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예측이 어렵고, 같은 강도라도 대도시일수록 지진에 취약하기 때문에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국내 대도시의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반도는 ‘불의 고리’로 지칭되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리히터 2.0~3.5 규모의 지진이 30여 차례나 발생했으며, 지난 7월 울산동부와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5.0 규모 이상의 지진으로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평균 중하위 정도의 지진활동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1988년에 내진설계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돼 그 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강제조항이 없어 내진설계가 안 된 건물이 서울 지역에 82%나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진 발생 시 굉장히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질학적으로 지진에 그렇게 위험한 나라는 아니지만 사회 구조의 특성상 지진에 대해 굉장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설물 관리 주체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없다. 우리 국토에 대한 지질학적 정보마저도 부족한 상태라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또 큰 지진을 겪어보지 않아서 경험과 전문가가 부족한 점도 문제이다. 지진은 발생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내진설계 기준 설정에 필요한 정보와 관련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들이 “재해 복구 복원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지진재해에 대비한 융합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우리나라가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도시화율이 높고, 난개발이 많아 내진설계가 미비해 어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가위를 앞두고 발생한 경주 9‧12 지진으로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의 놀란 마음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어려울 것이다. 또 지진 진앙지와 가까운 동해안에는 최근 건설에 착수한 신고리 5ᆞ6호기를 비롯해 가동원전 18기와 건설원전 4기, 그리고 경주 중ᆞ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까지 자리하고 있어 원전지역 주민들은 물론 전 국민들이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다.

아마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떠올리며 더욱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시설보다 지진 재해에 강력하게 대응해왔던 시설이 원자력발전소이다. 또 원전은 건설 이전에 부지의 지질조사를 별도의 구체적인 절차와 평가 항목에 따라 실시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로 밑에 설치되는 충격을 흡수하는 면진장치도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며, 원자로 가동 중에는 원전 주변에 지진감시설비와 지진관측망을 운영해 일정 규모 지진 발생 시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되도록 한다.

특히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정밀지질조사를 통해 예상 최대지진값을 산출한 후 여기에 충분한 여유를 두어 산정하는데 이렇게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제출한 내진설계값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전문가들이 적정성 여부를 확인한다.

내진설계값은 그래비티(gravity, 중력)의 첫 글자를 따서 g라는 단위를 사용하며, 이를 중력가속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0.2g 또는 0.3g이다. 이는 중력가속도 9.8m/sec2의 20% 및 30%의 크기를 나타낸다. 0.2g는 규모 6.5 정도의 지진에, 0.3g는 규모 7.0 정도의 지진에 해당한다.

이에 한국형 신형경수로인 APR1400으로 건설되는 원전은(신고리 3~6호기, 신한울 1~4호기, UAE 바라카 1~4호기) 해외수출 목적으로 설계된 발전소로서 다양한 부지여건을 포괄해 0.3g의 지진값으로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못 믿어우니 원전을 세워야한다’는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국민 불안만 조장할 뿐이다. 그 주장대로라면 마치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만 안전하면 지진의 모든 안전은 문제가 없거나, 원전이 지진에 대해 가장 안전하지 못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안전을 무시하거나 과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다른 의도를 갖고 공포와 불안을 파는 행위도 그에 못지않게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안전에 투입할 한정된 인적, 물적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게 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주 9‧12 지진 발생 이후 ‘원전의 안전성’을 지적했던 이들은 이번 명절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원자력발전소 관계자들과 무수히 많은 종사자들은 현장을 묵묵히 지켰다. 비단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잇따른 방문과 언론의 보도 탓에 연휴를 반납하고 비상근무를 썼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지난 40년간 원자력발전소 현장을 묵묵히 지켜왔다. 지나친 야단과 비난, 감시는 현장을 주눅 들게 할 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 그리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주자. 당신들 덕분에 우리들은 가족과 함께 추석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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