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산업부 주관, 24일 부산 BEXCO서…시민‧전문가 대토론회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필요한가’ 찬반대립 4시간 동안 팽팽히 맞서

▲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 신고리 3ㆍ4호기 인접부지에 건설 예정인 신고리 5ㆍ6호기는 국내 세 번째로 건설되는 신형경수로 (Advanced Power Reactor)1400 노형으로 최신 규제요건이 적용돼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울주대외협력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의 안전성 및 주민수용성을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고 마련된 자리였다.

반대 진영은 “다수호기 건설에 따른 안전성보다 정부와 사업자의 경제성만 고려한 부지선정이다. 이에 신고리 5ㆍ6호기의 건설은 백지화돼야 한다”는 주장이고, 찬성 진영은 “다수호기 원전이라 하더라도 여러 기의 원전에서 동시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원전의 안전성은 과학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건설 예정인 신고리 5ㆍ6호기는 총 45개월간에 걸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심사와 심의를 거쳐 지난 6월 23일 최종 건설허가를 취득한 이후 11월 현재 기초굴착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울산동부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과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 등이 쏟아지면서 ‘원전 다수호기 밀집지역’인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내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촉발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의 전면 백지화’ 주장이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또한 높다.

이에 부산광역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동으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등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과 안전대책 강구를 통한 시민불안 해소를 위해 ‘시민‧전문가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24일 부산시 소재 벡스코(BEXCO) 오디토리움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토론회에서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은 “절대반대, 절대찬성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합의점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제일 우선시 돼야 하는 점은 시민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서 시장은 “원전은 경제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이번 토론회가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는 자리는 아니지만 신고리 5ㆍ6호기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절대반대와 절대찬성보다 ‘시민의 안전’ 가장 중요
이날 대토론회에서는 크게 2개 주제의 세션과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는데, 세션1에서는 ‘국가 에너지(원전 및 신재생 에너지) 정책진단’을 주제로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략정책연구본부장이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송진수 신라대학교 교수가 ‘신재생에너지의 역할과 현황 및 전망’을, 세션2에서는 ‘원전(신고리 5ㆍ6호기) 안전성 및 주민수용성’을 주제로 ▲김유창 동의대학교 교수가 ‘신고리 5ㆍ6호기의 위험성과 주민수용성’을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이 ‘고리원전의 내진설계 및 안전성’에 대해 발표했다.

또 김대래 신라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4명의 주제발제자를 비롯해 ▲백원필 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정범진 경희대학교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 전문가패널들이 시민들과 더불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노동석 본부장은 “지난 4일 파리협정 발효되면서 ‘신(新)기후체제’ 이행을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자력이 재평가되고 있으며,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원전정책을 유지하며, 신규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유창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단지에는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리 5ㆍ6호기는 원전의 안전성을 위해 다수호기 안전성평가 기법 개발 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규제기준에는 지진의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원전 주변 40km 내부의 단층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데, 사업자는 일부만 조사했으며, 해안단층은 기존 조사자료를 일부 인용해 형식적인 조사로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종호 본부장은 “지질 및 지진조사는 원전 부지조사 및 선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이에 사업자는 발전소 부지의 반경 320km 이내 지역은 문헌조사, 인공위성 및 항공사진 판독 등 광역조사를 수행하며, 40km, 8km, 1km 이내의 지역은 기존자료를 수진, 검토하고 지질의 구조, 단층분포, 암질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물리학적 조사 ▲야외 지질조사 ▲단층 연대측정, 해양물리탐사 ▲시추조사(봉 형태의 코어를 천공해 지질의 구조, 단충분포, 암반특성 등을 직접 확인) ▲물리탐사(지하밀도의 차이, 지하수의 상태를 측정해 지하물질의 분포상태를 확인) ▲트렌치 조사(단층의 최종 활동 시기를 규명하고 지층의 연대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지표에 도량을 파고 굴착된 측면의 지질 상황을 관할) 등 단계적 정밀조사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본부장은 “신고리 5ㆍ6호기 부지 반경 40km 내에 16개의 활성단층이 분포하고 있지만 설계에 고려할 활동성단층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정밀지질조사를 통해 도출된 예상 최대지진값(0.145g)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산출한 내진설계값은 0.3g”라면서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회 등의 전문가들이 적정성 여부를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수호기 확률론적안전성평가 ‘수행했다 對 안했다’ 진실은?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신고리 5ㆍ6호기는 지진발생 위험이 낮은 규모 5.0의 지리산 지진을 최대 규모 지진으로 삼아 설계기준을 정한 것”이라며 “또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최대지진평가 보고서의 의도적 조작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전 원전의 지진 안전성에 대한 재평가 검증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범진 교수는 “책임있는 에너지정책은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는 식의 논의는 투정일 뿐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리지역에 원전이 밀집된 것은 사실이고 그 위험을 부산시민이 가까이에서 감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원전은 건설해야 하고 부지확보는 어려워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성숙한 정책은 건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건설하되 안전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특히 “다수호기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가 수행되지 않았다”는 김혜정 사무총장의 주장에 대해 정 교수는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는 법적요건이고 수행됐다”면서 ▲안전설비의 공유금지 ▲10기의 원전이 동시에 가동될 때 방사선 영향이 제한치를 넘는지를 검토 ▲단일호기에 대한 확률론적 예비안전성평가 수행 ▲(법적 요건 별개)후쿠시마 후속조치 반영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다수호기 PSA는 법적요건도 아니고 요건화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인 단계도 아니다. 원전의 인허가는 결정론적 분석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확률적인 분석을 통해서는 보조적인 안전 확인을 하는 것”이라면서 “마치 다수호기 확률론안전성평가(PSA)가 수행되지 않은 것이 안전 확인을 게을리 했거나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고리원전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다. 내 생전에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은 절대 안된다” “후쿠시마와 같이 지진, 해일(쓰나미) 등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발생 시 현재기술 수준에서 구체적인 대응방안 및 대비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해소와 근원적 대안으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과 부산시의 세부실천 방안 노력이 필요하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한 시민은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과연 과학적으로 완벽하다고 자신할 수 있나. 원자력의 첨단과학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를 경험했듯이 ‘안전 신화’는 허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원필 부원장은 “9‧12 경주지진 이후 많은 지질 및 지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 규모를 6.5~7.0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다행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 원전들의 지진 안전성을 재평가해 안전에 중요한 설비들은 최소한 규모 7.0 수준까지 견디도록 안전성 강화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백 부원장은 “원전 설비의 경우 안전에 핵심적인 격납용기 등의 내진 성능에는 여유가 많고 설계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바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 원전들은 지진에 대해 충분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원자력계는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하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과학적인 근거로 이해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미 원자력은 기술적 영역을 벗어나 정치영역이 됐다”면서 “그러나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질 않는다.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들의 경험과 윤리에서 쌓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치중립(價値中立的)인 과학적 사고와 전문가적 목소리는 없고 정치적인 개입과 흑백논리만 넘쳐나는 현재의 원자력 현안들은 결국 정부차원에서 풀어야 할 큰 숙제가 됐다”고 씁쓸해 했다.

