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주년]韓 철수하면 러시아·중국만 글로벌 원전산업에 남아

원자력 도입 38년 만인 2009년 한국형 원전인 APR1400 4기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함으로써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을 수출한 나라가 됐다. 사진은 UAE 바라카원전 1호기 원자로 및 터빈건물 건설 현장 /사진제공=한국전력 홍보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전 세계 31개국에서 450기 원자력발전소가 상업운전 중이며, 총 발전용량은 약 392GWe이고 건설 중인 원전이 60기, 향후 건설 계획 중인 원전이 167기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책으로 원자력산업을 육성·추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 등 국제구기의 다양한 에너지 미래예측에 따르면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책으로 현재는 물론 향후 단․중기적으로도 원자력에 의존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에 세계 각국은 원자력산업을 육성·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전설비 보유국가로 2017년 6월 현재 총 25기의 원전을 운영(설비용량은 2만3116MW)하고 5기(신고리 4호기, 신한울 1ㆍ2호기, 신고리 5ㆍ6호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4기를 건설 계획 돼 있다.

2015년 기준 원자력발전량은 16만4771GWh으로 국가 전력의 31.5%를 공급하고 있으며, 원자력 도입 38년 만인 2009년 한국형 원전인 APR1400 4기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함으로써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을 수출한 나라가 됐다.

원전 수출 성과는 상업용 원자로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분야로도 이어졌는데 2010년에는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했으며, 세계 최초로 스마트 원자로를 개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10만kW급 중소형 원자로 ‘SMART’ 수출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대형원전부터 연구용 원자로에 이어 중소형원전까지 완벽한 ‘원전수출 포트폴리오’ 구축과 원자력기술 공급국으로서 국제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또 2017년 6월 운영정지 이후 폐로가 예정돼 있는 고리 1호기를 통해 국내 원전 해체산업이 본격화 되는 가운데, 정부는 고리 1호기를 안전하게 해체하는데 필요한 제반 조치와 기술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총 6163억 원 규모를 투입한다고 발표해 ‘원전산업계의 미래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원자력산업체 매출액은 2003년 1조7000억 원에서 2012년 4조1000억 원으로 10년간 약 2.4배 성장했으며, 기자재제작 분야는 2003년 6000억 원에서 2012년 2조로 10년간 약 3.2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기자재 시장은 오는 2035년까지 총 3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7월 현재 종합공정률이 약 29%에 이른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1400MW×2기)의 공사 잠정중단 결정이 충분한 논의없이 졸속으로 내려졌다는 여론이 나라안팎에서 시끄럽다.

세계원자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는 “탈(脫)원전으로 국가에너지정책 전환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처럼 전체 에너지사용량에 95%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현실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국가의 에너지정책 전환 등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원자력발전의 기여도와 위험도 등을 분석한 후, 사회의 전체적인 손익을 평가해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美환경단체, 文대통령에 “탈원전 재고해달라” 서한
미국의 과학자와 환경보호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지난 5일 타임지가 ‘환경의 영웅’으로 선정한 마이클 쉘렌버거 미국 청정에너지 연구단체인 환경발전(Environmental Progress) 대표를 비롯해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역사학자 리처드 로즈, 리처드 뮬러 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 제임스 한센 컬럼비아대 기후과학자 등 27명의 교수 및 환경단체 관계자가 공동으로 수신자를 문 대통령으로 명기한 서한을 보냈다.

환경발전 홈페이지(http://www.environmentalprogress.org/south-korea-letter)에서 공개된 서한은 “기후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고 대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원자력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강한 의견 일치가 있다”고 밝혔다.

환경발전은 “원전 기업인 프랑스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재무적 실패로 한국의 원자력산업이 특히 중요해졌다”며 “만약 한국이 원자력산업에서 철수하면 오직 러시아와 중국만 새 원전 건설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탈원전은 해외에서 새 원전 건설을 수주하기 위한 자국 기업들의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고 이에 발주국들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국가로부터 왜 원전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 정당한 질문을 할 것”이라면서 “지난 20년간 한국은 안정적이며 비용 효율이 높은 원전을 건설하는 능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은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한국이 원전을 전부 태양광으로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의 5배가 넘는 크기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야 하고 풍력의 경우 서울 면적의 14.5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원전을 모두 없애면 그만큼 석탄이나 천연가스 사용이 늘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고 대기 질이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이 원전을 폐쇄하는 대신 새로운 디자인과 사고 방지 연료 등을 통해 원전을 더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환경발전은 “한국이 원전에서 철수하면 세계는 인류를 가난과 기후 위기에서 구하는 데 필요한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공급자를 잃게 될 수 있다”며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러 에너지 및 환경 분야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만나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린피스 사무총장 “文대통령 탈원전 정책 지지” 밝혀
한편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국제사무총장 제니퍼 모건(Jennifer Morgan)이 미국의 국제 외교안보 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기고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모건 사무총장은 ‘한국의 획기적인 에너지 전환이 주는 교훈(Learning From South Korea's Energy Breakthrough’ 제목의 기고에서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미래의 청정 기술 에너지 경쟁에 대비하고 인구 5000만명의 건강과 안전에 있어 엄청난 개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획기적인 전환은 미국 등의 다른 국가들이 주도적 역할과 협력을 꺼리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참관한 모건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맞서는 싸움에서 중요하고 긍정적인 전환점을 목도했다”며 “세계 최대 온실 가스 배출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자가 되기로 선택했음에도 나머지 19개국들은 서로 협력하고 어렵게 체결한 파리 협약에 충실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G20 국가들은 글로벌 청정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이러한 변화를 의제로 삼아 함부르크에서부터 그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엇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국가적 어젠다를 급격하게 바꾸고 글로벌 변화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피플 파워를 직접 목도하기 위해 이번 주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모건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탈원전 정책들을 소개하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분수령적인 행보”라며 “석탄 에너지에서 이탈을 지향하는 최초의 주요 국제적 노력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피플 파워’ 열풍에 응답하고 있다”며 “한국의 피플 파워는 정치적 지형을 크게 바꿔놓았고 이제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더 많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25개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고 11개는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거나 건설 중으로 원전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석탄 발전소도 59개나 된다”며 “이 모든 것을 중단하는 것은 엄청난 도약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모건 사무총장은 “고리원전 단지의 신규 원전은 지난해 여름에 승인됐으나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고리 원전의 대부분이 여러 단층과 위험스럽게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고 더 높은 강도의 지진을 견딜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린피스는 신고리 5·6호기 승인에 반대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며, 같은 날 한국인 500명도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고 모건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여론의 지지와 압박은 계속해서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문 대통령이 이처럼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국내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대외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고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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