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본 로카쇼무라에서 사용후핵연료 해법을 묻다③
기술적 안전성과 투명한 정보공개, 국민수용성 높이는데 일조
심층처분 방식 채택…향후 조사와 회수 가능토록 '옵션 설계'

▲일본의 최종처분장 개념은 대용량 철제 캐스크 안에 20개의 고준위폐기물 캐니스터를 넣어 밀봉하고 이를 벤토나이트 점토로 둘러싸는 것으로 NUMO는 장기간 경과에도 조사와 회수가 가능하도록 옵션을 설계할 방침이다.
일본은 1월 기준으로 43기의 원자로를 운영(설비용량 4603만kW 보유)하고 있는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다. 2010년 당시 일본 정부는 2010년 6월 에너지 자급률을 2010년 38%에서 2030년 70%까지 높이고 원자력발전 점유율을 2007년 27%에서 2030년 50%까지 증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간 나오토 총리는 일본 전력생산량 중 원자력발전 비율을 현재 30%에서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기로 한 장기 에너지정책을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가 본격화 됐다.

하지만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80%인 일본은 1996년 최초의 상업 원전을 가동시킨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쌓여만 가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에 일본은 1976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에 관한 연구개발에 뛰어 들었고 1992년에는 1차 처분 개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어서 2차 처분 개념 보고서를 기초해 2000년 5월에는 준위폐기물(재처리에서 발생한 유리화폐기물만을 지칭)의 심층처분 의무를 규정한 ‘특정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게 된다. 이 법안에는 고준위폐기물 처분이 국가 원자력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밝히며, 부지확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안전성과 지역개발에 대한 대국민 홍보업무를 추진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유리화폐기물 외 초우라늄 폐기물까지도 심층처분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에서 규정한 법안이 제정된 2000년 10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전담하는 ‘일본원자력발전 환경정비기구(Nuclear Waste Management Organization of Japan, NUMO)’를 설립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HLW)과 재처리공장이나 혼합산화핵연료(MOX) 공장에서 발생되는 발열이 낮은 초우라늄(TRU) 방사성폐기물의 최종 처분을 담당하는 NUMO는 부지 선정을 비롯해 부지에서의 기술 실증, 허가, 건설, 50년간의 가역적 저장시설 운영 및 모니터링, 해체에 이르기까지 고준위폐기물의 처분 계획을 담당하게 된다.

▲ 일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조직 및 역할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신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방법은 사용후핵연료를 부식되지 않고 충격에도 강한 금속제 용기에 넣어 밀봉해 지하 수백 m이상의 깊이에 있는 견고한 암반에 건설된 동굴형태의 처분장에 넣어 불투수성 완충재와 밀봉재 및 뒷채움재로 빈 공간을 메워 생태계로부터 완전 격리시키는 ‘심층처분 방법’이다.

‘심층처분’은 크게 2가지 방식이 있는데, 지하 300~1000m 깊이에 핵연료를 심는 동굴 처분(Mined Repository)과 3~4㎞ 깊이에 묻는 심부 시추공 처분(Deep Borehole)이다. 하지만 심부 시추공 처분 방식은 한번 묻으면 핵연료를 다시 꺼내 재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향후 ‘다회 순환형 핵연료주기’를 희망하는 일본은 장시간 경과에도 조사와 회수가 가능한 옵션인 동굴처분 방식으로 설계할 방침이다.

실제로 NUMO가 2005년부터 최종처분장 건설의 타당성을 시험할 지자체를 공모하기 위해 2002년 12월 부지선정의 첫 공모계획을 시작했을 당시 10곳 이상의 지자체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심층처분시설에 연간 1000개 이상의 유리고화체를 4만개 이상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기 위해 NUMO는 ▲문헌조사를 통한 사전조사 ▲시추조사(2013년 경) ▲세부조사 및 부지선정(2028년) ▲처분시설 건설 시작(2030년대 중순) 순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2012년 막상 문헌조사를 시작하려고 하자 관심을 보였던 지자체가 모두 등을 돌리고 말았다.

이 같은 결과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국내외의 ‘탈원전’ 선언이 국민적 불안감을 안겨줬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10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은 공모방식을 변경하기 위해 심층 처분장 기술 및 연구개발을 재평가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운영했고 그 결과 2014년 4월 일본 전역에 잠재적으로 가능한 처분장 부지가 있음을 발표했다.

특히 2015년 5월 정부는 “원자력위원회(AEC) 검토를 통해 과학적으로 적합성이 높은 ‘과학적 유망지’를 제시하고 2025년경부터 부지선정을, 2035년 심층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삼는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기본방침을 각의 결정했으며, AEC와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를 중심으로 ‘과학적 유망지’ 제시를 위한 요건 및 기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에 첫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나라와 비교해 일본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은 부지선정에 적극 나서면서 한발 나가고 있다.
▲ 일본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지층처분에 관한 각출금 납부 체계. 고준위폐기물 처분을 위한 자금관리는 2005년 설립된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센터(RWMC)로 이관해 독립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NUMO는 분기별로 RWMC에서 자금을 받아 사업 운영하고 있다.
NUMO 관계자는 “계획을 세운 한국에 하고 싶은 조언은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성이라는 사실이다. 안정성 확보와 국민에게 그런 점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지선정까지는 기관에서 외부 간섭이 없이 진행할 수 있지만, 부지 선정이 되고 공표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고객이라는 외부적 요소가 발생하는데 이들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그들을 잘 납득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기술적인 요소가 선행돼 뒷받침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처분시설 유치 수용성 문제에 대해서도 NUMO는 다각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인센티브 제도 외에도 지역주민들에게 자료집을 배포하기도 하고 지역경제와 기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고준위방폐물을 매립한 후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갱도 폐쇄까지 시간을 두고 설계해 폐쇄 이전까지는 처리장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토록 하는 한편, 기술개발에 따라 회수가 가능하도록 최종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개정한 데에 대해선 수용성을 높이고 처리과정을 융통성있는 방향으로 조정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NUMO는 지난 7월부터 고베를 비롯해 사이타마현, 나가노현 등 30여개 지역을 대상으로 지층처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해 NUMO 관계자는 “현재까지 세미나(설명회)를 진행한 지역은 7곳이며, 앞으로 몇 차례 더 진행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30여 곳이 지질학적 특성을 고려한 후보지라는 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기본계획에 해외 위탁 처분도 고려 중이다. 일본은 해외위탁처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도 국내처분을 하도록 명시돼 있어 해외에 위탁처분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분장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부분은 화산층과 지하수 흐름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분석을 철저하게 하고 있으며, 분석결과에 따르면 그조차도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는 지난 8월 22일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본원자력발전 환경정비기구(Nuclear Waste Management Organization of Japan, NUMO)를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일 일본 본토에 상륙한 제9호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한국에서의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면서 아쉽게도 화상인터뷰로 진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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