 수행 중에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원자력, 화력, 송배전설비의 내진성능평가와 내진설계 수행 경험을 토대로 핵심 내진기술은 물론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진동시험대 등 시험설비를 구축하고 실증시험을 통해 지진에 대한 전력설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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