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는 원자력을 위하여"
지난 1일 황주호 경희대학교 교수가 1년간 학회를 이끌어 갈 제29대 한국원자력학회장에 취임했다. 아울러 지난달 12일 서울팔레스호텔에서 개최된 제75차 평의원회에서 수석부회장이자 차기(제30대)학회장으로 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력사업부원장이 선출됐다.

황주호 학회장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석ㆍ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한국에너지공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원자력학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관리 연구부회장, 제27대 부회장, 원자력이슈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지난 1년간 제28대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했다.

한편 1969년 창립된 한국원자력학회는 원자력 관련 학술 및 기술 발전과 원자력 개발 및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학술단체로 현재 4000여명의 회원이 전문분야별 10개의 연구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1일 '한국원자력학회 제29대 학회장'으로 취임한 황주호 신임 회장의 취임사 원문이다.]

"세상과 어울리는 원자력을 위하여"

원자력신문 독자 여러분께,

세상을 녹일 듯 길고 뜨거웠던 여름이었습니다. 며칠사이 급작스레 가을처럼 변한 날씨를 보며 자연 현상과 사람들의 인심이 변하는 방식이 유사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차 이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시기에 에너지 확보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원자력 발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기간이 있었던 반면,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에너지 소비가 줄고 공급이 쉬워지면 세상인심은 발전 예비율이 높다고 예산낭비와 방만한 운영을 질타하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원자력 발전은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수출로 국민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고리 1호기 폐쇄 결정 등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역적 관심이 지난 총선 이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관련 현장의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켜를 쌓아가는 것 같습니다. 탈핵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규모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의를 에너지원 간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선거 전략 속에서 건전한 원자력 발전 정책을 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듯 보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원자력에 관한 학술 및 기술의 발전과 회원 상호간의 협조를 도모함으로써 원자력의 개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1969년 제1대 최형섭 회장님을 모시고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28분의 회장님과 임원진 그리고 회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모여 4,500 여명의 회원을 가진 거대한 조직으로 자라났습니다. 원자력학회는 한국형원전 표준화와 고도화, 국산핵연료개발, 각종 방사선 및 안전 규제 수립, 방사선 산업화, 방사선의 의학적 이용확대, 정부의 원자력외교 등에서 구심점 역할을 자임해 왔으며 각 분야별 전문 학회 탄생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원자력계는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시급한 발전원을 공급하느라 방사선 안전, 선행 및 후행핵연료주기 기술의 자립 등에서는 균형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원전 해체 정책 수립에 선제적 대응 시기를 놓쳐 국민적 기대를 맞추지 못하였으며 그로인해 원자력 이용의 지속성을 담보할 국민적 지지와 성원도 최근 들어 그 토대가 불안하게 보입니다. 이제 원자력학회가 우리나라 원자력 학술과 기술의 부족함을 채우고 국민적, 나아가 세계적인 신망을 획득함으로써 원자력기술의 지속적 이용에 넓은 길을 뚫어야 할 때입니다.

전임 회장 및 임원진의 노력으로 원자력학회 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있는 논문집은 매년 400여편의 논문이 쇄도하고 있으며 까다로운 채택율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10개에 달하는 연구부회는 학회 기간 뿐 아니라 평소에도 각종 워크숍과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원자력계 원로 분들을 모시고 최고자문회의를 열고 있으며 원자력계 유관기관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원자력계의 주요이슈를 다루는 원자력이슈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시작으로 원전과 갑상선암 그리고 삼중수소의 문제를 의학계와 함께 풀어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화재 대응, 원전 방호와 디지털 보안, 미래형 원자력시스템 개발 등도 다루었습니다. 소통위원회는 원자력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을 쉽게 답하는 질의 응답집을 동영상으로 작성 중이며, 원자력엘리트스쿨은 원자력개발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우리가 잊기 쉬운 지난 역사에 대해 원로를 초청해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이런 각종 활동들이 좋은 결과로서 우리나라와 원자력계에 기여를 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셰일가스와 오일로 촉발된 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또한 파리협약으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협약 대응에 우리사회가 그리 민감하지 않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만히 앉아서 원자력을 향한 따듯한 시선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할 수 없을 듯합니다. 원자력계의 남다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관련 논란이 에너지 원간의 대결처럼 보이던 것을 조금 더 확대하여 진정한 환경 및 주민안전, 에너지안보, 경제성을 고려한 에너지 믹스 최적화의 문제로 바라 볼 수 있도록 우리부터 깊이 있는 고민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원자력학회가 그동안 일해 온 각종 사업의 틀은 튼튼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학회지는 보다 높은 등급의 평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연구부회 역시 스스로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자라났습니다. 학회 사무국도 원자력이슈위원회나 소통위원회도 일하는 방식이 체계화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연구부회도 각종 위원회도 무엇을 담고 일하는가에 따라 원자력학회의 기여가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원자력 이론과 기술은 1900년대 탄생하여 반세기만에 인간의 인식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현재도 당시의 이론과 기술에서 큰 범위에서는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세대 원전 개발과 수출 이후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은 미래형원전시스템이라는 주제로 오래 동안 고정되어 왔습니다. 정부 국회 그리고 국민이 원자력계를 보는 시선이 어떨지 궁금합니다.한편, 알파고로 대변되는 문명사적 전환기는 에너지수요공급 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길거리를 전기 구동 자율주행 자동차가 메우는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택배는 무인비행체인 드론이 대신한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식은 변화하는 세상과 더 이상 어울리려 하지 않는 과거의 지식이라고 합니다. 우리 원자력이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어떤 변화의 몸짓으로 진정성 있는 화답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원자력학회의 제29대 학회장으로서 원자력의 우리사회 기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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