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민정 한수원 신한울1발전소 주임, 글로벌 인턴십 後記
울진소녀 20년 원전과 동거동락…‘원자력 오해와 편견’ 깨기 앞장

“저는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나고 자라 20여년을 원전 주변에서 살아왔기에 원자력이 안전한 에너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원전과 멀리 있는 지역에 사는 일반 대중들은 원자력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성민정(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1발전소 운영기술실 안전팀(노심파트) 주임은 “원자력의 순기능에 비해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워 이러한 편견과 오해를 깨기 위해 학창시절부터 개인 SNS를 운영할 만큼 원자력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성 주임은 “사실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한번쯤 해외원자력 국제기구에서의 인턴십 활동을 꿈꾸는데, 2015년 한국원자력협력재단(KONICOF)이 주관하는 ‘원자력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선정돼 약 3개월 동안 OECD/NEA에서 인터십으로 쌓은 경험은 제 꿈의 최종 종착지 ‘원자력소통전문가’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원자력 인력의 글로벌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고 한국원자력협력재단(KONICOF)이 주관하는 원자력 글로벌 인재양성 사업은 ▲글로벌챌린지(차세대 인력대상 해외인턴십 파견, 해외 현장학습 지원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 ▲글로벌스칼라십(신진인력 대상, 해외 전문교육 및 글로벌 학술활동 지원을 통한 원자력 인력의 글로벌화) ▲펠로우십 사업(박사후연수생,·책임급연구원·교수요원 대상 해외공동연구 및 학술교류 지원) 등 3개 분야 총 6개 세부사업 구성됐다.

원자력협력재단과 협약을 맺은 해외 파트너 기관에서의 인턴십 및 교육연수 활동 등을 각각 지원하는데, 주요 협력기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위원회(OECD/NEA) ▲호주 원자력과학기술원(ANSTO) ▲세계원자력대학(WNU)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돌튼원자력연구소(Dalton Nuclear Institute, University of Manchester) ▲미국 아르곤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 등이다.

