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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일본인이 말하는 후쿠시마의 교훈사고발생 6년 지난 후쿠시마, 그 상처의 깊이는…
피난구역 면적 줄어들었지만 방사능 오염 계속
타카노 사토시 경북대 행정학 석사
타카노 사토시는 2010년 3월에 한국에 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사고를 겪은 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같은 해 9월부터 약 2년 동안 서울에 있는 환경단체에서 활동을 했다. 2011년 12월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탈핵세계회의’에서 처음으로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이후 후쿠시마에 가서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2015년 9월부터 경북대학교에서 환경·에너지 정책을 전공했고 2017년 8월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관한 논문을 쓰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 박사 진학을 위해 준비 중이다.

2011년 3월 11일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지방을 덮쳤다. 그로 인해 전력공급이 차단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1~3호기에서 연이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이 일어나고 1, 3, 4호기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최종적으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20km 이내는 피난 구역으로 설정하고 반경 20~30km 이내는 옥내 대피 조치를 내렸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일부 지역도 방사능으로 심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도 피난 명령이 내려졌다. 결과적으로 약 8만 1000 명이 강제로 피난할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 피난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최대 약 16만 5000명이 피난을 했다.

기준치보다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온 농산물이 속출하여 농사를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50km 앞바다는 어업이 제한됐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피해를 끼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6년 반 이상이 지났다. 겉보기에 후쿠시마는 많이 회복된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상처를 간직한 후쿠시마와 그 주민들의 대응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피난 구역 및 피난 주민 숫자의 변화를 살펴보자. 일본 정부는 피난 구역 해제 기준을 공간 방사선량 연간 20mSv(밀리시버트)로 설정했다. 2017년 4월에 일본 정부는 그 기준을 훨씬 밑돈다는 이유로 많은 피난 구역을 해제했다.

2017년 7월 현재, 강제 피난민 약 2만 4200명과 스스로 피난한 사람을 포함해서 피난민은 5만 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피크 때에 비하면 피난 면적도 피난민 수도 삼분의 일 가까이가 된 셈이다. 그러나 연간 20mSv의 기준이나, 정부·지자체가 실시하는 방사능 측정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들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23km 떨어진 미나미소마 시(南相馬市)에 살고 있는 오자와 요이치 (小澤洋一)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오자와 씨는 ‘후쿠이치 주변 환경 방사선 모니터링 프로젝트(이하 '후쿠이치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현재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후쿠이치’는 '후쿠시마 제1(다이이치) 원전'의 준말이다. 후쿠이치 프로젝트는 60세 이상의 사람들을 주된 멤버로 하여, 2012년 10월부터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방사능 측정을 해 왔다.

정부와 지자체의 측정 면적 단위가 보통 1㎢이고 시가지의 경우도 500㎡인 것에 비해, 후쿠이치 프로젝트는 75×100㎡로 더 세밀하다. 그리고 정부 및 지자체가 지면에서 1m의 공간 방사선량을 중시하는 것에 비해, 375×500㎡ 단위로 토양 오염을 측정하는 것이 후쿠이치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오자와 씨는 “주민들은 토양 오염에 둔감하다. 공간 선량만 보고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지자체도 토양 오염에 대해서는 농지를 위주로 공개하고 다른 구역은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후쿠이치 프로젝트가 측정한 토양 오염 데이터를 보면 이해가 간다. 2017년 4~7월에 피난 구역 지정이 해제된 나미에마치(浪江町)의 토양 오염은 측정한 거의 모든 구역에서 4만 Bq(베크렐)/㎡ 이상으로 나왔고, 평균 토양 오염 밀도는 약 86만 Bq/㎡이었다.

