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無경험 대비기술ㆍ정보력 한계…‘골든타임’ 망라할 거버넌스 필요
日 고베지진 발생 후 3개월 만에 Life Lind 완벽 복구 ‘반면교사’ 삼아야

지진 재해의 크기는 그 사회의 경제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진과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격하면서 지진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체감했다.

‘불의 고리’로 지칭되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한반도 전역의 지진 발생 빈도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0년 이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매년 평균 19회 발생했던 반면 2000년 이후에는 평균 47회를 기록해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진 발생빈도가 잦아지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 5월 31일 지진 등의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건축구조기준을 개정,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했지만 현재 국내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이뤄진 것은 30%에 불과하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상대적으로 도시의 피해가 압도적인 현실을 고려할 때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지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심폐소생술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대규모 지진 후에도 한정된 시간에 핵심적 기능을 필요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경제적 피해와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가적 기반시설(Life Lind)의 최소한의 핵심기능을 설정하고 이 모든 조직을 망라하는 거버넌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진에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지진이 어떻게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지진의 규모와 빈도에 대한 빅데이터 및 지진재해 대비 기술개발, 그리고 지진 발생 시 국민 행동요령 등에 너무도 취약하다.
◆전체 지진 85% 이상, 판의 경계면에서 발생
지진은 지각 내에 쌓여진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방출되는 순간 그 에너지의 일부가 지진파 형태로 전달되는 자연현상이다. 지진은 지구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지각이 여러 조각으로 나눠진 지각판들의 상호운동과 관계가 있으며, 대부분의 큰 지진들은 지각판의 경계부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반드시 지각판의 경계부에서만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각판 내부에서 작용하는 밀거나 당기는 힘 때문에 지각판 내부의 약한 암반대가 파괴되면서 지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는 판 경계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판경계 지진’ 또 지각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판내부 지진’이라고 한다. 판경계 지진은 전체 지진의 85% 이상을 차지하며, 환태평양 조산대,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 일본,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환태평양 지진대로부터 약 600km 떨어진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대규모 지진 발생확률이 아주 낮은 안전지대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리히터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약 10회 정도 발생하고 있으나 대부분 미약한 지진동만 일으킬 뿐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이다.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리히터 규모 5.0 이상 지진은 약 10년에 1회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진원은 지진이 발생할 때 지반의 파괴가 시작되는 것으로 지진파가 발생한 지점을, 진안은 진원의 바로 지표면의 지점을 의미한다. 또 지진의 크기를 나타낼 때 규모와 진도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규모는 지진이 갖고 있는 절대적인 에너지의 크기를, 진도는 각각의 지점에서 사람이 느끼는 상대적인 진동의 크기를 나타낸다.

◆지진 대비기술…고베 대지진 이후 개발 활발해져
1978년부터 기상청에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을 관측한 결과 지난 38년간 피해를 줄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지진인 리히터 규모 5.0이상의 지진은 지금까지 6회가 있었다. 그 중 큰 피해를 준 지진은 ▲지리산 쌍계산 지진(1936) ▲홍성 지진(1978) ▲영월 지진(1996) ▲오대산 지진(2007) 등 4번이 있었다. 이 중 영월 지진의 경우는 규모가 4.5였음에도 제주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진파를 느낀 반면 홍성 지진은 5.0에도 광역적인 지진파를 느끼지 않았다.

결국 지진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느냐 하는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전파가 달라 피해양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몇 해 전 소방방재청에서 서울에 규모 6.5의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11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내진설계가 안된 건물 38만 채가 손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1988년 ‘건축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그 대상을 소규모 건축물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강제조항이 없어 내진설계가 안 된 건물이 서울 지역에 82%나 차지하고 있어 이로 인해 지진 발생 시 굉장히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에 내년부터는 2층 건축물도 내진설계가 의무화된다. 또 기존건축물의 내진 보강 시 건폐율과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국토교통부는 9ㆍ12 경주 지진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지진과 관련, 건축물의 구조 안전을 강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등 개정안을 22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지진방재 개선대책’의 주요 과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먼저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현행 3층 이상(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에서 2층 이상(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 까지 확대한다.

1988년 ‘건축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그 대상을 소규모 건축물까지 지속 확대했으나, 우리나라 지반 특성상 저층의 건축물이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이번에 2층 이상 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은 발생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내진설계 기준 설정에 필요한 정보와 관련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실제로 일본은 고베 지진 이후 수 조원의 예산이 투입돼 ▲지진관측 및 분석 기술 ▲지진 예측 기술 ▲내진 설계, 시공, 보강, 성능평가 기술 ▲지진 조기 경보기술 ▲지진재해 관리?복원력 강화기술 등이 개발 중이지만 큰 지진을 겪어보지 않아 실용화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조기경보 기술, 공항ㆍ철도 설치…실시간 정도 얻어
실제로 지진 예측 기술의 경우 고베 지진 이후 1조원의 연구비를 들여 많이 연구했지만 지진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구를 중단됐다. 하지만 지진은 예측불가하고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지진 조기경보 기술’이 필요하다.

지진은 진앙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p파가 도달한 이후 s파가 도달하기까지 5~20초의 여유가 있다. 이 사이에 인명을 대비시키고 국가 안전 시설물 차단을 하는 등의 조취를 취해서 2차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이 바로 조기경보 기술인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 조기경보 기술’을 개발해 공항과 철도 등에 설치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6월 ‘국가안전기술포럼’에 참석해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지진 발생 시 활주로가 부분 침하되거나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만일 이때 항공기가 이착륙하면 활주로가 변형되면서 대형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에 사전에 경고를 주고 활주로를 점검할 수 있도록 인천국제공항은 2002년에 여객 청사 1, 4, 5층과 활주로에 지진 계측기를 설치해 관재탑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 2006년에는 고속철도(KTX) 경부선과 호남선에 매 12㎞마다 지진계를 설치해 선로변에 이상 진동이 감지되면 열차에 정지 또는 서행 신호가 가도록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지진이 발생하면 화재, 질병, 수질 오염 등 2차 피해도 크게 발생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화재다. 1995년 일본 고베지진도 화재에 의해 많은 피해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이에 지진 발생 시 가스 배관을 잠그면서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대전, 마산?창원, 울산의 도시가스 공급망에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신속 지진 분석 및 밸브잠금 시스템을 시범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도시가스공사에서는 이 기술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기상청 및 소방방재청과 함께 지진을 빨리 감지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이 개발했다. 이 시스템으로 전북 익산에서 지난해 말 지진이 발생했을 때, 7.7초 만에 감지해서 최초로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이번 9ㆍ12경주 지진 발생 시 전진을 27초, 본진은 26초 만에 조기경보를 시행한 바 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조기경보 기술은 또 지진파가 어떻게 전파돼 나가는지 실시간으로 재현해서 지진파가 진행해나가면서 누적된 가속도 값을 최종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활용해 어느 지역이 가속도 값이 커서 큰 피해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예상해서 복구 계획을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버클리 대학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진조기 경보시스템을 개발해서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스마트폰의 가속도 센서와 통신 기능과 딥머신 러닝 기술을 결합해 지진탐지 및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 기술은 ‘마이 쉐이크’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용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돼 있다.

지질분야 복수의 전문가들은 “지진조기 경보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각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보시간을 단축하고 지진 신호를 빨리 확인하는 신호 처리 기술이 핵심이고 생활 잡음에 의한 오경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제언했다.

또 “우리는 큰 지진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정상상태로 되돌아가는 복원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일본은 고베지진 발생 후 3개월 만에 생명선(Life Lind)을 완전히 복구했다. 우리도 이런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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