◆신고리 5ㆍ6호기, 후쿠시마 사고 개선사항 설계 반영
한편 신고리 5ㆍ6호기는 신고리 3ㆍ4호기와 신한울 1ㆍ2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건설되는 신형경수로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노형이다. APR1400는 설계수명 60년으로 1000MWe급 한국표준형 원자로에 비해 노심에 장전되는 핵연료집합체 수가 177개에서 241개로 늘어나고 열출력이 2815MWt에서 3983MWt 으로 증가했으며, 안전에 중요한 구조물, 계통, 기기에 대한 0.3g의 내진설계가 적용된다.

특히 원자로 강수관 직접 주입 방식의 4개의 독립된 안전주입계통 설치, 냉각재상실사고 시 노심에 비상 냉각수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안전주입탱크의 피동형 유량조절장치 설치, 외적요인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중대사고 방지에 도움을 주는 원자로격납건물 내의 재장전 수조 설치 등과 새로운 안전설계 개념을 도입한 설계이다. 이외에도 보조 건물을 4분면 배치해 화재, 홍수, 지진 등 외부 사건에 대해 대처능력을 향상시켰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5ㆍ6호기는 참조발전소인 신한울 1ㆍ2호기 설계를 기본으로 부지특성, 국내외 선행 원전의 경험 및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경험(Lessons Learned), 규제기관의 인허가 요구사항 등 대폭적인 안전성관련 개선사항을 설계에 반영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신고리 5ㆍ6호기는 각각에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를 설치하고 축전지 용량을 증대해 장기 소내정전사고(SBO)에 대비해 비상전원의 공급신뢰성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안위 심의과정에서 중점사안이었던 부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수원은 광역(부지반경 320km) 및 부지지역(부지반경 8km)에 대한 정밀지질 조사와 예정부지에 대한 정밀 트렌치 조사 등을 통해 가장 적합한 발전소 건물 위치 선정했으며, 이에 건설허가 신청시 선정한 위치에서 해안가로 약 50m 이동해 건설할 예정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은 총공사비 약 8조6254억 원이 투입돼 약 7년간 연인원 400만 명이 소요되는 초대형프로젝트이며, 5호기는 2021년 3월, 6호기는 2022년 3월에 각각 준공 예정이다. 무엇보다 구조물공사가 시작되면 최대 약 5000여명의 근로자가 투입될 예정으로 신한울 1ㆍ2호기 건설 이후 추가수주가 없어 경영난에 직면했던 관련업계는 물론 침체된 울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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