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 22~23일 ‘원자력안전해석 심포지엄’ 산학연 300여명 참석
사고해석ㆍ중대사고 등 현안 되짚고…글로벌선도 위해 ‘머리맞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1ㆍ2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에 대한 잠재적 재해를 평가하는 기술을 안전해석(Safety Analysis)이라고 한다. 즉 정상운전, 예상운전과도상태, 사고조건과 사고 후의 상태 등 원전의 모든 상태에 대한 대처능력을 해석하는 것으로 설계기준사고(DBA)와 이를 초과하는 중대사고(SA)를 포함한다.

지금까지 원자력은 발전소의 계통ㆍ기기 및 구조물의 설계기준사고(DBA, Design Basis Accident)를 가정하고 이에 대한 모든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안전이 보장된다고 가정했다.

실제로 원자력산업 초기에는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노심손상을 야기하는 중대사고(SA, Severe Accident)는 발생할 수 없다”고 치부하며, 이를 가상사고(Hypothetical Accident)로 불렀다.

그러나 미국의 TMI-2, 구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로 각각 다른 형태의 원자로에서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심이 녹는 중대사고’는 더 이상 가상사고가 아닌 대형사고(국제원자력사건 등급(INES) 체계 중 7등급)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전 세계 원자력계는 “노심이 녹는 모든 중대사고를 설계기준사고로 삼아야 하며, 설계기준사고가 바뀌면 ▲사고예방(Accident Prevention) ▲사고완화(Accident Mitigation) ▲사고관리(Accident Management)의 전 과정에 걸친 모든 규제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선언’에 따라 운영 중인 25기의 원전과 신규원전 건설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원자력계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성을 실현하기 위한 안전해석의 역할에 대해 본질적인 경험과 지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원장 성게용)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안전해석 기술의 글로벌 선도 전략’이라는 주제로 충남 대천 한화리조트에서 ‘2017 원자력안전해석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03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원자력 안전해석 심포지엄’은 원자력 안전해석 분야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우수한 안전연구 성과의 활용을 장려하고자 마련됐다. 올해 13회째를 맞이한 심포지엄은 KINS,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 원자력 유관기관의 사고해석ㆍ원자로심ㆍ중대사고ㆍPSA(확률론적안전성평가) 전문가 약 300명이 참여해 탈(脫)원전 시대에 안전해석의 주어진 목표와 방향성을 재검검할 수 있는 자리로 그 의미가 크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기준 종합적 리스크 관리
심포지엄 첫날 오후 주제발표에서 김효정 박사는 “원전 안전해석코드는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산프로그램으로서 원전을 설계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로 우리나라는 원전을 도입한 1978년 이래 지금까지 외국의 원전공급자로부터 ‘원전 안전해석코드’를 상당한 비용으로 사용해 왔다”고 설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해석이 도입된 초기에는 이를 제대로 적용하기 위한 방향에 초점을 맞췄지만 점차 새로운 설계 개념을 반영해 안전해석을 수행하기 위한 해석 기술 및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신규 원전 건설 및 가동 원전 운영시 안전성 평가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동안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던 극한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돼 원자력의 안전개념을 변화시켰다. 이에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개념의 변화로 DSA와 PSA를 중심으로 ▲피동보조급수 ▲피동격납건물냉각 ▲비상노심냉각주입안내덕트(ECBD) ▲주기적안전성평가(PSR) ▲계속운전안전성평가(Stress Test) 등 최신 안전기준을 적용해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가동원전의 지속적 안전성 향상을 위해 안전해석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외국 또는 고유 코드 활용) 취약한 분야가 존재한다”며 “▲UAE APR1400 인허가 ▲유럽형APR+ 원전개발 ▲APR1400의 NRC DC(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 사업 등 핵심 원전 운영국이자 수출국으로서 독자적 안전해석 체계와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해석 기술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상준 박사는 “2006년부터 한수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기술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공동으로 ‘원자력발전기술 개발사업(Nu-Tech 2012)’을 기획해 원자로냉각재펌프, 원전계측제어시스템 및 원전 안전해석코드 국산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10년 원전계측제어시스템과 2012년 원자로냉각재펌프에 이어 2013년 원전 안전해석코드를 개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해 그 뒤를 이었다.

