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 “유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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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 “유일한 선택이다”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6.07.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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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양재영 한전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인간은 누구나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더구나 누군가가 왜곡하여 공포를 조장하면 두려움은 삽시간에 패닉이 된다. 원전의 경우가 그렇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실시간으로 세계에 중계되었으니 두려움은 현실인 것 같다.

탈핵 단체들은 이점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국민들 사이에 원자력에 대한 불안감이 깊게 자리 잡았다. 여기에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권의 개입으로 불안감은 더 빠르게 확산되어 나라 전체가 에너지와 국민 안전에 대한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 원전 안전한가=최근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논란과 관련해 UAE에 수출된 APR1400 원전 개발에 참여했던 필자는 이 원전이 미국의 신형경수로에 관한 제반 요건을 만족하는 제3세대 원전이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 중 하나이다. 이 원자로 개발 당시 안전성 목표는 2세대 원전보다 사고확률을 10분의1 이하로 줄이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원전 10기가 건설되더라도 사고발생 확률은 2세대 원전 1기보다 낮게 된다.

이런 사실은 수출 과정에서 UAE 측이 고용한 국제검증단이 확인하여 프랑스, 미국, 일본을 제치고 수출에 성공한 것에서 우수성과 안전성 검증이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면 후쿠시마 사고와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2호기 (TMI-2) 사고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2011년 폭발 장면이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일본 후쿠시마원전은 비등수형원전 (BWR)이다. 이 사고의 경우 녹은 핵연료에서 발생된 수소가 원자로격납용기 균열로 새어나와 원자로 상부에 위치한 정비층에 모여 폭발이 일어났다.

▲ 운전 중인 스리마일 원전 2호기, 좌측 1호기가 1979년 사고로 폐쇄됐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는 달리 원자로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 방사능 누출은 체르노빌의 약 10~15% 수준, 5년이 지난 지금도 원전 인근지역에 출입이 제한되고 방사능 오염 제거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방사능으로 인한 인명손실은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와 동일한 국제원자력사건등급, INES의 최고 등급인 7등급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의 주력 원전 가압경수로(PWR)와 동일한 노형의 2세대 원전에서 발생한 스리마일 사고는 후쿠시마 사고처럼 노심 손상이 일어났다.

핵연료의 3분의2가 녹아 사고원전은 폐쇄되었지만 방사능 누출이 작아서 INES 5등급으로 분류됐다. 사고 후 조사 결과 반경 16km 이내 주민들의 방사선 노출이 가슴 X-선 촬영을 2~3번 한 정도에 불과했고 주민재산 피해는 없었다. 사고기 바로 옆의 1호기는 현재 안전하게 운전되고 있다.

사고당시 냉각수 누출과 녹은 핵연료와 냉각수 반응으로 발생된 수소가 원자로건물로 새어나가 건물 내 방사능이 평소의 1000배에 달했지만 1m 두께의 철근콘크리트 원자로건물이 방사능 누출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원전처럼 크고 든든한 돔형 원자로건물이 있는 가압수형의 장점이다. 최근 건설허가를 받은 신고리 5ㆍ6호기 원자로건물 두께는 1.37m에 이른다. 전투기가 충돌해도 끄떡없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다. 그런 노형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세계는 모든 원전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 즉, 안전성 평가를 했다. 그리고 원전의 안전은 충분히 믿어도 좋다고 결론지었다. 이제 원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할 때다.

◆원전이 왜 필요한가=우리 원전은 지난 40년 간 싼 전기로 우리 경제를 세계11위 교역규모로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지금 단순히 싼 전기라는 경제논리만으로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원전은 왜 필요한가. 답은 원전이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는 고밀도의 클린 에너지원이라는 데 있다.

작년 12월12일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가 채택한 파리협약으로 신(新)기후체제가 출범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전 지구적 과제가 되었다. 195개 참가국이 지구온난화가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임을 공감한 결과다. 온난화는 우리나라에서 더 심각하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 기온은 1.5℃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2배 높았다. 이런 추세라면 2099년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6.0℃, 강수량은 20.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6년 ‘기후변화 경제학에 관한 스턴(Stern)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5℃ 상승하면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 도쿄 등 해안 도시가 물에 잠기고 6℃ 상승하면 사막의 확대, 자연재해의 일상화와 지구상의 생물 대부분이 멸종하게 된다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발등에 떨어진 생존문제다.

지난해 우리정부도 2030년까지 BAU(온실가스배출 예상치, 8억5000만 CO2환산톤)의 37%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계획의 11.3%, 9600만톤은 해외 온실가스배출권구매로 충당한다니 문제다. 예상 구매비용은 배출권 가격이 온실가스 1톤 당 현재 3달러($), 2008년 20달러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소 3400억원에서 최대 2조2500억원이 된다, 우리 산업이 저탄소화 되기 전까지 매년 지불할 비용이다.

