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사장, 15일 건설BOP 협력사와 문턱 낮춘 간담회
협력사 “사이다처럼 시원해…향후 피드백 확실할 듯” 기대

[원자력신문] 취임 3개월을 맞고 있는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원전기자재 협력기업들과 ‘돋보기 소통’에 나서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한수원 중소기업 수출지원센터’ 개소식 이후 해외수출 전담법인인 한국원자력기자재주식회사(KNP, Korea Nuclear Partners) 가입 기업들과 첫 번째 간담회를 가진 이 사장은 이번에는 건설원전 BOP(보조기기) 협력기업과 두 번째 간담회(사진)를 가졌다.

15일 이 사장은 서울시 중구 소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효성, 삼신, 무진기연, 서진인스텍, 성일에스아이엠, 국제전기 등 건설원전 BOP(보조기기) 주요 협력기업 대표 20여명을 초청해 약 3시간에 걸쳐 격의 없는 토론을 이어가며 애로사항을 직접 챙겼다.

이 사장은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국내 어수선한 정치적 상황과 원자력을 둘러싼 국민적 우려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지연과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불투명해지면서 원자력산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누구보다 협력기업들의 고충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그동안 원전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한 협력기업들의 경영 애로사항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어느 때보다 협력기업과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소통 채널을 확대해 협력기업들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장의 ‘문턱을 낮춘 소통’에 협력기업 대표들은 “과거에도 수많은 간담회에 참석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싶어도 한수원 눈 밖에 나 불이익이 되돌아올까 우려돼 진짜 속내는 언급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이관섭 사장의 적극적인 진행과 사이다발언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격의 없는 토론…‘易地思之’ 한수원 어려움도 공유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협력기업들의 건의요청과 애로사항에 대해 한수원 실무부처의 답변이 부족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설명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우니 다시 설명해달라. 전혀 해결방법이 없는 것이냐” 등의 발언으로 협력기업들의 입장에서 간담회를 이끌어갔다.

특히 국가계약법상 발생한 민원에 대해서는 한수원이 공공기관으로 갖는 한계를 설명하면서 “그럼에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협력기업을 달램과 동시에 실무진을 독려하는 모습은 중앙부처 고위 공직를 거친 관록이 엿보였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협력중소기업 대표들의 건의가 줄을 이었다. 먼저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원전기자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이 조속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건의하자 이 사장은 “알고 계시듯이 당장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그로인해 업계가 경영난으로 힘든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에 업계의 어려움을 수시로 정부에 전달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조성은 무진기연 대표는 “한수원의 국산화개발 지원을 통해 SST(Single Stud Tensioner)를 개발했고 UAE 바라카원전과 신한울 1‧2호기에 납품했으며,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강소기업으로 마케팅 비용 2억을 지원받는 등 ‘SST 세계 1등’을 목표로 중국과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당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한수원 관계자들을 UAE 시운전에 초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6월 시운전이 계획돼 있으니 이번 기회에 한수원 관계자들이 꼭 참석해서 제품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국제무대에서 SST의 우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수원의 관심과 격려를 요청했다.