성 주임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위원회(OECD/NEA)의 Nuclear Science 부서에서 인턴십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국제적인 사안을 다루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또 해외에서 국위선양을 위해 힘쓰고 계신 국내 원자력계 선배님들과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는 또래 인턴들을 만나면서 지금껏 제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성 주임은 해외 인턴십 활동을 통해 글로벌 실무능력은 물론 국내를 벗어나 국제적인 시각에서 다각도로 원자력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까지 선물받은 셈이라고 하니,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원자력소통전문가’로 성장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OECD/NEA 인턴십 기간과 당시 어떤 업무 등을 수행했으며,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혹은 주요 업무)에 대해 설명해달라.
“2015년 9월부터 3개월 간 OECD/NEA의 Nuclear Science 부서에서 인턴활동을 수행했습니다. Nuclear Science 부서는 전 세계 원자력산업과 관련된 과학적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하여 각국의 연구 및 실험 수준을 더욱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어요. 그 중 저는 주로 연구 및 실험 시설 데이터베이스 (Research and Test Facility Database) 자료 업데이트 및 수정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전 세계 원자력 연구 및 실험 시설들이 총 망라 된 자료를 각 시설의 현황에 맞게 업데이트 및 수정하였으며, 각 기관 홈페이지나 구글 등에 흩어져있는 참고문헌들을 정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이 업무를 통해 방대한 양의 자료의 질과 접근성을 높였으며 모든 업무활동들은 매달 모든 부서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보고한 후 조언을 얻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인턴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했던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달간 조사하고 정리했던 데이터들을 짧은 시간 안에 보여드려야한다는 부담감에 더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분들 앞에서 사견을 개진한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발표 후 부서장인 Jim이 칭찬해주시며 지금 제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들이 장래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원자력은 과학적인 사실과 기술자의 경험과 윤리에서 국민의 신뢰는 쌓이게 되는 것이다. 흑백논리가 아닌 가치중립적인 사고와 목소리가 원자력에 대한 정책 결정에서 국민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인턴십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인턴들과 자국의 원자력 정책과 소통에 대해 어떤 얘기들을 나눴는지.
“인턴십에서 만난 다른 인턴들과는 당시 각자 수행하고 있던 업무나 파리 현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대화를 주로 나눠 각국의 원자력 정책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어요. 저 또한 원자력은 과학적인 사실과 더불어 종사자의 경험과 윤리에서 국민의 신뢰가 쌓인다고 생각해요. 무조건적인 ‘안전하다’, ‘위험하다’의 흑백논리가 아닌 ‘방사능이라는 위험성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호 시스템과 안전 설비가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라고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고 판단의 몫을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면으로 보아 원자력은 고도의 ‘첨단과학분야’ 라기보단 국민들과 계속해서 대화하고 의견을 수용해야하는 ‘사회과학’인 것 같아요. 또한 소통이라는 것이 한쪽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국민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원자력 산업이 발전을 한다면 박수쳐주시고 잘못이 있다면 질책도 해주시며 자기 자신만의 원자력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고 판단해준다면 더 효율적인 소통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들이 원자력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어렵고 생소하게만 느끼시지 않도록 지속적인 행사나 슬로건을 통해 다가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그들의 사례와 국내에서 민정씨의 홍보활동 등을 비춰봤을 때 나름 '소통의 정의'가 명확할 것 같은데. 지금 원자력계에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되는지.
“제가 생각하는 소통이란 지속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느꼈던 때는 대학시절 원자력관련기관 기자단, 토크 콘서트 등의 행사에 많이 참여하면서였죠. 분명 그 모든 이벤트들은 ‘국민들에게 다가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원자력을 쉽게 알려드린다’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났으며 단시간에 많은 분들에게 원자력을 알려드리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원전 건설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지속적으로 논의하여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장기적인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으로 크게는 회사차원에서 장기적인 홍보 프로젝트(광고, 장기 기자단 등)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소재에 대한 공모전을 주최하여 역으로 국민들에게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작은 방법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어요. 첫 번째로는 원자력산업종사자분들이 옆을 둘러보는 것입니다. 의외로 원자력산업종사자의 가족과 친구 등 주변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옆의 국민 한 사람에게 원자력을 알려나간다면 이 또한 효율적인 소통이 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대학생 기자단들이 원자력을 알린다고 시내 한복판에서 홍보책자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제가 수용자라면 생소한 대학생 기자단들의 3시간 설명보다 가장 친한 친구의 30분 설명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둘째로는 발달된 SNS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꾸준히 운영하며 많은 자료들을 쌓아 많은 분들이 다른 주제 검색을 통해 유입되었지만 원자력과 관련한 자료 또한 자연스레 접하실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에요. 일례로 저는 고등학생때부터 운영한 개인 블로그에 맛집, 노래, 영화, 여행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자료와 원자력을 함께 게시하여 자연스럽게 노출 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계에 바라는 점은 ‘지역 주민과의 대화’입니다. 2016년 봄, 경주 시내 곳곳을 누비면서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여쭤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대부분의 경주 시민들이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존재를 모르거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위험한 것 아니냐’ 부터 시작해서 ‘금전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하더니 반영되었다고 느껴지는 것이 없다’라는 의견까지 이어지던 부정적인 의견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아직 부족한 지역주민과의 대화의 장을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한수원이라는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의 중심의 일원이 된 만큼 제가 생각하는 소통을 더욱 더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원자력협력재단에서 '2017년도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새롭고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젊은 청춘'들에게 먼저 경험해본 선배로써 조언을 한다면.
“꿈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선 해외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을뿐더러, 국제적인 원자력관련 기관에서의 근무를 통한 지식함양과 네트워크 구축은 딱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턴십으로의 도전을 시작하셨다면 어떤 업무든 자신감을 갖고 임하는 자세와 인턴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에 대한 목표의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맡겨지는 업무의 수준과 양이 달라지고 이를 통해 본인이 얻어가는 것 또한 큰 차이가 생기죠. 인턴업무 시작 전 준비기간 동안 이 두 가지를 명심하고 목표점을 확실하게 갖고 계시다면 그것을 꼭 얻을 수 있을 것입니. 아직도 2015년 9월 파리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던 그 날이 그립고 아쉬울 정도로 제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에 꼭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한수원 입사 7개월을 맞고 있는데 모든 새내기 사원들이 그러하듯 울진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100% 토종기술로 건설되는 신한울 1ㆍ2호기(APR1400) 제1발전소에서 근무하게 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울진은 어릴 적부터 자라온 고향이라 더욱 감회가 새로워요. 중고등학생시절 심심할 때 한울원자력홍보관에 가서 이것저것 읽어보고 버튼을 눌러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 일터가 되어 돌아온 것이 낯설기도 해요.(웃음) 또한 요즘은 대한민국원자력산업의 마일스톤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신한울 1발전소(APR1400)에 배치받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원자력기술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한 계통을 이해하면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또 다른 계통을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에 성실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와 국외로 뻗어나갈 APR1400을 그 현장에서 시운전 단계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경험하여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의 든든한 역군이 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원자력소통전문가’라는 참으로 대견하고 멋진 꿈이 있더라. 어떤 ‘원자력소통전문가’를 꿈꾸는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죠. 제가 먼저 원자력산업에 대해서 깊고 넓게 공부하여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원자력을 안전하고 이롭게 사용할 것입니다. 또한 반원전의 입장을 갖고 계신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고, 그분들의 의견 중 수정할 부분은 정중히 부탁드려 수정해나가며 대한민국 원자력계의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