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7년 ‘Nu-tech 2012’ 핵심기자재 기술자립 나서
한수원-두산중공업-한전기술-원자력연구원-中企 등 참여
신한울 1‧2호기 적용 “5200억 수입대체…원전강국 도약”

신한울 1ㆍ2호기는 토종기술이 100% 적용돼 건설되는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로 마침내 ‘원전기술 자립’이라는 오랜 숙원을 이뤄냈다.

물론 선행호기인 신고리 3ㆍ4호기와 같은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노형이지만 핵심기자재 중 미자립 기술이었던 원자로냉각재펌프(RCP)와 계측제어시스템(MMIS)을 우리 손으로 설계부터 제작, 성능검증을 거쳐 실용화함으로써 ‘원전기술 강국’으로 발판을 마련했다.

◆2% 부족한 원전 핵심기술 미자립 ‘서러움’
원자력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한국형원전(OPR1000) 개발과 건설로 약 95%의 기술자립을 이뤄냈지만 원전의 핵심설비로 인간의 심장 역할을 하는 원자로냉각재펌프(RCP, Reactor Coolant Pump)와 두뇌 역할을 하는 원전계측제어설비(MMIS, Man Machine Interface System)를 개발하지 못한 채 외국에 의존해야 했다.

특히 외국사에 의존하다보니 원전 운영 시 발생되는 크고 작은 문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비싼 비용만 치러야만 했다.

실제로 원전 선진국들은 후발국에게 RCP와 MMIS의 핵심기술 이전을 꺼려왔으며, 이에 후발국으로서는 고부가가치 사업이지만 기술개발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 국산화가 쉽지 않은 분야였다.

2007년 ‘원자력발전기술개발사업(Nu-tech 2012)’를 수립한 정부는 한수원, 두산중공업 등과 함께 핵심기자재인 RCP와 MMIS의 국산화에 나섰으며, 사업을 시작한지 7년만인 2012년에 개발을 완료했다. 이로써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원자력발전소의 뇌와 심장을 우리 기술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하방 두산중공업 부사장(원자력BG장)은 “통상 ‘국산화’는 국내에 수입된 외국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지만 두산중공업이 만든 MMIS와 RCP는 외국제품을 월등히 뛰어넘는 국산제품”이라면서 “국산 MMIS와 RCP는 까다로운 국제기준을 충족시키며 안전성 부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돼 원전강국으로 성장하는 커다란 원동력이 됐다”고 자부했다.

◆원전 지휘하는 똑똑한 두뇌 ‘MMIS’, 첨단화 이끌어
두뇌는 신체 모든 부분의 역할을 관리 및 감독한다. 원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MMIS(원전계측제어시스템, Man Machine Interface System)는 원전의 운전, 제어, 감시, 계측 및 비상시 안전 기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워크스테이션 기반의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한 국산 MMIS는 한마디로 ‘디지털 및 인간공학 기술의 융합체’로 현재 아날로그 계기판이나 회로로 구현되던 원전 주제어실(MCR)을 컴퓨터와 대형화면, LED 숫자판으로 바꿨다.

또 국산 MMIS는 설계 단계부터 국산 제어기(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사용해 안전성 및 신뢰성, 운전편의성 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으며, 이에 정부의 특정기술주제보고서 인허가를 취득함은 물론 IAEA 전문가 집단의 안전성 검증을 통해 해외 MMIS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MIS의 국산화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원자력계는 원전계측제어시스템개발사업단(KNICS, Korea Nuclear I&C System)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돌입했다. 또 KNICS의 기반 기술을 토대로 2007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Nu-tech 2012’ 사업을 통해 개발된 설비와 기술에 대한 종합적 성능 시험 및 시스템 종합 신뢰성 시험을 수행해 원전 MMIS의 운전성 및 신뢰성을 확인하고 추가로 원자로 노심 보호 계통에 대한 검증 및 인허가 등이 추진됐다.

이렇게 확보된 MMIS 기반 기술의 사업적·기술적 사항을 세세히 점검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이 공동으로 ‘핵심기자재 국산화추진단’을 발족해 2007년 6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사업 적용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2009년 7월 31일에 신한울 1·2호기 MMIS 공급이 확정됐다. 이후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산업계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2015년 9월에는 1호기에, 지난 6월에는 2호기에 각각 납품, 설치를 완료했다.

김국헌 두산중공업 원자력I&C BU 전무(당시 KNICS 단장)는 “KNICS 사업의 목표는 원전용 제어기기인 PLC와 DCS를 국산화하고 이들을 기반으로 원전에 공급되는 I&C Package를 국산화해 향후 국내 원전에 공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를 통해 국내업체가 주도적으로 I&C 기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고 입증된 제품의 완전성을 바탕으로 국산기기 기반의 I&C Package에 대한 입찰(공급)제의서(Proposal)를 작성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국산화를 이룬 MMIS를 신한울 1ㆍ2호기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통합성능 검증설비를 통해 시스템 통합 및 기기/계통 기술성 평가 과제에서 수행한 각 과제별 연구개발 결과물을 검토하고 국내외 기술개발 동향을 분석하고 종합 성능 시험을 수행하여 국산화된 기술의 완전성을 입증함으로써 KNICS 연구개발 사업에서 개발한 결과물의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MMIS 설비를 활용해 종합적인 성능 시험설비 구축과 성능 시험을 수행함으로서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면서 ‘한국형 원자력산업’의 완전한 기술자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원전 순환시키는 튼튼한 심장 ‘RCP’, 완벽한 검증기기
RCP(원자로냉각재펌프, Reactor Coolant Pump)는 원자로 냉각재인 물을 강제 순환시켜 원자로에 장전된 핵연료에서 발생한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높이11m, 무게155t의 대용량 수직 원심형 펌프인 RCP는 원전의 핵심 설비인 1차 계통 구성을 위한 핵심기기이다.

