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인공태양’ 원전 갈등‧지구온난화 구원투수로 등판
'핵융합 보유한 국가, 에너지강국' 장기적 정책ㆍ투자 절실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국내기술로 개발․제작했다. /사진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

[원자력신문] 생존을 위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전 세계는 ‘소리없는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화석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및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를 불러왔다. 또 원자력에너지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해가 거듭할수록 원자력발전소 증설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자원 확보에 대한 분쟁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적의 대체에너지로 ‘핵융합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와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수억 도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이 융합해 태양에너지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핵융합 장치는 이 같은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속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두어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핵융합장치 벽면에 직접 닿는 부분의 온도는 수천 ℃(도)에 불과하다. 핵융합 장치는 이처럼 태양에서와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고 해 ‘인공태양’이라 불리기도 한다.

◆핵융합, 무한대 고효율에너지…안전성‧친환경까지 ‘팔방미인’
핵융합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핵융합로 내에서 삼중수소로 핵변환)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게 매우 유리한 에너지다.

또 핵융합연료 1그램(g)은 석유 8톤(t)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하며,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만으로 한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 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특히 핵융합에너지가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원자력발전처럼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해 장기적으로 관리할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치 않다는 것.

또 원자로 내부에 연료를 미리 채워두고 핵분열 연쇄반응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핵융합로는 연료인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외부에서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로 운전이 자동정지해 발전소 폭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없다.

핵융합 장치의 균열 등의 손상을 야기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핵융합로 내부의 진공 상태에 있는 수소에너지들이 모두 빛으로 변하면서 열을 모두 흡수해 버리는 동시에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원전과 같은 사고는 발생 할 수 없다.

아울러 핵융합장치를 둘러싸고 있는 초전도체는 온도 상승으로 절대 깨지지 않는 ‘온도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원전 내부 온도가 올라가 폭발하는 현상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지난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이은권(자유한국당) 위원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윤상직(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으로 핵융합 연구개발 현황과 실태를 점검하고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할 자리를 마련했다.

‘에너지전환시대, 한국은 어디로 가야하는가-국가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 현황’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핵융합에너지 산학연 관계자들은 “세계 많은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원으로서 핵융합에너지를 주목하고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는 추세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대한 연구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면서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안정적인 연구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 마련과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은권 의원은 “에너지 전환시대에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융합에너지 개발 후발주자로 시작한 우리나라는 1995년 국가 핵융합연구개발 기본계획 확정을 시작으로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개발·가동·운영에 성공하는 등 그간 일구어낸 성과는 세계최고”라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사례가 전무한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국가차원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황용석 서울대 교수와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조성경 명지대 교수 ▲박경호 현대중공업 부장 ▲유선재 국가행융합연구소 선임단장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기자 ▲이병희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원자력 팀장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섰으며, 조무현 POSTHECH 부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세계 최고 고성능 플라즈마 유지 70초 성공한 ‘KSTAR’
우리나라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선도하기 위해 가장 진보된 형태의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 제작에 뛰어들었다.

핵융합에너지는 수소같이 가벼운 원자핵이 합쳐져 헬륨처럼 무거운 물질로 변환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태양에너지의 원리이기도 하다. 핵융합 반응을 위해서는 1억℃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 즉 이온화된 기체인 물질의 네 번째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지구에서 태양과 같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KSTAR와 같은 핵융합장치가 필요하다.

태양의 중심보다 더 뜨거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한 것이 KSTAR와 같은 토카막(Tokamak)형 핵융합장치이며 KSTAR는 특히 저항이 없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핵융합 반응을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다.

황용석 서울대 교수는 “1995년 ‘국가핵융합연구개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핵융합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됐으며, KSTAR는 12년의 개발 기간을 통해 2007년 9월 건설 완공됐으며 종합 시운전을 거쳐 2008년 7월 최초 플라즈마 발생 성공 이후, 지난 5년간 매년 약 2000회 가량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수행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장치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본격적인 실험 운영을 진행한 KSTAR는 ▲2010년 초전도 핵융합장치에서의 H모드 세계 최초 달성 ▲2011년 핵융합 연구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핵융합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장(ELM)’ 제어 최초 성공 ▲2013년 플라즈마 불순물 제거기술 확보 및 H모드 플라즈마 20초간 안정적으로 유지 성공 등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에 앞장서왔다.

황 교수는 “지난해에는 세계 처음으로 ‘평균 5000만℃에서 고성능 플라즈마 유지 70초’를 성공과 더불어 핵융합 상용화 난제 중 하나인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돼 세계 핵융합 연구계의 관심을 받았다”면서 “아울러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를 얻기 위해 필요한 삼중수소 증식재를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완료하는 등 핵융합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비록 우리나라가 핵융합 연구의 지각생이지만 국내 핵융합 기술 수준 향상과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필수기술인 장시간 플라즈마 운전기술 분야에서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STAR는 미국, 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공동 참여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개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약 25분의 1규모로 핵융합 상용화에 필요한 난제 해결을 위한 실험을 매년 수행하고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토카막 장치 회원국별 주요 조달품목 /자료제공=ITER 한국사업단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2003년부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ITER 관련 주요 결정기구인 ITER 이사회 의장과 ITER 기구 기술 결정권자인 기술총괄 사무차장이 모두 국내의 핵융합에너지 전문가이고, ITER 기구 및 회원국으로부터 총 5378억원 수주(총 94건)를 달성해 국내 산업계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ITER는 화석 연료 고갈 위험과 환경 문제를 대비해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실증하려고 추진하는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이다. 1985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융합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1988년 사업이 공식 출범했다.

초기 멤버는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 등 4개국이었지만 핵융합 연구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이 2003년, 인도가 2005년에 각각 합류해 총 7개국으로 IO가 구성됐다. 사업비는 총 71억1000만 유로이며 EU가 45.46%를 나머지 국가가 각각 9.09%씩을 분담한다.

열출력 500MW, 에너지 증폭율(Q) 10 이상의 ITER는 2007년부터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되기 시작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국별로 할당된 ITER 주요장치를 각국에서 제작·조달 후 현장에서 조립해 완성할 계획이다.

한편 미래부는 올해 국내 핵융합연구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수립한 ‘제3차 핵융합에너지개발 진흥기본계획(2017년∼2021년)’을 토대로 그 간 축척된 연구역량을 총 결집해 ▲2030년대 건설을 검토 중인 한국형 핵융합전력생산실증로(K-DEMO) 개발 및 핵심기술 로드맵 등 구체화 ▲내년부터는 국내 핵융합 연구계 및 관련 산업계의 핵융합연구개발 체계 정비하고 글로벌핵융합연구 주도 및 핵심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핵융합에너지 발전이 실현된다면 그간 인류의 에너지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가가 에너지강국(强國)이었지만 앞으로의 핵융합에너지 시대에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에너지강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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