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원자력학회 춘계학술대회’…17~19일까지, 제주ICC서 개최
소튬냉각고속로‧원전 형상관리추진 등 10개 연구부별 논문 702편 발표

[원자력신문] “맞바람이 분다고 가야할 걸음을 멈출수는 없다. 옷깃을 여미고 몸을 낮추더라도 우리의 본문을 잊지 않고 책임있는 전문가로서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과거 원자력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에너지 현실에서 원자력발전을 통한 안정적, 경제적 전력공급 기반을 확보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또 원전도입 이후 400억 달러에 달하는 UAE 바라카 원전수출 쾌거는 세계 5대 원전강국으로 위상을 확인했으며, 그로인해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대응, 에너지 안보 등 경제, 에너지 여건을 고려해 원자력발전이 ‘희망의 클린 에너지원’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자력계의 ‘빛나는 호(好)시절’도 뒤로 한 채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원전의 안전성 논란은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힘을 실어주면서 원자력계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이다. 그럼에도 원자력계는 결코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위기 속에는 반드시 기회가 존재하는 법, 모든 악재를 털어버리기 위해 원자력계는 그들의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할 뿐이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2017 한국원자력학회 춘계학술발표회’를 갖고 원자력안전에 관한 원자력계 최신 학술논문에 대한 발표는 물론 산ㆍ학ㆍ연ㆍ관이 협력을 증진하고 앞으로 역할과 각오를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이번 학술발표회는 국내외 원자력계 관계자 1600여명이 참석했으며, 고리 1호기 영구정지에 대한 원전 해체와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 부실폐단, 국회 50건의 원자력관련 입법 발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및 노후 원전 폐쇄 등 국내 원자력계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황주호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에너지는 산업경쟁력 및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국가의 에너지정책은 하루아침에 변경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에너지정책 결정의 효과와 영향은 세대를 넘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그 어떤 정책보다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황 회장은 “원전 정책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원전의 기여도와 위험도 등을 분석한 후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손익을 평가해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라면서 “앞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새 정부가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에너지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원자력학회도 전문가 집단으로서 원자력발전의 안전문제,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고민할 것이며, 정부, 정치권, 원자력산업계가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사용량에 95%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성비가 높은 원자력발전소를 아무런 대안없이 폐로 또는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자는 정책은 무책임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신(新)기후협약에 대한 경제적 비용부담을 어떻게 대처할지, 그리고 그 대책비용은 후손들에게 부담을 지울 것인가”라며 탈원전에 대안을 정확히 내놓지 못한 새 정부를 지적했다.

◆원전해체 요소 기술 “공급자망 최적의 체계 구축 필요”
학술발표회 첫날인 17일에는 ▲제4차 산업혁명과 소듐냉각고속로 ▲최신 노심출력 분포 측정 및 노심보호감시 기술 ▲원전 해체 R&D 현황 ▲핵연료 기술 동향과 미래 기술 수요 전망 ▲국내원전 인간신뢰도 분석 현안 ▲동위원소 도전과 기회V:국제 동위원소 기술 전문가 발표 및 회의 ▲국내 방사선 계측기 및 입자검출기 기술 ▲원전 형상관리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 ▲원자력인력의 질적 향상 방안과 정책적 제언 ▲지역주민의 원자력 인식과 수용성 증진 ▲iPOWER 인간기계연계(HSI) 설계개발 ▲제4회 아시안 지르코늄 워크샵(Asian Zr Workshop) ▲International Workshop on Prospects for the Trump Administration’s Nuclear Policy and the U.S.-ROK Nuclear Cooperation 등 13개 주제별 워크숍이 열렸다.

이번 학술발표회 중에서 참가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원전 해체 R&D 현황 워크숍’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해체 R&D 추진 현황과 규제방향 등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오는 6월 18일 해체를 위한 영구정지에 돌입하는 고리 1호기 해체와 관련해 원자력 안팎에서는 “여러 산업체들의 참여를 통해 해체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해체 개시시기가 향후 15년 후에 수행될 사업을 위해 민간기업(중소기업)이 지금부터 준비나 투자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원자력계 관계자 A씨는 “원전 해체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현존하는 기술을 잘 골라 조합하고 응용해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소 기술 공급자망을 잘 관리해서 최적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원자력계 관계자 B씨는 “원전해체 기술은 방사선관리, 시공, 기계, 화학, 제어, 로봇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복합된 종합 엔지니어링‧융복합 기술”이라며 “고방사성의 극한 환경에서 적용이 필요한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비원자력 부분의 상용화 기술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연구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워크숍도 참가들의 호응이 놓았다. 국제 동위원소 시장동향 및 기술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아시아 지역 국가와의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국제 동위원소 기술 전문가 워크숍’은 원자력연구원, 한국방사선진흥협회,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호주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 베트남원자력연구소 등 국내외 동위원소 기술전문가들이 참석해 동위원소 생산 인프라, 기술개발 현황, 시장동향, 미래계획에 등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또 ‘제4회 아시안 지르코늄 워크숍’은 지르코늄 합금개발, 기초물성 평가, 제조기술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지르코늄 기술 전문가들이 2년마다 모여 연구현황을 공유하는 국가간 협력을 구축하는 자리였다.

