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2017=신년특집]의료계 ‘갑상선암 증가원인’ 과잉진단 VS 복합적 요인

갑상선암을 조기발견 할 수 있는 갑상선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스와이어>

[원자력신문] 갑상선암 발생은 대도시에 집중되며 시군구별로 최대 15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또 이 같은 결과는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율이 증가하고 과잉진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원전 주변에 오랫동안 살면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면 원전 측에서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로 인해 원자력계를 비롯해 의료계 안팎으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흥미로운 통계가 발표됐다.

◆복지부, 갑상선암 발생 지역별 최대 15배 차이
2016년 11월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는 시군구별 암발생통계 및 발생지도를 최초로 발표했다. 시군구별 암사망통계는 2005년부터 통계청을 통해 발표하고 있으나 시군구별 암발생통계를 발표한 것은 1999년 국가암등록통계사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이번 통계에 따르면 남녀 모두에서 갑상선암의 지역간 격차가 가장 컸다. 지역별 암발생률(거주민 10만명 당 암 진단자)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암은 갑상선암이었는데, 2004년부터 2008년 구간에서 남자 기준으로 14.5배를 기록했다.

또 갑상선암은 남녀 모두에서 여수를 비롯한 전남 지역 대부분과 서울·대전·대구 등 대도시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2009년부터 2013년 구간 남자 갑상선암 발생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강남구로 5년간 인구 10만명당 47.7명의 환자가 나왔고 여자 환자 최대 발생지는 전남 광양시로 인구 10만명당 185.1명이 발생했다.

복지부는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 간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여자는 90%, 남자는 45%가 과잉진단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복지부는 “실제 우리나라에서 시도별 갑상선암 발생률은 시도별 갑상선암 검진율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면서 “과거에는 전라남도의 갑상선암 검진율이 높았지만 최근 서울‧대전 등 대도시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율이 증가함에 따라 대도시 지역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2011년 국내 갑상선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 당 81명으로 미국의 5.5배, 영국의 17.5배,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영국이 지난 30년 동안 1.7배 증가했고, 미국이 3배 증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30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갑상선암 발생률이 늘어난데 비해 사망률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각종 진단기술의 발달로 유명 대학병원을 비롯해 동네의원에서도 초음파검사롤 통해 직경 1cm 이내의 미세암까지 모조리 걸러내고 있는데 이 같은 의사들의 과잉진단엔 진료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계자 A씨는 “해외의학계에서도 한국의 높은 갑상선암 발병률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원인을 찾는데 많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여러 가설 중에 한국인과 일본인의 식재료 중 미역과 다시마를 통해 다량의 요오드 섭취가 오히려 발병률를 높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사실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방사선, 유전자, 양성 갑상선 결절, 호르몬, 요오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암의 발생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각 개인에서 암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과잉진단 논란으로 인해 2010년 ‘한국형 갑상선 결절 및 암’에 대한 진료권고안에 따라 갑상선암의 과잉진단과 치료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시급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해프닝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방보원, 국내외 방사선과 갑상선암 역학연구 고찰
2014년 10월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고리원전 주변지역 10km 내에 20여 년간 거주했던 주민 A씨가 “원전의 방사선 때문에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는 원전과 일부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로 한수원은 “판결한 인과 관계가 모호하다”며 항소했고 26개월 지난 현재까지 2심이 진행 중이다.

이후 원자력계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서울대 원전 역학조사'에서 원전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4개 원전지역 600여명의 주민들은 한수원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피해 손해배상청구 공동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방사선은 갑상선암의 주요한 위험인자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원전과 지역 갑상선 발병 사이에는 과학적 상관성이 없다. 그런데 왜 재판부는 ‘원자력발전소(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 발병한 갑상선암에 대해 원전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일까.

최근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이종근 방사선역학팀)이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발표된 방사선과 갑상선암에 관한 역학연구 결과를 선량 수준에 따라(▲원폭 및 원전사고 ▲고준위 자연방사선 지역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분류한 ‘방사선과 갑상선암에 관한 역학연구 고찰’에 대한 보고서도 눈여겨 볼만하다.

‘방사선과 갑상선암에 관한 역학연구 고찰’에 따르면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피난민 11만6131명을 대상으로 추정한 평균 갑상선흡수선량은 성인에 비해 7세 이하에서 더 높았으며, 주변지역에서도 이와 동일한 경향을 보였다. 주요 피폭원은 방사성 요오드에 오염된 우유 섭취에 의한 내부피폭으로 추정됐다.

