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준국산 에너지 분류해도 자립도 16% 수준 ‘현실파악’부터
시민운동가 “25기 당장 중단 아냐…올바른 선택인지 고민해야”

“탈원전의 길은 어렵지 않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부터 하나씩 줄여나가면 국내 원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40년 후에는 원전 제로 국가가 될 수 있다.” -지난 12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 中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한 유력 대권주자들이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탈원전’이 연일 ‘뜨거운 감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25기이며, 설비용량은 2310만kW에 달해 국내 발전설비 용량(1억500만kW)의 약 22.1%를 차지한다. 또 건설 중인 원전이 5기(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건설추진 중인 원전은 4기(신한울 3‧4호기, 영덕천지 1‧2호기)이다.

그러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전시설이 밀집돼 있는 경주을 중심으로 5.8규모의 지진 발생하면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성은 걱정을 넘어 공포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 빈국으로 무연탄과 수력, 신재생에너지를 일부 사용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2014년 에너지자립도는 4.3%에 부과하다.

그런데 원자력은 연료를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에너지자립도 수치에 기여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소량의 필요한 연료를 수입해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한 원자력발전소에서 다량의 전력을 생산하므로 기술 기반의 에너지로서 준국산 에너지로 분류한다. 이렇듯 원자력을 국내 에너지에 포함할 경우 에너지자립도는 16% 수준으로 여전히 8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이 “지구온도 2℃ 이하로 낮추기 위해” 합의한 신(新)기후체제인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이 2016년 11월 4일 발효된 상황이다.

이 같은 국제적인 상황에서도 유력 대권주자들의 ‘탈원전’ 정책은 부존자원 없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정치적 논리만으로 탈원전을 결정할 경우, 전력 공급 불안과 전기요금 상승,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의 부작용은 물론 수십 년에 걸쳐 확보한 원전산업의 경쟁력까지 상실할 우려가 있다.

이에 (사)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 한국원자력학회, 경희대 미래사회에너지정책연구원은 공동으로 정치권의 원전 정책 제시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정책수립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07차 오픈포럼’에 참석한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탈원전 주장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은 ‘원전의 위험’에 대해 각자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라면서 “100%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는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한 위험이 어느 수준인가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매일 4300억 원의 비용을 에너지수입에 지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문제로 걸림돌인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통시 퇴출하겠다는 현재의 정치적 주장은 결국 80%의 발전원을 신재생 등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가격과 전력공급 안정성의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정책은 이념적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 경제, 환경, 안보적 이슈로 인식해야 하며, 또한 원전 안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 및 이해 증진은 원자력계의 숙제”라고 제언했다.

이어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개발부원장은 “경주에서 발생한 5.8규모의 지진을 일본의 지진환경과 같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대형 사고는 원전 안전성 향상의 계기로 삼기 때문에 앞으로의 원전은 더욱 안전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백 부원장은 “원전은 합리적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원전의 리스크를 더욱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유해물질의 유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절대량이다. 유해의 정도는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존재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방사선은 대한 안전기준은 다른 유해물질에 비해 훨씬 잘 정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대선주자들이 탈원전은 아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나 안전해야 안전한가는 매우 설득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고 있다”면서 “원전의 생존은 정치적 중립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견해는 달랐다. 이 대표는 “탈원전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우선이다. 반원전에서 탈원전으로 개념의 변화는 최종적으로 원전 이용을 멈추는 것”이라면서 “25기 원전을 당장 중단하자는 시민운동가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탈원전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선택인지가 중요하다. 올바른 사실을 기반으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또 중국원전 사고 시 우리나라에 영향이 있을 텐데 이에 대한 대비도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표는 “원자력 찬반 토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데이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공통의 확인이 필요하며, 그로 인한 논란을 줄여야 한다”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의사결정은 과학적 의사결정이 이뤄져야하고 감정적으로 이뤄질 경우 쓸데없는데 돈을 쓰고 오히려 안전성 향상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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