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존자원 없는 대한민국, 원자력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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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존자원 없는 대한민국, 원자력은 '필수'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7.01.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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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2017 특별기고=2050년 대한민국 원자력의 나아갈 길]
지구 온도를 처음 측정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지구 온도는 1.7도 상승했다. 얼마 안돼 보이지만 지구 표면적을 생각한다면 큰 수치이다.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지 못해 지구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속도’로 상승하느냐이다. 과학자들은 지금보다 8도 이상 오르면 지구는 생명체 거주가 불가능한 행성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전 세계 195개 국가는 지구온도 2℃ 상승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힘을 모으기로 약속을 담은 신(新)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했고, 2016년 11월 4일부터 발효됐다.
신기후체제로 인해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에너지원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 중심축에 ‘원자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국가의 산업 구조와 경제를 종합적인 고려한다면 원자력의 지나친 의존성보다 태양광, 풍력, 하이브리드 등 다른 에너지원과 상생적 구조를 형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원자력은 신기후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분명히 인류와 함께하는 ‘오디세이(Odyssey, 장기간의 방랑 모험 여행)’로 불릴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2월 27일 ‘제6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식전행사로 열렸던 원자력 정책좌담회에서 ‘2050년 우리나라 원자력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원자력을 둘러싼 국내외 정책 환경 변화와 도전 과제 등 대한민국 원자력의 장기 정책방향에 대해 발표한 고견을 지면에 담았다. <편집자 주>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세계 에너지 시장에 나타난 큰 변화는 셰일가스의 출현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 체제의 쇠퇴와 연계된다. 셰일가스라는 지렛대와 이란과의 관계회복으로 인하여 에너지시장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강화되는 듯이 보인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질서가 자리를 잡아갈 즈음에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기도 한다. 당분간 에너지 시장에서 정책보다 시장의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기억은 서서히 잊혀 질 것이고 일본의 원전가동 재개는 이를 가속할 것이다. 이에 따라 연기되었던 원자력 르네상스는 다시 열릴 것이다. 세계적으로 원전건설은 재개될 것이다. 신규도입국의 수요에 기존원전에 대한 대체수요가 부가될 것이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체되었던 원전건설 물량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수출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며 어쩌면 Vendor들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초과할 수도 있다. 한편 기존 원전건설의 지연으로 인하여 적기건설에 대한 선호도 증가할 것이다.

세계 원자력 정책을 주도하던 제1세대 원자력 전문가의 대거 은퇴에 따라 원자력 정책역량이 크게 저하될 것이다. 제1세대의 그늘에서 정책적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1.5세대 원자력 인력이 주도하는 동안 원자력 정책은 침체할 것이고 후퇴할 것이다. 이에 따라 주로 상업적 영역에서 원자력활동은 활성화될 것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은 약화될 것이다.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이때까지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산업화와 규모의 확대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하여 대체에너지가 되기보다는 에너지 영역에서의 보조적인 지위가 확인되면서 제한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클린 디젤과 마찬가지로 대규모화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독일 등 에너지 정책의 선회가능성도 있다.

한편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개발, 국제기구 참여 등을 통한 영향력의 확대,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한 제도적 특혜와 지원을 통한 성장의 가능성도 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은 필수적이다. 이는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파리협약이후 이산화탄소 감축약속을 이행하고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는 원자력에너지의 사용이 더욱 증가할 것이지만 주파수 조절 및 기저부하의 기능을 위해 석탄발전은 여전히 일정 부분 필요할 것이다. 이 기능을 LNG 발전이 감당하기에는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보조적인 위치로서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것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확대·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력수요의 포화에 따라 신규발전소의 건설이 둔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원전산업은 내수산업이 아니라 수출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3대 수출부문인 전자, 자동차, 조선에서 조선이 빠진 위치를 원자력산업이 채워야 할 것이다.

국내원전 수출은 건전한 서플라이체인을 토대로 적기·예산 내 건설이 우리의 주요한 경쟁력일 것이고 우수한 인력을 토대로 원전운영시장에도 진출함으로써 국내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기술의 보편화에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신기술개발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

대중수용성의 확보가 가장 큰 도전과제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사고에 대한 부정적 이해에 국내적으로 납품비리 등의 사건으로 초래된 원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전문가 사회의 방만한 대응 혹은 무관심으로 인하여 진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한 듯이 보인다. 탈핵 등의 철학으로 무장하고 참여인력과 조직을 갖춰나감에 따라서 단단히 무장하고 있으며 촛불시위와 같은 다수의 힘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중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는 언론의 선정성과 NGO의 부적절한 의혹제기는 여전할 것이고 원자력산업도 대중수용성 부문에 대한 중요도는 인식하지만 이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을 위한 부지확보, 연구시설의 부지확보 및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외생변수에 더욱 의존하는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우리나라 원전의 적극적 수출과 원자력 운영부문의 수출에 의해 상당부분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매우 소극적 행정을 펼칠 것이다. 정치가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한 행정이 이를 앞서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역량이 약화된 원자력 부문은 정부의 정책을 선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제기구도 정책적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경제협력기구 원자력국(OECD/NEA)도 국제에너지기구(IAE) 등 유관 국제기구와의 협력에는 소극적이고 원자력계 내부의 자원으로 가동되는 프로그램에만 적극적일 것이다. 이에 따라 관료화된 국제기구는 원자력 활동의 디딤돌이 되기보다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위한 원자력 연구개발이 성숙단계에 들어감에 따라서 기술실증을 위한 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지만 부정적 인식으로 인하여 예산확보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산업계와 연구계의 협력이 없다면 기술개발은 제한적으로만 진전될 것이고 미래에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 원자력을 위해서 원자력 정책역량의 확충, 수출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체제정비, 대중수용성의 제고, 신기술개발의 플랫폼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