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진흥협회, 방사선분야 토론회 개최

“새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방사선 분야까지 엮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방사선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원자력계의 그늘에 묻혀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다가 이제와서는 원자력과 동일 선상에서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을 블루오션으로 평가하는 세계의 흐름을 분석해 지금이라도 과감한 투자가 현실화돼야 한다.”

김용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방사선 분야 토론회의 첫 발제자로 나서 “방사선분야는 그동안 원자력분야의 그림자에 가려 절반에도 못미치는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방사선 이용증진과 산업발전을 위한 산학연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김 교수는 현재 방사선 분야의 산업현황과 관련, “방사선을 이용한 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신성장의 동력으로 주목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기반 부재로 인해 방사선 기기의 9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방사선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미비한 지원에 개발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방사선 시장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 등에 따르면 세계 방사선 산업 규모는 지난 2011년 기준 182조원에서 9년 뒤인 2020년에는 464조원으로 4배 가량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가 방사선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평가하며 사업 확장을 하는 반면, 국내 방사선 시장은 아직까지 뒤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방사선 기술이 의료, 산업,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음에도 원천기술과 산업체 역량 부족 등으로 대부분의 방사선 관련 기기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 규모도 원자력(25조원)에 절반을 조금 웃도는 16조원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이유를 정부의 잘못된 조직개편을 원인으로 들었다.

전담인력이 원자력에 국한돼 있어 방사선을 관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방사선 분야는 기초 연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개발 연구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줘야지만 발전이 가능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체계화된 정부의 정책 추진 부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성기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방사선 기술을 통해 성공한 콜마비앤에이치 기업을 예로 들며, 방사선업계가 성공하기 위해선 “훌륭한 파트너십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모체인 (주)선바이오텍은 지난 2004년 2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소재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기술투자와 한국콜마의 기술 및 자본투자 등 공동출자 형태의 합작 벤처기업을 통해 코스닥으로 상장했다.

조 연구원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성공요인을 우수한 파트너 선정과 후속 기술지원이 가장 큰 영향이었다”며 “상품이 시장에 나가는 것은 소비자, 기업, 연구개발자 등의 그룹이 서로 얽히는 것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만큼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톤을 이어 받은 정병엽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중성자 핵변환 도핑 기술은 반도체의 연료부터 시작해 자동차 등의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며 방사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성자 핵변환 도핑은 부도체인 고순도의 실리콘(Si) 단결정에 중성자를 쪼여 실리콘 원자핵 중 일부를 인(P)으로 변환시키는 기술로 이렇게 만들어진 반도체는 화학공정을 이용해 만든 반도체에 비해 인의 분포가 균질해 고급 반도체 소자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정 소장은 또 방사선 융합기술도 언급했다.

방사선 융합기술은 물체를 투과하거나 이온화시키는 방사선의 능력과 살균력을 통해 다른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은 만드는 것으로, 세계 각국이 첨단의료, 우주, 국방, 생명공학, 나노, 환경 분야 등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 소장은 그러나 방사선을 블루오션으로 평가하는 세계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에서의 정부 지원은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코발트 60 방사선원 국산화 이슈’를 주제로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손광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발트 60은 국내 기술로 개발할 수 있기에 고용창출 및 기업 창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발트 동위 원소 중 하나인 코발트 60은 방사성 동위 원소로 코발트 59 원자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만들 수 있으며 핵의학, 농업, 공업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한편 임인철 소장을 좌장으로 시작된 2부 패널토론에선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방사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에 아주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의료 분야를 비롯해 각 산업체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오는 방사선이 왜 정부의 허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전담부서 신설을 시급히 개설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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