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脫원전 마이웨이’…신규원전 백지화ㆍ수명연장 금지
독일 외 세계각국 ‘에너지정책’ 중심축 ‘원자력발전’ 확대 실정

“원전 신규 건설계획 백지화 등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통해 ‘원전사고 걱정 없는 나라’를 실현하겠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제로 시대를 향한 '탈(脫)원전 마이웨이'가 시작됐다. 지난 19일 문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설계도이자 향후 정책집행의 로드맵 역할을 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했다.

정부는 5대 국정목표 중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 구축을 최우선으로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통해 단계적으로 원전제로 시대로 이행하겠다는 목표가 수립됐다. 

대선공약의 핵심 사항인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 및 신한울 3ㆍ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마이웨이'가 본격화 됨을재차 확인했다.

이에 ‘탈원전 로드맵’에 기반한 단계적 원전 감축계획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등에 반영하고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원전해체 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통령직속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대신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을 통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공급하기 위해 현재 6%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30년까지 28%로 늘리고 내년부터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배출권거래제 전담부서 조정 ▲에너지세제개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제로에너지 건물 확대 ▲중·대형차 온실가스 기준 신설 등도 함께 추진된다.

그러나 새 정부가 원자력발전 정책과 관련해서 법적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과학적 검증없이 ‘원자력은 무조건 위험한 악(惡)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무조건 선(善)’으로 규정한 ‘탈(脫)원전’ 선언은 전기료 상승 및 온실가스 피해, 아울러 관련 산업계의 붕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꼭 맞는 대체에너지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안정적으로 대용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우선 선진국들을 살펴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가동 중인 미국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저유가와 풍족한 셰일가스로 일부 원전을 영구 정지하기도 했지만 4기의 신규원전을 건설 중이고, 일부 주에서 원자력 발전을 청정에너지로 지정하고 있다.

원전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는 법안을 통과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전 가동을 계속해 전력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초로 원자력발전의 상업운전을 시작한 영국은 난방 및 전기자동차 사용 확대에 따른 급격한 전력수요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힝클리 포인트(Hinkley Point) C 원전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부하전원의 발전량 20%를 원자력으로 맞추겠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핀란드를 비롯해 체코,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은 신기후체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의 가교로서 원자력발전을 선택해 신규원전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개발도상국의 원전 건설의 의지가 더욱 뚜렷한데, 특히 중국은 당분간 연 6~8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세계원자력협회(WNA, World Nuclear Association)는 ‘World Nuclear Performance Report 2017’ 보고서를 통해 “2016년도 세계 원자력계는 9GWe 이상의 신규 원전을 건설해 지난 25년 중 연간증가량으로는 최대를 기록했으며, 2050년까지 1000GWe의 신규원전 설비용량을 공급해 전력생산의 25%를 담당하겠다고 하는 목표 달성에 좋은 출발이 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원자력계의 성장은 새로 가동을 시작한 원전 10기 중 5개가 위치한 중국이 주도했으며, 이런 경향은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원전의 3분의 1이 중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후속연도에도 동일한 것으로 전망된다.

WNA는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발전용량이 1000GWe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20년까지는 연간 10GWe ▲2021~2025까지는 연간 25GWe ▲그 이후는 연간 33GWe 정도의 신규원전 설비가 준공될 것”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연간 33GWe에 달하는 증가속도로 1980년대의 세계 원전용량 증가속도에 필적하는 것이다.

이처럼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라도 설명하는 새 정부와 NGO단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원전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독일 정도뿐이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원자력발전을 에너지 정책의 주요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1990년대 말부터 탈원전에 대한 국가적 논의를 시작해 30여년 가까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내려진 결정이다. 당시 독일의 탈원전은 원자력발전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화력발전을 내세우는 등 현실적인 계획을 가정했다.

또 독일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전력망이 고립되지 않고 프랑스 등 주변국으로부터 전력 수입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독일의 탈원전 이후 벌어진 혼란은 결코 작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도입 비용으로 가계와 산업에 대한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해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독일 연방소비자연맹은 전기요금 부담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독일 섬유업계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헌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 확대에 찬성한 독일 국민도 그 경제적 부담에는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석탄화력발전 확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당초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취지인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공급 안정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아직 절반의 원전이 가동 중인 상황에서도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혼란만 가중하고 있어 국민의 지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과연 우리는 독일보다 국민들의 삶에 피해 없이 탈(脫)원전을 이뤄낼 준비가 된 것인가.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이 포화점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신규 원전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운영 연한에 맞춰 순차적으로 기존의 원전를 폐쇄한다면 2030년에는 에너지 생산량 중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현재의 30%에서 9%로 줄어들게 된다”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기타 에너지원을 합해 전체 비중이 47%가 되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나머지 53%를 차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정부의 의지대로 석탄의 사용을 제한하면 대부분의 화력발전은 석유 또는 가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독일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며 “독일은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53%를 석유 및 가스의 연소를 통해 얻고 있는데 그 결과 현재 독일의 단위당 전력요금은 우리나라의 4배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의 의지에 맞춰 천연가스(LNG)를 수입해서 발전소를 운영한다면, 지속적으로 수입을 해오고 저장을 하는 등 많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19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이 에너지 안보의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소지를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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