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생면 주민 “재산권 포기하며 헌신한 대가…상실감만 남아”
NGO단체 “논란 중인 신고리 5ㆍ6호기 중단 언급 없어 유감”

울주군은 지금 용광로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 찬반을 두고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NGO단체, 그리고 부산시와 울주군 주민들 간의 치열한 갈등 때문.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건설이 시작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는 8조6254억 원 규모의 초대형 건설프로젝트로 조선업 불황으로 늪에 빠져있던 울산지역의 경제에 활기를 되찾아줬다. 하지만 ‘신고리 5ㆍ6호기’는 새 정부의 ‘원전 제로’ 기조와 맞물려 좌초 위기에 놓였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원하는 주민들은 10년이 넘는 진통을 겪으며 2013년 7월 ‘주민투표’를 통해 자율유치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원전 인근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반발했지만 국정기획자문위은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은 굉장히 강조해서 한 공약”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개인의 재산권과 생업이 걸린 문제를 두고 볼 수 없는 지역주민들은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현장 주변과 울주군 일대에 ‘건설중단 반대’ 현수막을 걸어두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물론 지난 15일에는 서울로 상경해 광화문에 위치한 국정자문기획위원회와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등에서 집단투쟁을 이어갔다.

또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이 예정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리는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정문에서부터 홍보관 입구까지 수 백 명의 지역주민들이 거리투쟁을 펼치며 “신고리 5ㆍ6호기를 예정대로 건설해 줄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울주군 지역주민과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법하게 허가돼 추진되고 잇는 국책사업이 중단됨으로써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며 “아울러 자율유치 신청에 따른 지역상생지원금 1500억 원 집행도 물거품이 되고 또 부지매입과 어선보상 철회 등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창출, 복지증대 등 국가주요시설 유치에 따른 기대효과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정부정책을 믿고 자율유칙에 앞장섰던 순진한 지역주민들이 건설 중단으로 인해 도리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앞으로 어느 국민과 지역이 정부와 국책사업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목소릴 높였다.

울주군 지역주민과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수 십년 간 전기의 주수자인 대도시 신민과 기업들을 위해 그로기 국가경제를 위해 위험시설인 원전을 안고 살아온 지역주민의 삶은 국가로부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정책변경에 앞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서 “원전 인근 주역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원전축소 공약이행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대적 상황과 다수논리에 따라 늘 피해를 받아온 소수의 원전 지역주민들의 고충도 보살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고리원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을 선포하며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30% 가량 건설이 진행 중인 신고리 5ㆍ6호기의 중단을 두고 서생면 지역주민의 극심한 반발과 원전산업계 중소기업 공급망 붕괴 우려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 5ㆍ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언급해 급한 불을 껐다는 분위기지만 이를 두고도 전문가마다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도 건설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매몰비용은 늘어가고 논란 또한 계속 확산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보다는 뒤로 미뤘다는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번 탈원전 선언에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 여부가 명확히 선언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최근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상황에서 당장 건설을 중단하거나 백지화하는 것이 아닌 공사는 계속 진행하면서 백지화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은 당분간 현재와 같은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린피스 “신고리 5ㆍ6호기 공익감사 청구” 국민청구인 모집
한편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함께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에 대한 감사원의 공익감사를 청구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국민청구인 모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보도자료를 통해 “신고리 5ㆍ6호기는 부산과 울산에 걸쳐 위치한 고리에 건설되고 있는 9, 10번째 원전으로 총 설비용량은 2800MW이며, 지난 19일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4.7배에 해당한다”며 설계수명 역시 고리 1호기의 두 배인 60년이라고 언급했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사업 추진은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됐다. 이후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ㆍ6호기의 건설허가를 최종 승인했다.

그린피스는 “하지만 신고리 5ㆍ6호기는 실시계획 승인 단계부터 사회적으로 큰 반대를 불러일으켜 왔다”면서 “후쿠시마 사고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10기의 원자로를 대도시와 경제 핵심 시설 인근에 밀집시키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취소 서명에 이미 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전국 8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진행해온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를 포함한 ‘잘가라 핵발전소’ 서명에도 33만 명의 시민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신고리 5ㆍ6호기를 건설하는 것은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 수용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결정”이라며 “더 이상의 혈세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감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공익 감사 청구 조건인 300명 이상 국민(19세 이상) 청구인이 모집되는 대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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