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더좋은미래-(재)더미래연구소 공동 ‘대선핵심 아젠다’ 보고서

2009년 신고리 3ㆍ4호기 본관건물 건설 당시 야간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 패러다임이 저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그리고 환경과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에너지의 세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선진국의 경우 원전 성장이 역성장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세계의 에너지 정책은 경제성에서 에너지안보를 거쳐 사회적 가치인 환경과 안전을 중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 중인 가운데,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 대선주자들의 공통된 에너지정책 키워드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이다.

“원자력을 중단하고 탈원전을 하자”는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진심인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인지 알 수 없지만 모두 책임없는 발언이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는 경제성, 기술성, 에너지안보, 산업정책, 환경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 중 어느 한 가지 측면만으로 주장을 펼치고 그 무책임한 발언에 너무 커켜 결국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기도 한다.

최근 더좋은미래와 (재)더미래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간한 ‘대선핵심 아젠다’ 보고서 중 에너지정책 분야가 원자력계는 물론 에너지업계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내외적으로 에너지 정책의 급변화속에서 현재 정부는 ‘제로 탄소’를 향해가는 세계적 흐름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며, 원전이나 전기요금 문제에 대한 대응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2017년 이후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정부가 LNG나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에 의존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발전단가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62.61원으로 가장 저렴한데 이에 비해 LNG는 169.48원으로 가장 비싸다”며 과거 정부가 원자력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비판했다.

또 “정부가 이처럼 경제성 논리를 내세우며 원자력 및 석탄화력에 의존하는 것은 저렴한 전기요금과 에너지원의 세금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 두 가지로 인해 결과적으로 에너지 가격의 왜곡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 및 소비구조의 왜곡까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내 전기요금은 왜곡되어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1차 에너지원의 가격보다도 2차 에너지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이 더 저렴하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보다 더 저렴한데, 우리나라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2015년 기준으로 일반용 130.5원 > 가정용 123.7원 > 가로등 113.4원 > 교육용 113.2원 > 산업용 107.4원 > 심야 67.2원 > 농사용 47.3원 순으로 전체 평균 전력 판매단가가 111.6원임을 감안할 때 107.4원이라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농사용 및 심야를 제외하고 가장 저렴하다.

이에 보고서는 “이렇듯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원에 있어서 발전단가가 저렴한 석탄과 원자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저렴한 전기요금은 전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산업영역에서 에너지 전력화, 즉 전기로의 에너지 쏠림 현상을 유발함으로써 전력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껏 정부는 의도적으로 석탄과 원자력발전이 저렴할 수밖에 없는 비용구조를 만들어 놓고 석탄과 원자력발전을 활용하는 것이 저렴하니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정부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사후처리 비용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단가는 1GW의 원전 이용률이 90%라는 전제 하에서 48.15원이다. 하지만 국제기구와 다른 선진국의 사례로 볼 때, 현재 정부가 추산한 원자력발전의 직접비용을 기반으로 한 발전단가도 저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더욱이 원자력발전의 직접비용뿐만 아니라 간접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훨씬 높아질 것”이라면서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의 발전단가를 계산할 때 사고발생 위험비용 등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정부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한 원자력발전 단가를 제시했지만 그 비용은 약 2원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원자력 집착’ 정부의 경제성 논리…생산ㆍ소비구조 왜곡 부추겨
공급→수요관리 전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ㆍLNG 가동률 높여

그런데 2014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발표한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원의 환경·경제성 평가(1차년도)’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과 사고위험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할 경우 원자력발전의 실질단가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단가의 최소 2~7배 수준인 kWh당 110.3~371.6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계상하지 않았던 숨은 비용을 포함하면 현재 가장 값비싼 전원으로 알려진 LNG 발전보다도 비쌀 가능성이 높다.

영흥화력발전소 북쪽 산중턱 구릉에는 태양광 모듈 5457장으로 이뤄진 태양광발전소와 더불어 영흥 풍력발전단지가 설치됐다. /사진제공=한국남동발전

보고서는 “정부가 주장하는 원자력발전소의 경제성이라는 것은 발전단가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먼저 폐로·해체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 등 사후처리 비용을 보다 엄격하게 재산정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이런 직접비용에 사회적 비용 등 간접비용까지 제대로 포함해 계산함으로써, 지금까지 발전단계에서 값싸다는 이유로 적극 활용되었던 원자력발전이 실제 값싼 것인지 재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전 사고 시 발생할 계산하기 어려운 엄청난 규모의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원자력발전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원자력발전은 과거 경제성, 에너지 자립 등을 고려해 선택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면 이제는 원전의 경제성에 대한 재검증과 안전 문제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원전 중심의 전력 공급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 같은 제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반론을 제기해 왔다. 정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발전소의 추가 증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평균 전력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최대전력, 즉 피크타임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발전소의 추가 증설이 필요하며,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은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었다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석탄과 원자력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정부는 석탄의 경우 점진적 감축에 동의하고 이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원자력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저렴한 발전단가 때문이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생산비용이 저렴한 즉 발전단가가 저렴한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측면에서 원자력은 매우 적합하며, 더욱이 원자력발전을 포기할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보서는 “정부의 반론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 반문하며 “첫째 공급중심의 정책에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석탄과 원자력발전 설비의 증설은 중단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과소비 산업구조를 에너지 효율형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셋째 석탄과 원자력 중심의 전력수급 정책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고 현실적인 대체 전력 수요는 LNG 가동률을 높여 해결해야 한다”고 향후 우리의 전력 정책, 더 나아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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