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고]정재은 조달청 기획재정담당관

▲ 정재은 조달청 기획재정담당관
창문이 깨진 자동차 하나가 길가에 있다. 어제도 오늘도 창문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다. 다음 날에도 창문이 깨진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를 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처음엔 주인의 애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다가 나중엔 결국 주인이 없다고 결론짓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자동차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망가진다. 자동차 위에 올라가 뛰어노는 아이들, 자동차의 부품을 뜯어가는 도둑, 괜히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 취객. 깨진 창문 하나가 어느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낳게 된다.

범죄심리학에서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라고 한다. 사소한 문제도 그냥 내버려두면 큰 문제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심리학에서 시작됐지만 공공조달시장 분야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공공조달시장은 연 110조 원의 거대 시장이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유리창에 작은 금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쉽다. 최근 공공입찰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담합, 허위서류제출, 직접생산위반 등 탈법적 행위들도 처음엔 극히 소수 업체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공공조달시장에서 깨진 유리창이 생기면 바로바로 경고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마침 현 정부에서는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목표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방산 등 조달분야를 포함하여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부정부패나 불법·부조리 척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조달청 역시 조달분야 불공정 행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공정조달관리팀‘을 신설했다. 또한 신설된 공정조달관리팀을 중심으로 공공조달시장의 부조리를 시스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기관과 정보를 공유하여 계약이행확인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성실한 중소기업의 공공입찰 수주기회를 확대시키면서, 인증 및 시험성적서 발급기관과 연계로 인증서 위변조도 원천 차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의무고용 상태도 확인하여 위반 기업을 계약에서 배제함에 따라 기술 인력의 고용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큰 방죽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사소한 불법적 행위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분위기와 업무과정에서의 작은 위험 징후라도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국가신뢰로 이어지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더불어 그 동안의 조달시장의 사각지대를 돌아보고 점검하여 국민들에게 성실한 관리자가 있음을 주지시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 기고는 2016년 10월 128일 공감코리아(www.korea.kr) 정책기고에 게재된 내용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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