특히 조 대표는 “MST(Multi Stud Tensioner)를 사용 중인 가동원전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도 비용절감을 위해 교체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자 이 사장은 “여기서 영업을 하시면 안된다”고 말해 참석자들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비리후속대책 “기기검증 직접지급 제도 폐지 or 개선”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기검증비용의 한수원 직접지급 제도로 인한 계약이행 차질’에 대한 의견도 개진됐다. 세방전지, 국제전기 등은 “원전비리 후속대책으로 ‘기기검증비용 직접지급 제도’가 마련됐지만 실제로 한수원 회계처리상 발주자와 검증기관 사이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직접지불이 불가하고 대신 검증비용을 기존과 같이 입찰시 공급자의 낙찰가격에 포함돼 지급하고 있다”면서 직접지급 제도 폐지 혹은 착수금/중도금 허용 등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고창석 한수원 조달처장은 “‘기기검증(EQ) 비용 직접지급 제도’는 공급업체(제작사)와 기기검증기관과의 유착근절 및 비리 원천차단을 위해 2013년 6월 정부의 후속대책으로 도입한 제도”고 말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물론 이 제도가 원 취지를 달성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공급업체로부터 해당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이 제도의 개선 필요성 혹은 제도 폐지에 대해 논의 해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고 처장은 “그래서 발주자가 검증기관에 EQ비용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 적정하지 않음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정부 역시 공급사들이 겪는 애로사항과 제도시행에 따른 법률위반 여부 등 제도 개선(혹은 폐지)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처장은 “현재로서 제도의 폐지 혹은 개선 가능여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폐지가 불가능할 경우 차선책으로 검증비용 지급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술규격서에 특정업체 제품명을 명시해 구매비용의 상승을 초래하는 일명 ‘스펙 알박기’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유병언 비츠로테크 대표는 “신고리 5‧6호기 보조기기 기술규격서에 특정업체의 제품을 지정한 탓에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관련 업체의 독과점 폭리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동일 성능의 타사 제품명도 명시해 공급사 자체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원재연 한수원 건설기술처장은 “기술규격서에 ‘or equivalent(또는 이에 상응하는)’란 내용이 있어 타사 제품을 선정, 적용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설계사와 협의해서 후속호기인 신한울 3‧4호기에는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강화된 품질보증시스템으로 인해 신한울 1‧2호기 납품기일 미준수에 대한 지체상금을 공급사에게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에 대해 이 사장은 “품질보증시스템이 강화된 것은 원전비리 후속대책의 일환인데 한수원 내부의 복잡한 절차와 검토 작업이 길어져 납품기일이 늦어지는 것은 원천적으로 공급사의 잘못이 아니지 않냐”며 “품질서류 과정에서 공급사와 한수원 담당자가 상의해서 유연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것이냐”고 한수원 실무진에게 물었다.

이에 손태경 한수원 관리본부장은 “현장에 담당자(차장 혹은 과장, 대리)가 재량껏 처리할 수도 있지만 차후에 ‘왜 계약과 달리 기간을 연장한 것이냐, 그 업체와 어떤 관계냐’ 등의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 담당자도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할 것이고 결국 담당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고충이 되는 것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특수상황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처리하고 향후 면책을 줄 수 있는 내부규정 등을 마련해서 탄력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보자”고 주문했다.

◆유자격공급자 감소 요인…등록요건 강화‧원전산업 매력 저하
한편 한수원은 협력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에 앞서 ‘공급자관계관리(SRM) 운영 및 개선’ 제도와 올해 동반성장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원자력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전기자재 제작 분야 매출액은 2003년 6000억원에서 2012년 2조로 10년간 약 3.2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기자재 시장은 오는 2035년까지 총 3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자재 분야의 매출액 증가에도 최근 수년간 한수원 등록 기자재 유자격공급자는 약 40% 이상 감소하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유자격공급자 감소 현상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 노후화에 따른 업체 폐업, 생산중단 등 단종품 증가로 대체품 확보 어려움 ▲2012년부터 이어진 납품비리와 품질서류 위변조에 따른 등록요건 및 심사기준 강화 ▲유자격 유지 및 품질비용 증가로 인한 원전산업 매력도 저하 ▲자격갱신 관리미흡에 따른 자발적 상실(이탈) 등으로 꼽았다.

이에 한수원은 원전 안전성에 부합하는 품질의 제품을 합당한 가격으로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공급자와 내부 구매프로세스(청구, 계약, 인수, 재고 등)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한수원형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통합체계 구축과 더불어 공급자관계관리(SRM, 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날 발표한 한수원 공급자 관계관리(SRM) 강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공급자 등록 유효기간은 3년에서 4년으로 연장되며, 심사기간 단축과 서류 및 절차 간소화 등으로 공급자 편의성을 최대한 제고키로 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공급자들이 제출하던 납품실적 증명서 등 요구서류 일부 폐지하는 한편 현행 4~5개월 걸리던 등록 심사기간을 1~2개월로 대폭 단축키로 했다.

또 원자력 안전등급 유자격공급자 감소와 노후 원전 증가로 인한 안전성 품목이 단종(폐업, 생산중단 등)됨에 따라 일반규격품을 구매해 검증 후 대체 사용할 수 있도록 유자격공급자 품질검증(CGID, Commercial Grade Item Dedication)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한수원 신규 공급자 등록 및 품질시스템(KEPIC/ASME 인증) 취득‧갱신 비용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지원키로 했으며,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체로 제재(최장 2년) 시 한수원 유자격공급자 제재기간이 최장 10년인 조치에 대해서도 합리적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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