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전도입국-공급국 정부 간 협약…사업자 선정 ‘패키지 수의계약’ 변화
지난 3일 산업부-한수원-수출입은행 등 17개 기관 ‘원전수출협의회’ 첫 회의

UAE원전 사업은 한국최초의 해외원전사업으로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5600MW)를 UAE 아부다비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진제공=한국전력 홍보실

[원자력신문] 현재 원자력발전소는 전 세계적으로 30개국에서 434기가 상업운전 중이며, 3억9886만kW로 세계 전력의 약 16%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책으로 원자력산업을 육성·추진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14개국에서 63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고 26개국에서 173기가 계획 중이다. 신규 원전 대부분은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중 우리나라의 수주 가능성이 있는 시장은 UAE 후속호기를 비롯해 사우디, 이집트, 남아공, 체코 등 9개국 30여기다.

◆국제경쟁입찰 과정 통해 “韓, UAE 원전사업 수주”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0여 년이 지난 2009년 12월 27일, 우리나라는 그동안 쌓아 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원전인 APR1400 4기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함으로써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을 수출한 나라가 됐다.

UAE 원전 사업은 신고리 3·4호기와 동일 노형인 APR1400 4기를 수출함으로써 그 규모가 2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3만 달러급 중형차 62만 대를 수출한 것과 동일한 규모이다.

원전 수출 성과는 상업용 원자로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분야로도 이어졌는데 2010년에는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했으며, 세계 최초로 스마트 원자로를 개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10만kW급 중소형 원자로 ‘SMART’ 수출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그야말로 대형원전부터 연구용 원자로에 중소형원전까지 완벽한 ‘원전수출 포트폴리오’ 구축과 원자력기술 공급국으로서 국제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원전 프로젝트들의 상당수가 보류되거나 지연되는 사태를 맞았다. 과거 원전시장은 진입 기술 장벽이 높아 소수의 공급사를 대상으로 발주국이 주도하는 경쟁입찰이 일반적이었고,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경쟁입찰 과정을 통해 UAE 원전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전도입국과 공급국 정부 간 협약으로 사업자가 선정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화하며, 원전기술뿐 아니라 원전을 통한 고용과 전문인력 양성, 관련 산업 발전 등을 포함한 패키지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신규 원전 도입국들은 공급국의 대규모 재원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제2원전을 수주하기 위해 신규 원전사업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1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한전에서 독점하던 원전수출 총괄기능을 40여년 원전운영의 노하우와 기술적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한수원에 원전 수출 총괄기능을 부여해 원전산업의 해외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3일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주재로 ‘원전수출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원전기자재수출법인(KNP),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수출여신기관, 정책금융기관 등 총 17개 기관이 모여 원전수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원전수출협의회는 원전 수출이 설계․건설뿐만 아니라 금융, 기자재 공급 등이 합쳐져야 하는 종합 패키지 사업인 점을 고려해 국내 원전 수출 유관기관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구성했다. 이날 산업부는 원전 수주 초기 단계부터 ‘원전수출협의회’를 통해 발주국의 여건을 진단하고, 해당 국가에 대한 맞춤형 수주 전략을 수립, 논의했다.

김인식 원전수출산업협회 회장은 세계 원전시장 수주 동향에 대한 발표를 통해 “현재 글로벌 원전시장은 UAE원전 수주 당시인 2000년대 말 대비 상당한 변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원전 선진국 이외에 최근에는 중국이 강력한 원전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들 글로벌 기업은 전략적 협력을 추진해 원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UAE원전 후속 해외사업의 수주가 절실한 시점에서 향후 원전 건설이 예상되는 체코, 남아공, 영국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맞춤형 수주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트렌트 밝은 중국 “대규모 금융 발판삼아 급부상”
최근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신규원전을 도입하는 국가들은 공사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급자에게서 자본을 융통하여 건설하고 운영 시 발생하는 전력요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따라서 원전을 수출하려면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시공이나 설계 경쟁력뿐 아니라 금융경쟁력도 높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낸 러시아와 중국은 대규모 재원조달을 발판삼아 세계 원전시장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금융계의 국제경쟁력이 높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원전 수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금융역량을 크게 향상시켜야 한다.

이날 유향열 한국전력 부사장은 원전 건설 사업의 경우 대규모 자금(150억~300억 달러 규모)이 투입되고 투자회수 기간도 장기간(2014년~2018년)이므로 국내 수출신용기관(ECA)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 부사장은 “원전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국내 수출신용기관(ECA)에 대한 출자를 증액하고 정책금융기관과 수출신용기관간 협조 융자를 강화하며, 시중 은행 참여도 확대하는 등 금융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비롯해 김인식 원전수출산업협회장, 유향열 한전 부사장, 노백식 한수원 해외사업본부장, 박구원 한전기술 사장,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부사장, 최송환 수출입은행 상임이사, 정기준 원전기자재 수출법인 대표와 원전수출 유관기관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원전수주 동향과 발주현황을 공유하고 원전 수출을 위한 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제1차 원전수출협의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시장 성공 키맨 “국민들 지지도 반드시 중요”
이날 회의를 주재한 우태희 2차관은 “해외 원전 수주는 기술력 외에도 발주국에 대한 산업․금융 지원을 총집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평가하면서 “국가별 산업협력 패키지 구성, 선진국과의 제휴를 통한 자금조달 능력 제고 방안 등을 원전수출협의회에서 논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하며 각 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한편 원자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자사 직원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제품은 시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듯,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민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2009년 UAE 원전사업 수주를 계기로 원전을 지지하며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 여론이 고조됐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신감과 경계심이 높아졌다. 결국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확실한 방법은 원전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원자력산업계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원하는 안전수준에 도달하도록 계속 노력하는 한편,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이 객관적 기반을 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면서 “또 내부적으로는 국내원전의 안정적 운영과 부단한 기술개발로 원전산업을 이끌어나갈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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