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회의, 마우나리조트 붕괴 잊었나…“무단 용도위반 안전 우려”
HICO, 연차대회만 허가 “전시회는 사용허가통보서에 없는 행사”

[원자력신문]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 이후 여진이 약 600여 차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주지역의 공공시설물에 대한 안전성 강화가 연일 화제이다. 그러나 국내 원자력산업계의 맏형인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주최하는 국제산업전시회 개최 장소가 불법용도 사용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이관섭‧現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가 오는 4월 5일부터 6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제32회 한국원자력연차대회’와 병행해 개최 예정인 ‘2017 국제원자력산업전’이 들어설 3층 C홀은 일반건축물대장(갑) 건축물현황 용도에 대회의실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 돼 그 외에 전시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큰 문제는 원자력산업회의가 지난해 11월 초 HICO 사무국에 제출한 사용허가신청서에는 ‘제32회 한국원자력연차대회’ 개최만 제출했으며, 올해 1월 17일 HICO 사무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사용허가통보서에 조차 ‘2017 국제원자력산업전’ 사용이 언급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원자력산업회의는 불법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전시 참여기관들에게 ‘중량물 반입제한’이라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중량물의 엄격한 제한을 두면 어떻게 홍보부스를 꾸미라는 것”인지 난감해하면서 ‘원산회의의 안전불감증’을 비판했다. 또 그에 맞지 않는 과도한 부스임차료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이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으로 1200억원을 투자해 건립 후 경주시에 기부 채납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경주시 보문단지 내 신평동 182번지 일원)는 4만2774㎡ 부지에 연면적 3만1336㎡의 지하1층 지상4층 규모로 ▲대회의실 3500석 ▲중소회의실 700석 ▲실내전시장 2273㎡ 등 국제수준의 최첨단 회의중심형 컨벤션센터이다.

경주컨벤션센터(HICO) 1층 시설물가이드에 표기된 바닥하중은 3ton/m2 /자료=HICO 홈페이지 시설물가이드 PDF 파일

특히 HICO 1층 전시장의 바닥하중이 3ton/m2인 반면 3층 대회의실(A, B, C홀)의 바닥하중은 1ton/m2로 중량물 제한을 엄격히 받고 있기 때문에 컨퍼런스 및 세미나 등 회의와 극장식 연회 외에 전시회 용도에 적절치 못한다는 평가이다.

HICO 「회의실‧전시장 운영규칙」제2장 회의실 운영규칙 제38조(중량물품 반입제한)에 따르면 회의실에 반입 진열하는 장비, 물품은 0.5ton/m2(HICO 주요시설가이드 설명서보다)을 초과하지 못하며, 중량물의 반입 시에는 사전에 협의 및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HICO는 안전성을 우려해 3층 C홀 사용 시 부스 3m(폭)×3m(깊이)×3m(높이)/4.5ton으로 상당히 보수적인 중량물 제한을 뒀으며, 원자력산업회의 측에 ‘중량물 사전신고’를 요청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했다.

경주컨벤션센터(HICO) 3층 시설물가이드에 표기된 바닥하중은 1ton/m2이지만 「회의실‧전시장 운영규칙」에는 회의실에 반입 진열하는 장비, 물품은 0.5ton/m2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자료=HICO 홈페이지 시설물가이드 PDF 파일

그러나 전시회 참여기관들은 전시장에 대한 ‘건축물용도 불법사용’은 물론 그에 따른 ‘중량물 반입제한’에 대한 사전 공지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산업회의 전시담당자는 “지난 2월 3일경 해당 기관들에게 전시참여 관련 이메일을 일괄적으로 발송하면서 화물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면적에 대한 공지를 파일로 첨부했다”고 공지했지만 ‘중량물 반입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고 답했다.

◆원자력공기업 돈은 “원산회의 봉이냐” 불만속출
하지만 참여기관들은 HICO ‘중량물 반입제한’ 규정에 따라 홍보설치물을 제한하는 ‘알맹이 빠진 홍보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토로했다. 특히 독립부스 참여기관은 기관의 고유 특색에 맞는 디자인의 목공부스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목공부스 자체만으로도 중량이 무겁다는 것이다.

참여기관 A씨는 “참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큰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는 원자력시설 모형 위주의 전시품들은 중량이 무겁다는 이유로 반입시키지 못하고 유포실사출력 및 판넬(액자)만으로 홍보전시물을 제한하는데 굳이 전시회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사실 내 돈이면 아까워서 당장이라도 취소하겠지만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고 이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하게 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의 부스임대료는 3,850,000(1개 부수/부가세 포함, 기본 및 독립부스 동일)원으로 전년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동일 전시회(기본 2,750,000원/ 독립 2,200,000원) 및 에너지 관련 타 전시회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국제원자력산업전’이라는 타이틀에도 원자력산업체(기자재 중소기업 포함)보다 원자력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주요 참가업체라는 점은 “원자력공기업(원자력산업회의 회원사)만이 원자력산업회의 수입원이고 봉이냐”는 불만은 당연하다.

이 같은 참여기관의 불만에도 원자력산업회의는 나름에 이유를 들었다. 원자력산업회의 관계자는 “매년 개최하는 한국원자력연차대회는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에 산업전이가 운영상의 마이너스를 충당해주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일반건축물대장

한편 ‘원자력산업회의의 전시장 불법용도 사용’ 소식을 접한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불과 3년전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10명이 사망하는 사건은 ‘문화 및 집회시설’에 대한 불법용도 사용에서 일어난 참사가 아니냐”며 “원자력산업계의 안전 지킴이가 돼야 할 원자력산업회의가 오히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전시장을 불법용도로 변경해 행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안전을 중요시하는 ‘원자력계를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경주컨벤션센터(HICO)의 ‘막무가내식’ 영업이 ‘회의실‧전시장 운영규칙’과 일반건축물대장(갑)에 게재된 건축법과 그에 따른 소방법 등을 어기고 일부 시설을 무단으로 용도 변경해 원자력산업회의에 임대를 준 것 아니냐”면서 HICO의 무책임을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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