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장다울 그린피스(GREENPEACE) 선임캠페이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5년이 흘렀다. 하지만 사고의 여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고가 발생한 원자로의 상태는 확인 불가능하고, 10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피난생활 중이다. 일본 국민들은 세금과 전기요금을 통해 피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비용만 133조원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사고 수습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린피스의현지 조사 결과, 일본 정부가 지난 4년간 진행한 제염작업의 효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한 예로, 이타테 마을의 경우 제염 후에도 1만여 모니터링 지점 중 96% 이상에서일본정부의 제염 목표인 0.23 uSv/h를 초과했다.

제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부산시 면적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산림은 제염대상이 아니다. 이런산림은방사능 오염 물질을 축적해 놓았다가 계속해서 배출하게 되고 인근 지역 전체를 지속적으로 재오염시키고 있다.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의 반감기를 고려했을 때,앞으로최소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생태계 물질 순환 과정에서재오염은 계속해서 반복되고이에 따른 피해는 누적될 것이다.

후쿠시마재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하고 명백하다. 원자력 안전 신화는 없다. 다중 방호에도 불구하고 대형 원전 사고의 위험은 존재하고 일단 사고가 나면 이를 수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는 다수호기가 밀집된원전에서 사고 피해가 가중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통해, 우리정부도 원전 확대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전 세계 188개 원전 중 6기 이상의 원자로가 밀집되어 가동 중인 곳은 단 열 곳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 곳의 원전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7기가 운영 중인 고리 원전은 설비용량 기준으로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이다.

신규 원전 계획을 취소하고, 노후 원전부터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일은 현실 가능하다. 실제로, 신규 원전 확대의 이유로 제시한정부의 전력수요전망은 과도하다. 지난 2년간 소폭으로 증가한 전력소비를 보여주며, 전력공급 예비율은 이미 30%를 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요를 관리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면 안전하고 깨끗하게 전력 공급을 늘려나갈 수 있다. 원전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새롭게 생산된 전력의 90%가 재생가능에너지였다고 발표했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효율과 경제성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원전 및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혁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증설 계획 취소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약속해온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약진하며, 여소야대 정국을 구성했다.

특히 그린피스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변화의 중심으로 본 부산에서 원전 비중 축소를 약속한 7명(더불어민주당 5명, 새누리당 2명)의 후보들이 당선됐다. 원전 확대를 반대하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빠르면 2030년, 늦어도 2040년대에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원전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더 엄격하고 독립적인 원자력안전규제체계 수립, 방재계획의 강화, 원전 안전문화 구축, 안전한 폐로와방사성폐기물 문제 해결 등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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