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공론화委 vs건설 재개ㆍ중단측 “결과에 만족할 수 있을까”
시민참여단 제공 자료집 제작-원자력계 전문가위원 활동금지 촉구

“최근 공론화위원회와 건설반대 측(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의 기행적인 행태는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과 중립성이 기본 요건인 공론화의 핵심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는 공론화 자체의 권위와 의미를 무력화시키는 꼼수에 불과하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건설 중이던 신고리 5ㆍ6호기의 건설재개와 중단을 두고 펼치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자료집 제작 및 전문가 선정 등의 문제가 연일 불거지면서 25일 예정된 울산지역토론회가 연기됐다. 15일 서울토론회 연기에 이어 두 번째로 공론화의 파행을 지켜보던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며 탄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재개 측 대표단도 24일 오전 서울역 ktx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파행을 불러오는 시민행동 측은 국민을 대표는 시민참여단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오는 10월 20일까지 진행된 공론화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공론화 탈퇴를 거론할 것인지, 아니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지 명백히 밝히라”며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이날 한국원자력산업회의와 한국원자력학회 등으로 구성된 건설재개 측 대표단은 공론화위원회는 건설반대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부 출연기관과 한수원의 건설재개 측 활동중단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과정 중 공정해야 할 공론화위원회는 일방적으로 건설반대 측 의견에 따라 ‘정부출연기관과 한수원의 건설재개 측 활동 중단’을 정부에 요청한 반면, 건설재개 측 요청사항인 ‘공론화 기간 탈원전 정책 홍보 중지’ 등 정부의 중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강 부회장은 건설 중단(시민행동) 측은 공론화 과정에서 수차례 상호간의 약속과 합의를 지키지 않고 공정성을 위배해 왔던 내용을 언급하며 “그동안 상호 합의했던 공론화 주요 일정, 시민참여단 자료집 작성 원칙과 제출 기일 등을 준수하지 않았고 특히 건설반대 측은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 전날 본인들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으면 ‘공론화를 탈퇴하겠다’는 기자회견은 상호 약속을 먼저 깨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시민참여단(478명)은 양측 입장이 담긴 자료집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은 “자료집 작성 등에 대해서는 양측 대표단과 협의하는 과정에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시간이 걸렸지만 상대측 자료를 검토한 의견은 A4용지 3장 분량으로 작성해 22일까지 제출했다”면서 “만약 양측이 서로의 검토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각주 형태로 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부회장은 “이미 건설재개 측이 일정에 맞춰 제출한 설명 자료집을 보고 절반 가까운 분량을 수정하는 꼼수를 부리면서 본인들의 자료집을 받아주지 않으면 불참하겠다는 것은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다시 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이는 명백히 불공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형규 서울대 교수는 산업부가 지난 22일 한수원과 한수원노조에 보낸 ‘공정한 공론화 추진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문제 삼았으며 “원자력분야 전문가는 국책사업의 특성상 대부분 공기업 및 출연기관에 소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제외한다면 국민과 시민참여단에게 전문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국민들과 시민참여단은 공론화 과정으로 진행되는 지역토론회, TV토론회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숙의할 권리가 있으며, 전문가 참여가 제한된다면 이는 국민들과 시민참여단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공론화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참여가 불가능할 경우 지역토론회와 TV토론, 시민참여단 동영상 녹음  등을 취소 또는 연기될 수밖에 없으며, 공론화 일정이 지연되는데 따른 모든 책임은 공론화위원회와 건설반대 측이 떠안게 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건설반대 측은 “원자력계의 비윤리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며 “양측 자료를 공정하게 검증하는 전문가위원회에 친(親)원전 교수가 중립을 표방하며 활동해왔다”고 맞불을 놨다.

사진출처=환경운동연합

25일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강행을 주장하는 원자력계의 핵심인 부산대 Y교수가 공론화위원회 지원단에 의해 재개와 반대 양측의 자료집과 동영상 등을 검증하는 전문가위원으로 활동해온 것이 드러났다”면서 “Y교수는 공정성을 위해서 양측에 공개되지 않던 자료를 먼저 받아볼 수 있는 권한을 누리며, 건설반대에 불리한 논리를 준비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겠는가”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시민행동은 “중립성을 가장한 교수들의 공론화 전문가위원 활동을 금지시키고 Y교수를 추천한 지원단의 책임자를 밝혀내 문책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공론화의 중립을 보장하기 어려운 전문가위원회 구성보다 시민참여단이 참여하는 가운데 양측이 더 깊은 토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 논란 등에 대해 김지형 공론회위원장이 입을 얼었다.

김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신고리 5ㆍ6호기 문제는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로 위원회는 공론화 방식의 설계에서부터 관리,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양측 대표단과의 조율 하에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워낙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문제라 양측 대표단과의 조율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매고비마다 양측의 대승적 결단을 통해 절충점들이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일부 공론화절차 참여 중단을 내건 극단적인 입장 발표가 있기도 했지만 이러한 현상을 두고 무분별한 혼란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 절차가 이뤄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달라”면서 “비록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지라도 이것이야말로 바로 공론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절차적 정의는 공정성이 생명임을 위원회는 잘 알고 있지만 이번 공론화에 직접ㆍ간접으로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도 예외일 수 없다”면서 “공론화를 부친 주체인 정부, 공론화 의제의 양측 의견을 이끌어주는 단체들, 언론매체를 비롯한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론화를 품위 있게 완수할 사회적 책임이 있고 위원회는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론화 절차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숙의 자료집은 많은 논의 끝에 지난 21일 위원회와 양측 대표단체간 협의 끝에 합의돼 정리됐으며, 이번 주 중으로 자료집을 완성해 시민참여단에게는 우편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자료집에 대해서는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국민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양측 대표단이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건설반대 측 대표단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 또한 정부의 한 축으로 양 진영 간 이견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중립적 위치를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특히 정보의 접근과 축적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원이 한 편의 특정 진영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공정한 자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재개 측 대표단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라 하더라도 연구원 개인의 활동은 보장돼야 하며, 시민참여단의 알 권리 측면에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배제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양측 진영 간 견해가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을 위한 마지막 순간까지 위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 양측과 합의하여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지만 양 진영 간 극단적인 대립이 해소되지 않아 합의가 어려운 사항에 이를 경우 이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위임 받은 권한 내에서 공론화의 본질에 입각해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공론화 과정이 승자와 패자를 낳는 승부의 세계가 아닌 서로가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회로 만들 것이며, 이를 위한 제반여건들도 이러한 견지에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복수의 갈등조정 전문가들은 “정글에서 길을 잃은 탐험대가 길을 잃게 된 책임과 원인을 놓고 백날을 논의해도 해법을 찾을 수 없고 갈등만 심화된다.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탈출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를 탐색한 후,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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