또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 반경 20km 이내 주민의 연간 갑상선흡수선량은 성인 7.2~34mGy, 소아 12~58mGy, 1세 유아 15~82mGy로 추정되는데, 이는 체르노빌 사고 피폭의 약 3.3%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인구집단에서 관찰 가능한 효과를 야기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건강관리(Fukushima Health Management Survey)’로 역학조사에 착수해 약 38만2000명을 대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 2016년 2월에 발표된 초기 선별검사 결과 소아 갑상선암 사례들은 방사선 피폭의 결과가 아닐 것으로 추정했다.

그 같은 이유에 대해 첫째, 방사선피폭 손상피해의 고위험군인 유아에게서 발견된 갑상선암 사례는 거의 없었으며, 둘째, 현재 후쿠시마 3개 구역(하마도리, 나카도리, 아이주) 간에 갑상선암 발생률의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셋째, 후쿠시마 현의 피폭수준은 낮은 것으로 판가름 났지만 방사선 피폭 영향의 잠재기를 고려해 계속적인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일본 정부는 언급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62개 원자력시설 주변주민에 대한 암 사망률 조사에 착수했다. 1990년 NCI 보고서는 연구지역의 암 사망률을 인구수, 수입, 교육, 사회경제적 상태 등이 유사한 대조지역의 암 사망률과 비교한 결과 연구지역과 대조지역 간에 암 사망률 및 암 발생률의 차이는 없었다.

이에 연구자들은 만약 원자력시설이 주변주민에게 위험을 끼친다면 그 위험은 이와 같은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주관으로 2010년 국립과학학술원(NAS)이 1990년 NCI 보고서를 업데이트할 계획이었지만 2015년 연구중단이 결정됐다. 그러나 2012년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에서 2011년 현재 가동 중인 미국 65개 원전 중 가장 가까운 원전으로부터의 거리를 반경 15마일(mile) 이내, 15~30마일, 30~45마일로 구분해 비교한 결과, 갑상선암 발생률은 가장 가까운 원전과의 거리와 연관성이 없었다.

2016년 대만 원전 근접지역의 암발생률 조사를 위한 인구집단기반 연구에서는 8개 지역을 원전 근접군과 원전 비근접군으로 나누어, 1979년부터 2003년까지의 암등록자료를 이용한 방사선 위험에 대한 강력한 근거가 있는 상위 4개암의 표준화발생률을 비교했다.

원전 근접군에서 원전까지의 최대 거리는 14.23km였으며, 원전 비근접군에서 원전까지의 최소 거리는 22.76km였다. 방사선 위험에 대한 강력한 근거가 있는 백혈병, 갑상선암, 폐암 및 유방암의 발생률은 두 군 간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특히 갑상선암의 경우 원전 비근접군에 비하여 원전 근접군의 표준화발생률이 더 낮았다.

◆10개국 36기 원전 메타분석 결과 “갑상선암과 원전, 인과관계 없어”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 원전 주변지역 거주와 갑상선암 위험 간의 연관성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됐는데, 최종적으로 10개국 36기의 원전에 관한 13건의 연구가 포함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유럽 8건, 미국 4건, 아시아 1건이며, 연구 설계에 따르면 코호트 연구(Cohort study, 전향성 추적조사)가 5건, 단면연구 혹은 생태학적 연구가 8건이었다.

이종근 방사선역학팀 책임연구원은 “최종 선정된 13건의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갑상선암의 발생이나 원전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사망률의 유의한 증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책임연구원은 “제시된 통합 추정값은 성별, 피폭 정의 또는 표준인구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원전으로부터의 거리는 방사선피폭의 좋은 대리변수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는데, ‘원전 20km 이내 거주’로 정의한 경우와 ‘원전 부근 거주’로 정의한 경우의 결과가 서로 달랐고, 피폭평가와 연구설계가 결과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갑상선암의 표준화발생률이 유의하게 증가된 연구는 TMI에 인접한 2개 지역(요크, 랭커스터)과 국내 원전역학조사 뿐이었는데, TMI 연구의 경우 오염된 토양, 우유 및 음식을 통한 방사선피폭이 원인으로 제시됐고 국내 원전 역학조사의 경우 방사선 이외의 요인으로 추정됐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를 통해 원전 주변지역에서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는 원전사고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여성이 유일한데, 이는 원전 주변지역의 상대적으로 높은 갑상선암 검진율이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전과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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