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1400 특성, 현지화(Localization) 맞춤 설계 개선
EUR 요건 요구하는 남아공‧이집트 시장 발판 마련

유럽사업자요건(EUR,)인증 본 심사를 통과한 유럽수출형 원전인 EU-APR™은 APR1400의 기본 특성을 근간으로 유럽의 최신 안전성 및 성능요건을 충족하는 현지화(Localization) 모델로서 다양한 설계 개선을 적용한 것이 장점이다. 사진은 신한울 1ㆍ2호기 건설 현장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유럽의 신규 규제요건을 반영한 EU-APR™(유럽수출형 한국원전)이 유럽사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1일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이관섭)은 제3세대 신형경수로 ‘APR1400’의 유럽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European Utility Requirements) 인증 본 심사를 통과했으며, 오는 11월 중순께 인증서가 발행된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EU-APR는 국내에서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를 비롯해 신한울 1‧2호기 및 UAE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1~4호기)의 모델인 APR1400을 까다로운 유럽의 안전기준에 맞춰 설계한 것”이라면서 “이번 심사 통과로 현재 수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영국과 체코 등 유럽뿐만 아니라 EUR 요건을 요구하는 남아공, 이집트 등의 국가에 원전 수출이 가능해져 원전 수출시장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전규제의 철학이 확고한 것'으로 유명한 유럽 원전 운영국가들은 대부분 유럽사업자요건(EUR, European Utility Requirements), 국제원자력기구(IAEA) SSR-2/1, 서유럽규제자협회(WENRA, Western European Nuclear Regulators Association) 규제입장을 통해 ▲심층방어 개념 강화 ▲사고 분류의 세분화(설계기준사고, 설계확장사고, 중대사고) ▲허용기준의 정량화 ▲항공기충돌 대비설계 ▲후쿠시마 후속대책 요건 등 안전 수준을 강화하면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EUR 인증(Certificate)은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형원전에 대해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요건을 심사하는 것이다. 협회는 유럽 12개국 14개 원전사업자로 구성돼 있으며 신규원전 설계를 표준화하고 발주 관련 기술적 배경을 정의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이 요건을 유럽권 건설사업의 표준 입찰요건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2009년부터 국내 원자력 유관기관과 함께 ‘APR1400 시장 다변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EU-APR의 표준설계’를 개발해 왔다.

최근 영국, 체코,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에서는 기존 원전을 대체할 신규원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원전 도입 혹은 사업협력 의사가 있는 유럽사업자가 이번 EUR 인증 심사에 참여해 향후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EU-APR “노심‧계통 설계, 안전철학 등 탁월해”
EU-APR™은 APR1400의 기본 특성을 근간으로 유럽의 최신 안전성 및 성능요건을 충족하는 현지화(Localization) 모델로서 다양한 설계 개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 공학적 안전설비는 기계와 전기로 완전 독립된 4계열 설계를 적용했으며, 설계확장조건(Design Extension Conditions)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비상붕산주입계통 및 다양성보호계통 등 추가적인 안전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중대사고 시에도 원자로건물의 건전성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노외노심용융물 냉각설비와 함께 전용 대처설비를 신설해 유럽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제어계측 및 전기계통 설계는 계열간 독립성 및 심층방호 수준별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구현됐다.

뿐만 아니라 EU-APR™는 고의적 항공기 충돌 대비 이중원자로건물 및 보조건물 벽체 강화 설계를 적용했으며,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극한 자연재해에도 1ㆍ2차 계통과 연료저장조의 냉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부냉각수원 및 외부전원 공급수단을 반영했다. 아울러 유럽의 전력계통 실정에 맞는 50Hz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것도 큰 특징이다.

 ◆EUR 역대 심사中 “24개월, 최단기간…브랜드가치 높여”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등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2011년 12월에 EUR 인증심사를 신청했다. 55개 핵심항목 자체부합성 상세평가 제출 및 유럽사업자요건(EUR) 협회 내 심사자 확보 등 선행조건을 통과해 2013년 12월에 본 심사 착수 준비를 요청받았다.

이에 한수원은 이듬해인 2014년 7월 EUR 협회 및 14개국 1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기술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유럽사업자와의 지속적인 상호협조 노력의 결실로 2015년 6월 벨기에 트랙터벨 엔지(Tractebel-Engie)사가 심사를 주관하는 리딩스폰서로 선정됐으며, 1차 코디네이션 그룹(CG, Coordination Group) 회의를 통해 심사조직을 구성됐다.

특히 2015년 11월 본 심사 착수회의 시에는 (스폰서)▲벨기에 Tractebel-Engie ▲체코 CEZ ▲핀란드 Fortum (서포터)▲프랑스 EDF ▲독일 E.ON ▲우크라이나 EnergoAtom ▲헝가리 MVM ▲네덜란드 NRG 등 8개의 심사참여사와 EUR협회는 EU-APR™ 설계특성에 큰 관심을 갖고 유럽요건 반영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본 심사에서는 EUR의(Vol. 2 요건) 20개 챕터(Chapter) 별로 4500여개의 방대한 요건이 요구됐지만 한수원은 620건에 달하는 EU-APR™의 기술문서를 순차적으로 제출하고 800여건의 질의응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EU-APR™과 APR1400의 가장 큰 차이는 중대사고 대응개념이다. 노심이 녹는 중대사고 발생시 APR1400은 원자로용기 외벽에서 냉각수를 이용해 냉각하는 중대사고 완화설비를 갖춘 반면 EU-APR은 노심 용융물질을 원자로건물 내에서 냉각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EUR 협회 내 어드미니스트레이션 그룹(AG, Administration Group)의 중간결과에서도 EU-APR™의 안전철학, 노심 및 계통 설계, 운영성능 분야에 걸쳐 EUR 요건 부합성이 탁월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이번 EU-APR의 EUR 인증은 역대 EUR 본심사 가운데 최단 기간인 24개월만에 최종 인증을 받음으로써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형 원전’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면서 “앞으로 유럽 사업자들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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