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정당 초청 토론회, LNGㆍ신재생 확대…진보ㆍ보수 한목소리

올해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미래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특히 새로운 정부 출범이 임박한 만큼 우리나라 미래 에너지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안 때이다. 그러나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선주자들의 공통된 에너지정책 키워드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이다.

최근 잇따라 국회와 NGO단체 등의 주관으로 ‘차기정권의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을 묻는 정당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각 정당(대선후보 캠프)은 진보와 보수 등 각 정당별 차이는 있지만 ‘신규원전 건설 추진 중단 및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기본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원자력의 입지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전 신설 억제, 노후 원전 폐쇄 등 안전규제를 강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에너지 수급개선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전은 에너지수급에서 안전과 환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원전 확대 계획 전면 재검토 ▲가동 원전에 대한 규제 강화 ▲점진적인 원전 비중 축소 등 ‘진흥’에서 ‘안전우선’으로 대대적인 정책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정률이 미미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재판중인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및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 또 진도 6.5 이상으로 내진 성능을 강화하되 내진 성능 강화가 불가능한 노후 원전은 순차적으로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수급 개선 방향은 석탄발전의 신설 억제 및 비중 축소와 함께 가스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동시에 저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밖에 안전과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수급을 위해 에너지가격 체계를 개편한다.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환경비용을 고려, 발전용 연료에 대한 과세체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문 후보 측은 “8차 전력수급계획에 원전 정책 전환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라며 “원전 축소에 따른 수급 안정성, 비용 증가 등에 대한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하고 공론화를 거쳐 안정적인 중기 수급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석탄발전 축소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해결 ▲공적 금융의 석탄화력 투자 재검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 ▲에너지시장 적폐청산 ▲기후변화 업무 환경부로 일원화라는 ‘에너지ㆍ환경분야 5대 실천계획’을 내놨다.

먼저 석탄화력 축소계획에 따르면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당진 1ㆍ2호기와 삼척 1ㆍ2호기를 친환경발전원으로 전환하고 7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석탄발전 20기 중 당진에코 1ㆍ2호기와 삼척화력 1ㆍ2호기 등 미착공 4기에 대한 허가를 보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세먼지 발생이 심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화력발전 가동률을 70%까지 줄이는 대신 LNG 발전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안 후보 측은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의 석탄화력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신규 석탄화력 추진에 원천적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문 후보 측이 발전량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에 비해 안철수 후보는 최종에너지 소비량을 기준으로 잡은 점이 눈에 띤다. 목표비중 달성은 RPS와 FIT의 병행,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통해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타 후보들과 차별화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에너지시장의 ‘적폐청산’이다. 에너지시장 감독기관(산업부)의 ‘관피아’ 현상이 석탄화력과 원자력 활성화의 근본 원인이며, 이를 척결해야 한다는 것.

안 후보 측은 “한전 발전자회사 발전원 중 80% 이상이 석탄과 원자력이며, 산업부 출신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이직을 희망하는 기관은 대부분 한전을 필두로 한 전력그룹사”라면서 “특히 전기위원회 위원 및 전력거래소 이사 임명권이 대부분 산업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정책 수립 및 감독을 전담하는 산업부가 석탄화력과 원전에 불리한 정책을 세우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의 기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립기구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 안 후보 측의 주장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기후변화 대응 ▲공급안정성 ▲국민부담 최소화 ▲에너지 안보를 환경·에너지정책의 핵심가치로 정했다. 유 후보는 2030년 BAU대비 37%라는 현재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가 전망수치 및 감축수단의 적절성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추세, 전력수요 정체 등을 종합 고려해 재검토를 추진한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인 에너지세제와 요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탄소비용 등 외부비용을 에너지세제에 반영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전략이다. 요금개편 과정에서 에너지빈곤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에너지바우처 등 복지제도를 한층 강화한다.

유 후보 측은 “현재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원전과 석탄의 비중은 2030년을 전후로 전체 전력공급량의 80%를 차지하게 된다”면서 “이는 안전한 저탄소에너지 체제에 역행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착공 원전 및 신규 원전을 전면 유보하고 석탄발전 가동률도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를 대신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주력하되, 국내 여건을 감안해 천연가스를 과도기적 징검다리(브릿지 에너지)로 활용하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 후보 측은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낮은 발전원부터 우선 가동하는 ‘환경급전’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의 경제급전 방식에서 곧바로 환경급전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석탄화력을 가스 등으로 전환, 이를 일정기간 선 가동하는 ‘환경제약급전’ 방식을 우선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40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 ▲강력한 전력수요관리 정책 추진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공급비중 40% 달성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동북아 에너지ㆍ생태공동체 구상 실현이라는 5대 목표를 제시했다.

타 후보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심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및 노후원전 폐쇄는 물론 원전 발전량 제로 달성을 위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석탄화력과 원자력의 발전량을 2025년까지 50%로 제한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력거래시 환경급전과 안전급전을 우선해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을 기저화하고, 재생에너지 설비량을 2040년까지 40%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장기적으로 원전과 석탄을 제로화 하고 가스와 재생에너지로 그 공백을 채우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심 후보 측은 “이를 위한 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약 2조원의 여유자금이 발생하는 전력기반기금을 ‘재생에너지 확대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석탄화력에 탄소세 부과는 물론 원전에 ‘핵 연료세’를 부과해 연간 5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재생에너지 확대에 전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노후원전 및 석탄화력을 줄여도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며 “신재생에너지 비중 100% 이전에 LNG가 20~30% 수준의 중간역할이 필요하다”며 LNG를 기본급전으로 하는 환경급전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원전지역주민-대선후보, 탈원전 정책 협약 체결
한편 원자력발전 현안 지역주민들이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삼척, 영덕, 울진, 부산, 경주, 대전 등 원자력발전소와 관련 연구시설 현안 지역대책위는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 월성 1호기 항소 취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계획 중단(재검토), 대선 이후 6개월 이내 탈핵로드맵 논의 착수 등에 대해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과 정책 협약을 맺었다.

이번 정책 협약은 19대 대선에 출마한 원내 정당 후보 5명에게 일괄적으로 제안됐으며, 그 중 먼저 답변이 온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체결되는 정책협약이다.

이날 협약에는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와 신울진 1ㆍ2호기 건설 (잠정)중단과 사회적 논의 ▲신고리 5ㆍ6호기와 신울진 3ㆍ4호기 백지화와 허가취소 ▲영덕, 삼척 핵발전소 건설 계획 백지화 ▲월성 1호기 항소 취소와 폐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와 제2원자력연구원 건설 계획 중단(재검토) ▲대선 이후 6개월 이내 ‘(가칭)탈핵국민위원회’를 구성, 향후 탈핵로드맵을 논의 등 6개 항목이 포함돼 있다.

탈핵 현안지역대책위들은 “앞으로 다른 정당의 대선후보에게도 탈핵 정책협약을 촉구할 것”이며 “체결된 협약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에 탈핵정책 수립과 집행을 계속 촉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외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탈원전’이 등불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해 “차기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 가장 우선시 돼야하는 점은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면서 “원자력, 석탄, 가스, 신재생 등 발전원 간의 합리적인 믹스 조정을 통하여 사회적 동의와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하여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수출산업화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에너지산업의 복잡하고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중장기적인 플랜을 담은 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특히 국민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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