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글로벌 표준으로 뻗어가라]KEPIC, 이 기업에 주목하라
원전 300여개社 年400만명 투입…업계 불황탈출…지진ㆍ항공기 충돌 ‘건전성 유지’

▲ 김형섭 한수원 신고리제3건설소장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고유표준인 KEPIC Code가 100% 적용되는 ‘신고리 5ㆍ6호기’가 지난 6월 23일 규제기관의 건설허가를 취득한 이후 기초굴착공사가 한창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건설 예정인 신고리 5ㆍ6호기는 신고리 3ㆍ4호기와 신한울 1ㆍ2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건설되는 신형경수로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노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은 총공사비 약 8조6254억 원이 투입돼 300여개 원자력산업체가 참여하고 약 7년간 연인원 400만 명이 소요되는 초대형프로젝트이며, 지난 6월 27일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한 5호기는 8월 현재 기초굴착 공정률 50%를 달성하며 2021년 3월, 6호기는 2022년 3월에 각각 준공된다.

특히 구조물공사가 시작되면 최대 약 5000여명의 근로자가 투입될 예정으로 신한울 1ㆍ2호기 건설 이후 추가수주가 없어 경영난에 직면했던 원자력 기자재업계는 물론 침체된 울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당초 신고리 5ㆍ6호기는 2013년부터 주요 기자재 계약을 발주하고 2014년 9월 본관기초굴착 공사를 착수해 2020년 12월 준공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고리 5ㆍ6호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국내 원전 품질서류위조 파문으로 안전성 강화 및 품질프로세스 개선사항 등이 적극 반영되면서 불가피하게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됐다.

실제로 주기기 계약과 보조기기 발주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2~3차 벤더 기자재 중소업체들은 경영위기에 내몰리는 등 정부와 한수원에 조속한 계약 추진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해왔던 터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허가 승인을 최종 받았다.

신고리 5ㆍ6호기는 APR1400 표준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APR1400은 설계수명 60년으로 1000MWe급 한국표준형 원자로에 비해 노심에 장전되는 핵연료집합체 수가 177개에서 241개로 늘어나고 열출력이 2815MWt에서 3983MWt 으로 증가했으며, 안전에 중요한 구조물, 계통, 기기에 대한 0.3g의 내진설계가 적용된다.

특히 원자로 강수관 직접 주입 방식의 4개의 독립된 안전주입계통 설치, 냉각재상실사고 시 노심에 비상 냉각수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안전주입탱크의 피동형 유량조절장치 설치, 외적요인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중대사고 방지에 도움을 주는 원자로격납건물 내의 재장전 수조 설치 등과 새로운 안전설계 개념을 도입한 설계이다. 이외에도 보조 건물을 4분면 배치해 화재, 홍수, 지진 등 외부 사건에 대해 대처능력을 향상시켰다.

APR1400은 국내에서 신고리 3ㆍ4호기 및 신한울 1ㆍ2호기로 건설허가를 취득했거나 운영허기를 취득한 바가 있다. 국외에서는 UAE 바라카원전 1ㆍ2호기에 대한 건설허가가 발급돼 건설과정에 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설계인증 심사를 수행 중이다.

김형섭(사진) 한수원 신고리제3건설소장은 “신고리 5ㆍ6호기는 참조발전소인 신한울 1ㆍ2호기 설계를 기본으로 부지특성, 국내외 선행 원전의 경험 및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경험(Lessons Learned), 규제기관의 인허가 요구사항 등 대폭적인 안전성관련 개선사항을 설계에 반영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신고리 5ㆍ6호기는 각각에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를 설치하고 축전지 용량을 증대해 장기 소내정전사고(SBO)에 대비해 비상전원의 공급신뢰성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김 소장은 “대형 민간항공기의 충돌 영향평가 및 방호설계를 적용시켰고, 중대사고 전용 비상원자로감압밸브 채택 등 안전성을 더욱 증진시켰다”면서 “아울러 발전소 수명기간 동안 안정적 운영관리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저장용량을 60년분으로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원안위 심의과정에서 중점사안이었던 부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수원은 광역(부지반경 320km) 및 부지지역(부지반경 8km)에 대한 정밀지질 조사와 예정부지에 대한 정밀 트렌치 조사 등을 통해 가장 적합한 발전소 건물 위치 선정했으며, 이에 건설허가 신청시 선정한 위치에서 해안가로 약 50m 이동해 건설할 예정이다.

한편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을 비롯해 NGO단체는 “울주ㆍ기장 지역에는 총10기의 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며 세계 최대의 발전소 단지가 된다.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없다’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에 대해 김 소장은 “신고리 5ㆍ6호기는 원자력 안전 법령의 다수호기 관련 규정에 따라 다수호기의 안전성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진, 태풍, 홍수, 해일 등 자연재해 및 인위적 사건으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부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신고리 5ㆍ6호기는 한 원전의 사고가 다른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줄 연계사항이 없으며, 안전에 중요한 설비는 공유하지 않는다. 또 부지전체 10기(고리 4개 호기+신고리 6개 호기)를 동시 가동 시 제한구역 경계에서 연간선량이 관련 기술을 만족하는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후쿠시마 후속조치 중 다수호기 동시사고 예방측면에서 극한 자연재해를 가정하여 설계기준 해수위 재평가, 최대 지진, 해일 재평가를 통해 부지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동시사고 완화측면에서 대체교류발전기 호기별 설치, 축전지 용량 증가, 이동형발전차량 등을 설치하고,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다수호기 동시 비상을 고려해 비상계획서 개정, 방사선비상훈련 강화 등 다수호기와 관련 심층방호적인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다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다수호기 원전 각각의 특징을 고려한 평가를 준비 중에 있으며, 아직 국제적으로 평가방법론이 개발되지 않았고 규제 기준도 정해지지 않아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는 수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형섭 신고리제3건설소장은 “안전에 안심을 더한 신고리 5ㆍ6호기는 2020년대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서 국가적 과제인 신기후변화체제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불경기로 침체되어 가고 있는 울산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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