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센터 환경법제포럼서 정남순 변호사 주장
박종운 교수 "원자력 안전 정보공개 법적으로 보장해야"

23일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원자력안전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핵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무효소송은 한수원의 영업비밀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소송이었다. 자기들만의 허가 방식으로 연장 계획을 인증했기에 한수원의 패소는 당연한 결과였다"

정남순 변호사(환경법률센터 부소장)는 지난 1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환경법률센터가 주최한 환경법제포럼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영업비밀과 그것을 감싸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행태, 미흡한 자료제출까지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었던 소송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원전수명연장 관련 분쟁을 통해 본 원전정책'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환경법제포럼 공동대표인 김호철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인사말에서 지난 2월 7일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의 취소 판결을 언급하며 "오늘 포럼이 원자력으로부터의 국민안전이라는 대의를 얻기 위해 더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정 변호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과정을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할 관련 전문가들이 거의 없어 너무 어려운 소송이었다"고 회고하며 "이번 소송의 기본적인 핵심은 월성1호기 운영변경허가 시 필요한 서류들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과 운영변경허가와 관련해 심의 대상과 심이 주체, 심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한수원은 법원의 요청에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신청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신청서 ▲운영변경전·비교표 등 필요 서류들을 제출하지 않았다. 보안 상을 이유로 '운영변경허가'가 아닌 '주기적 안전성평가 보고서' 만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더욱이 최초 운영허가 이후 수많은 운영변경허가와 관련해 피고 위원회의 심의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최고기술기준(GAP ANALYSIS)을 적용하지 않았다.

정 변호사의 바톤을 이어받은 박종운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국내 원전을 비교하며 원전에 처한 문제점을 여실히 비판했다.

박 교수는 미국 스리마일섬(TMI, 1979)·러시아 체르노빌(1986)·일본 후쿠시마(2011) 원전사고를 예로 들며 원전의 3대 안전기능장치 작동 여부에 따라 생겨날 수 있는 원전 사고를 부각했다.

특히 박 교수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미리 알 수 있는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하며, 과거 한수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의식 없이 매뉴얼만 설정해 놓은 원자력계의 현 실태를 강력히 비난했다.

박 교수는 "한수원에 근무했을 당시 10개의 예산안을 올리면 그 중 채택되는 것은 2~3개에 불과했다"면서 "국내 원자력계는 모호하고 형식적인 사과관리법으로 안전도, 다수호기의 위험도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의응답 및 전체토론에서 박 교수는 원전 문제의 투명성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원자력계가 그동안 해 온 일을 모두 공개하고 원자력 안전에 대한 모든 정보를 법적으로 요구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국민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원안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원안위가 원자력 관련 문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이를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3일 오전 11시 반부터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소송 항소심 첫 재판이 서울 고등법원 제1별관 303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 앞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취소 판결을 냈지만, 원안위는 항소를 취소하지 않아 1차 항소심 재판이 열린다"면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매몰비용은 늘어나고 있고, 영덕과 삼척 등 신규 핵발전소가 계획 중인 지역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월성원전 앞 지역주민들의 이주 요구 천막농성은 벌써 1000일을 넘었고, 밀양과 횡성 등은 원전의 전력을 옮기기 위한 초고압송전선로가 운영 중이거나 추가 계획 중인 지역의 싸움도 계속 되고 있다"며 "경주와 영광에선 고준위폐기물 임시저장고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물론 오는 7월부터는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진행하던 다양한 정책들은 정권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때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적극적인 탈핵의지 표명과 공약 이행"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당장 시급을 다투는 문제부터 시작하여 탈핵정책 추진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밝혀야 할 것이며, 그 내용이 내달까지 작성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겨 향후 국정운영에 핵심과제로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동행동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탈핵정책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인사들이 제대로 된 철학을 갖고 탈핵정책을 총괄해야 한다"며 "향후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더 적극적으로 지켜볼 것이며, 진정한 탈핵한국이 만들어질 때까지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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