올해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상하이대, 도쿄대, 오사카대 등 국내외 지르코늄 전문가들이 참석해 합금기술, 부식저항, 사고저항성 강화 기술 등에 대한 30여 건의 주제가 발표됐다.

이밖에도 ‘iPOWER 인간기계연계(HSI) 설계개발 워크숍’은 자가학습 지식융합형 발전 플랜트안전 기술 개발 현황, 변화하는 규제환경에서의 원자력계측제어의 역할, 인공지능 기술을이용한 가압경수로 원전 운전 자동화 기술, 단순화 및 진단기능/자동시험을 강화한 고신뢰도 보호계통, 안전기능 고장감시 및 대응전략 수립 등에 대한 주제발표와 자율운전 및 인공지능의 원전 적용의 제약과 효과에 대한 열띤 토의가 이어졌다.

학술발표회 둘째 날인 18일부터 19일까지는 ▲원자로시스템기술 ▲원자로물리 및 계산과학 ▲방사성폐기물관리 ▲핵연료 및 원자력재료 ▲원자력열수력 및 안전 ▲방사선 이용 및 방호 ▲양자공학 및 핵융합기술 ▲원전건설 및 운영기술 ▲원자력정책, 인력 및 협력 ▲원자력계측제어, 인간공학 및 자동원격 등 10개 연구부회별로 초청발표 32편과 더불어 ▲학생/청년 Competition Session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대학(원)생 논문연구지원사업 논문을 포함해 총 702편의 원자력 최신 연구 성과물이 발표됐다.

◆원자력계, 의기소침 떨치고 “전문가적 각오 다져”
한편 학술발표회 둘째 날인 18일 오후 특별강연에서는 ‘에너지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개관 및 최근동향’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세리 법무법인(유) 율촌 대표변호사는 “원전 수출을 비롯한 에너지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자금지원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대주) 기타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성공적인 사업수행의 관건인 경우가 많다”며 “즉 사업의 첫 추진 단계에서부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하여 은행 등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조달이 가능한가(bankability)의 관점에서 프로젝트의 주요 조건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의 법적 측면에서의 핵심 고려사항은 에너지 사업의 위험을 어떻게 분배(risk allocation)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통상 검토되는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을 포함해 에너지 프로젝트의 주요 당사자(Key Player)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이에 윤 변호사는 에너지 분야의 자금 조달 방식과 관련해 최근 동향을 소개하고 자금 조달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방식인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를 법적 측면에서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이어서 전중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왜 어떤 위험은 두려운가?-진화심리학의 관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전 교수는 “사람들은 어떤 위험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반면 다른 위험은 지나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핵무기, 수돗물 불소 첨가 등은 통제할 수 없고 단번에 많은 사람을 죽이며 새롭고 낯선 위험이라고 과대평가하지만 위험에 의한 사망자 수로 따지면 이러한 위험 지각은 종종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학생들과 성인 여성들은 핵무기가 자동차보다 더 위험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핵무기에 의한 사망자 수는 자동차 사고의 사망자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위험을 유독 더 두려워하는 것인지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화심리학을 따르면 마음은 수백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진화적 조상들이 대개 수십 명으로 이뤄진 작은 집단 내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부딪혔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해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설계’한 수많은 심리 기제들의 집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려움이라는 정서는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 모면하게 해 진화한 심리적 적응이다.

전 교수는 “진화 역사를 통해서 인간이 정기적으로 상호작용해 온 지인들의 그물망 크기는 100~200명이었다.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을 한꺼번에 잃는 일은 우리 조상들의 번식 성공도를 급락시키는 매우 중대한 일이었으므로 100명 정도를 죽이는 사고를 그보다 더 적은 수(예: 10명)를 죽이는 사고보다 더 두려워한다”며 “동시에 100명보다 훨씬 더 많은 수(예: 1000명)을 죽이는 사고를 100명을 죽이는 사고보다 특별히 더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면서 결론적으로 다양한 위험들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대응 방식은 ‘심층적인 수준에서 합리적’임을 강조했다.

한편 1969년 창립된 한국원자력학회는 원자력 관련 학술 및 기술 발전과 원자력 개발 및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학술단체로 현재 4800여명의 회원이 전문분야별 10개의 연구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의 국제 학술지인 NET는 2007년에 확장판 SCI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었고 현재는 핵심판 SCI 데이터베이스 진입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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