더 큰 문제는 실질 온실가스배출량이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 6억3000만톤을 배출하게 되니 2005년 배출량 5억5600만톤 대비 13%가 늘어난다. 1990년 혹은 2005년 대비 25~50%를 줄이겠다는 미국, EU 등의 계획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우리 산업의 저탄소화가 턱없이 느리게 진행되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1차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2차 계획은 41%였던 1차 계획의 원전비중을 29%로 줄였다. 또 신재생에너지공급 목표는 1차 에너지의 11%를 유지한 채 달성년도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뤘다.

총에너지수요는 2030년 1차 계획의 3억4000만TOE에서 2차 계획의 3억7000만TOE로 늘어나는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두 에너지원을 줄이거나 미루면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이 없다. 궁여지책이 해외 온실가스배출권 구매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산업의 높은 화석에너지의존도와 더딘 신재생에너지개발이 문제의 핵심이다. 2011년 말 우리나라는 총에너지의 85.2%를 석탄, 석유, LN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87.3%가 에너지분야에서 배출되며 40% 정도를 발전부문이 차지한다.

또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이 화력발전에서 배출된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아황산가스와 질소화합물 그리고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좌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동향을 살펴보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기간 중 원자력발전설비용량은 17.7GW에 정체해 있었고 화석연료발전량은 39.1GW에서 49GW로 25.3%, 온실가스배출량은 5억5600만 톤에서 6억5300만톤으로 17% 증가했다.

전력예비율은 2005년 13%에서 2007년 7.9%, 2008년 12%로 일시 회복되었다가 2009년 9.8%, 2010년 6.7%, 2011년에는 4.1%로 추락했다. 특히 2009~1010년 사이 온실가스배출량은 10%, LNG 사용량은 26.8% 급증했다. 2007년 충분한 전력예비율 확보에 실패할 조짐이 보이자 LNG 발전소 건설을 대폭 늘린 때문이다.

화석연료의존도는 더 높아져 에너지 믹스는 왜곡됐만 결국 2011년 9월 15일 순환단전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원전 건설은 계획부터 완공까지 15년 이상 걸린다. 오늘 원전 건설을 지연시키면 그로 인한 문제는 15년 뒤에 나타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원전 건설을 지연시킨 여파가 이명박 정부 때 나타난 것이며 지금도 온실가스 감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은 개발계획 자체에서 확인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근간이 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개발계획은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1차 에너지의 11%로 잡고 있으나 이는 제3차 계획을 5년 지연시킨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개발은 다양한 정책 수단을 썼음에도 3차 계획까지 목표를 제대로 달성해 본 일이 없다.

또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계획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분류기준과 통계기준에서 잡지 않는 CO2를 발생시키는 부생가스와 산업폐기물 등을 포함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1차 에너지로 환산 시 전환효율을 적용하면서까지 공급량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2020년 파리협약이 발효되면 2023년부터 매 5년마다 협약준수상황을 점검하기로 된 마당에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공급실적을 내밀어봐야 인정되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IEA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4차 계획의 11%는 6.3%까지 하락되므로 미리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원전 없이는 살 수 없는가=원전 유지여부는 우리의 선택과 의지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주장의 현실성을 살펴보기 위해 2016년 현재 24기 21.766GW의 설비용량을 가진 우리나라 원전을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할 때 필요한 면적을 계산해보자. 전제는 발전량을 원전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다.

발전량은 설비용량에 가동률을 곱해서 구한다. 원전의 가동률은 약 90%, 태양광발전 가동률은 지역편차가 커 우리나라에서는 12% 정도지만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 16.5%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태양광발전 수출 1위 기업 OCI사가 미국 텍사스에 건설한 알라모-4 최신 태양광발전소는 2.4km2 부지에 설비용량 39MW이다.

태양광발전 가동률을 12%로 할 경우 우리 원전 전부를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할 때 필요한 면적은 1만45.8km2 가동률 16.5%의 경우는 7306km2이다. 경기도 면적이 1만184km2이니 그만 한 땅을 태양광모듈로 뒤덮어야한다. 이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방안이 없다면 ‘원전을 없앤다’는 주장은 무의미하다.

얼마 전 한 탈핵인사가 우리나라 건물 모두에 태양광모듈을 설치하면 원전을 없앨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 역시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년 말 현재 전국 건축물 연면적은 3451km2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18명의 세계적인 환경 석학들이 발표한 신환경선언(An Eco-modernists’ Manifesto)은 고밀도의 클린에너지원인 원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신재생에너지라 하더라도 그 설비 설치에 따르는 새로운 환경 부담을 신중하고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한다고 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 2040년까지 현재 세계 원자력발전량의 2배 이상인 862GW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 없이 이뤄질 수 없는 선언이며, 전망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미룬다고 그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산업부담을 우려해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12%로 제한했다.

정부 스스로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서야 국민 건강과 생존에 직결된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총발전량의 60%를 공급하는 화석연료발전을 줄여야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면 선택은 CO2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밖에 없다.

국토는 좁고 산지가 70%인 한반도, 육상풍력자원이 독일의 25분의1에 지나지 않는 우리 자연환경에 맞는 에너지정책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