‘SPACE(Safety and Performance Analysis Code for Nuclear Power Plants)’로 명명한 안전해석 코드는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를 하나의 코드로 분석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범용 통합 코드로 APR1400 원전을 포함해 국내 전 가압경수로형 원전의 설계 및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SPACE 코드는 가압경수형 원전의 안전해석에 필요한 ▲냉각재 상실 사고 ▲주증기관 파단 사고 ▲주급주관 파단 사고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 사고 ▲운전 중 과도현상인 소외 전원 상실 사고 ▲터빈 및 원자로 정지 등을 모의할 수 있으며 ▲사고 완화 전략 수립 ▲운전지침 개발 ▲열수력 실험 계획 및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해석코드 국산화는 ‘독자적인 안전해석코드 확보’라는 국내 원자력계의 오랜 염원을 달성함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에서 사용 중인 코드와 비교해도 정확도와 유지보수 측면에서 더 나은 성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에 한수원은 실제 원전 설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원자력 규제기관의 심사를 거쳐 국내 및 수출 원전의 설계, 운전에 활용할 예정이며, 아울러 SPACE 코드 개발 경험을 활용해 ‘중대사고 종합 해석코드 개발 및 해석체계 구축’ 국가 R&D 과제를 추진 중이다.

◆패널토론 “최신 기술동향 바탕 정책수립 추진 필요”
올해 심포지엄은 6개의 기술세션(▲사고해석 체계 및 기술개발 현황 ▲중대사고 안전성 강화  및 규제전망 ▲PSA 법제화 후속 활동 현황 ▲사고해석코드 및 실험 ▲노샘해석기술 개발현황 ▲미래 중대사고 연구방향)과 4개의 주제발표(▲안전해석 기술의 성과와 선진화 전략=김효정 글로벌원자력전략연구소 박사 ▲우리나라 안전해석 기술력의 수준=하상준 한수원 박사 ▲안전해석 기술의 글로벌 전략=정법동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안전해석 기술력의 증진 방안=정동욱 중앙대 교수) 및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패널토론에서는 “그동안 중대사고 관련기술 및 정책 현안에 대한 토의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뤄지지 못한 것은 국내ㆍ외적으로 중대사고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고, 관련 법적ㆍ제도적 체계가 조화롭지 못한데 큰 원인이 있다”며 “중대사고 관련 최신 기술동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또 “전문인력 및 재원의 한계를 고려한 국가차원의 총체적 안전해석 기술력 강화와 규제기관의 리더십도 중요하다”며 “아울러 안전해석 코드는 개발 못지않게 개발 이후의 유지ㆍ보수 및 향상은 물론 국제 협력과 수출을 통한 사용자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백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은 격려사를 통해 “원자력발전은 투입과 산출 등의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에너지원보다 효율성이 높고 효과적이지만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한 번의 사고나 작은 실수만으로 오랜 기간 쌓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수포로 돌릴 정도로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 국장은 “과학적으로 그 피해를 제대로 측정하기도 어렵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IAEA 회원국은 ‘비엔나 선언’을 채택하고 원자력 안전을 위한 글로벌 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몇 년 간 원자력산업계에 누적된 원자력 안전 불감증과 국민적 불안감 해소, 그리고 원전 비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규제기관과 산업계의 각고의 노력으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 불신’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조금씩 헤쳐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 여정은 멀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정부는 중대사고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해 2015년 6월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을 토대로 ‘원전사업자가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토록 의무화했으며, 이 조치는 2019년 6월부터 실질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가동 중 원전이 극한 환경 하에서도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전 원전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백 국장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원전 밀집 지역의 안전성 불안 요인 해소를 위해서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규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 IAEA 등의 보편적 기술기준을 노형과 지형, 인구분포 등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원전안전 기술기준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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