2007년 8월 ‘Nu-tech 2012’ 착수에 따라 신형경수로 APR1400 적용을 목표로 두산중공업이 설계·제작 및 핵심기술 개발의 주관기관을 담당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시험설비 구축 및 성능 검증시험의 주관기관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RCP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박석빈 두산중공업 국내사업2담당 상무는 “심장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 몸 전체에 혈액을 순환시켜주듯이 원전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설비가 바로 RCP”라며 “RCP 설계, 제작 및 시험기술은 핵심 기자재기술로서 국내 원전 기술협력사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전 범위에서 제외됨에 따라 개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들어간 2008년 11월 두산중공업은 RCP 원전기술를 보유하고 197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각지로 RCP를 수출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안드리찌(Andritz)사와 공동으로 RCP 축소모델 펌프 개발 및 시험을, 2011년 12월 시제품 RCP 제작검증 작업을 거쳐 2013년 10월 시험설비 구축과 성능시험을 완료하고 기술개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 상무는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RCP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대형실험설비를 통한 실제 원전 운전조건보다 더욱 가혹한 완벽한 성능 및 안전성 검증을 받아 신한울 1‧2호기에 탑재할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2022년까지 국내에 건설하는 원전 12기 중 6기에 국산 RCP를 적용할 예정이며, 수출 원전에도 장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신한울1‧2호기, 국산화 RCP‧MMIS 설치 완료 기념
12일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은 두산중공업과 공동으로 경주시 보문단지 내 힐튼호텔에서 ‘신한울 1‧2호기 국산화 RCP/MMIS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한수원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는 물론 수산ENS, (주)우진, (주)우리기술, 슈어소프트테크(주), (주)티보그, BNF테크놀로지 등 RCP와 MMIS 국산화에 참여한 산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국산화 RCP/MMIS의 적용 첫 프로젝트인 신한울 1‧2호기 RCP와 MMIS의 제작완료를 자축하고 해외수출 기반확보를 위한 의지를 되새겼다.

김하방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RCP와 MMIS 국산화 완료로 원전 2개호기 기준 5200억 원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를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독자적인 해외진출 기반을 구축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우리 독자기술로 만든 MMIS와 RCP 등을 탑재한 신한울 1‧2호기가 건설되면 한국형 원전(APR1400)의 희망이 되고 더 나아가 세계에너지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축사에서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RCP와 MMIS 국산화 추진과 제작완료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성과는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한 국내 원자력산업계의 헌신과 열정의 결실”이라고 치하했고 조직래 한국전력기술 원자력본부장은 “신한울 1‧2호기가 진정한 토종 명품발전소로 성공적인 준공을 완료할 수 있도록 사업 참여 구성원 모두가 노력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영일 한수원 사업본부장은 격려사를 통해 “APR1400 원전의 모태가 된 차세대원자로 기술 개발 계획수립부터 신한울 1‧2호기 건설사업 관리까지 함께 해왔던 탓에 감회새롭다”면서 “제작이 완료된 국산 RCP와 MMIS는 신한울 1‧2호기 현장설치와 시운전을 거쳐 발전소로 인계를 통해 국산화 설비의 우수성을 검증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특히 RCP와 MMIS는 시운전 과정에서도 기술축적을 통해 국산화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한울 1‧2호기 적용을 계기로 한국원전 기술의 완성도를 알리고 원전산업의 가치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워크숍에서 한수원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RCP와 MMIS 국산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준 ▲두산중공업 RCP생산팀 박철우 차장 ▲두산중공업 I&C BU 안전계통팀 송은석 대리 ▲한국전력기술 계측제어기술그룹(A/E) 김만우 부장 ▲한국전력기술 계측제어설계그룹(S/D) 최웅석 부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열수력안전연구부 조석 박사 등 5명을 유공자로 선정해 포상했다.

한편 100% 국산화 기술로 짓고 있는 신한울 1ㆍ2호기는 설계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해 발전원가가 10% 정도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건설 허가를 받은 발전소로 국내외 안전 점검에서 지적된 개선사항을 설계부터 반영했다. 지진 발생 시 원전의 자동정지는 물론 내진 설계 기준을 리히터 규모 7.0 이상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뿐만 아니라 원자로가 물에 잠기더라도 가동되는 ‘방수형 배수펌프’ 설치, ‘이동형 비상디젤발전기’ 확보 등 해일 등으로 인한 침수발생 시 전력·냉각계통을 보호할 수 있는 2중, 3중의 장치들도 설치된다.

특히 기존 발전소는 원자로냉각수를 표층으로 취수해 표층으로 배수했지만 1ㆍ2호기는 방파제 없이 해안으로 1km 수심 15m에서 취수하고 해안으로 750m 수심 10m로 냉각수를 배수하는 수중취배수공법을 도입해 온배수영향을 최소화함은 물론 해안선을 유지해 친환경발전소로 건설되고 있다.

신한울 1호기는 2014년 4월에 원자로를 설치하고 오는 2018년 4월에 준공할 예정이며,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2015년 3월 원자로를 설치한 신한울 2호기 역시 오는 2019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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