4만 Bq/㎡이면 법으로 ‘방사선 관리 구역’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방사선 관리 구역은 18세 이하의 노동이 금지되고 취식, 화장 등이 금지가 되는 구역이다. 또한 86만 Bq/㎡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정한 강제 피난의 기준인 55만 Bq/㎡를 훨씬 넘는 수치이다. 공간 방사선량으로는 연간 20mSv를 확실히 밑돌지만 이런 지역에 아이를 포함한 시민들이 살도록 하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수소폭발 당시 모습 /사진출처=정책정보지 <위클리 공감>

후쿠시마 이외의 지역은 자연 방사선 피폭을 제외한 추가 피폭 한도를 연간 1mSv로 유지하고 있지만 후쿠시마만 예외적인 상황이다. 이에 오자와 씨는 “왜 후쿠시마에만 연간 1mSv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긴급 사태 선언이 발령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납득이 안 간다. 이렇게 선량이 높으면 호흡으로 인한 내부 피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분노한다.

사실 오자와 씨는 2015년 4월에 미나미소마 시 주민들 808명과 함께 연간 20mSv 기준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바가 있다. 후쿠이치 프로젝트가 측정한 데이터도 재판에 활용하고 있다.

오자와 씨는 “나도 피난을 하고 싶지만 연간 20mSv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 주민의 경우 스스로 피난했다는 이유로 지원이 미흡하다.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피폭 기준을 정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도 “후쿠시마가 안전하다고 선전하기 위함이다. 인권 무시다. 어떤 나라든 올림픽을 보이콧하면 좋겠다”고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주민이 한 명 더 있다. 회사를 정년 퇴직한 이토 노부요시(伊藤延由) 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딱 1년 전인 2010년 3월에 후쿠시마 현 이타테무라에 이주하여 농업 연구소 ‘이타테 팜’의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본인도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농사였지만 첫해 농사에 성공한 이토 씨는 당시를 회고하며 66년 인생 중 최고의 1년을 보냈다고 말한다. 이듬해에는 경작 면적 확대, 판매 방법의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던 와중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다. 이타테무라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40km 떨어져 있었지만 바람의 방향과 눈의 영향으로 모든 마을이 피난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당연히 농사도 금지되었다.

이토 씨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60km 이상 떨어진 후쿠시마 시에 피난하여 임시 가설 주택에 살게 되었다. 이 피난 생활에 대해 이토 씨는 “방이 4~6평 면적으로 너무 좁다. 생활 소음이 어마어마하다. 이웃 사람이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마을 단위의 피난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체가 무너졌다. 피난 생활 속에서 공동체 부흥은 어렵다”고 말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임시 가설 주택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병에 걸려 죽은 사람도 있다. 이렇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피난 중 및 피난 생활의 스트레스로 죽는 것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사'라고 칭한다. 정부는 지진과 쓰나미를 포함한 관련사를 조사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사 데이터를 단독으로 수집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3월 도쿄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사는 1368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행사에서도 언급한 수치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선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죽은 사람은 아직 없을지도 모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없었다면 죽을 리가 없었던 사람은 확실히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는 “연간 20mSv는 피난 생활 스트레스보다 위험성이 낮다”고 주민들이 귀환하도록 설득한다고 한다. 이에 이토 씨는 “정부는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는다. 방사능 모리터링 포스트는 수치가 20~30% 낮게 나온다. 2018년 4월에 재개하는 학교도 방사선 관리 구역 이상의 수치가 나왔다. 이타테무라는 마을 전체가 오염원이다.

이타테무라에서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정부는 주택에서 반경 100m 구역과 농지를 중심으로 제염을 하고 산림은 제염하지 않았다. 토지의 75%가 산림인 이타테무라는 사람이 사는 구역만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을 뿐, 귀환 주민들은 제염도 못하는 광대한 자연에 둘러쌓여 살아야 한다.

다른 피난 지시 해제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방사선량이 높은데다가 피난처에 생활기반이 생겼기 때문에 특히 젊은층은 귀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이니치 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8월 현재, 피난 지시가 해제된 지역으로 귀환한 거주자 2,970 세대, 5,951명 중 65세 이상은 2,929명으로 49.2%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전은 27.7%였다.

또한 피난 지시가 해제된 나미에마치 교육 위원회가 2017년 8월, 학부모를 상대로 내년 봄에 재개될 초·중학교에 아이를 보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에 응한 271세대 중 258세대, 즉 95%가 아이를 보낼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 피난 지시가 해제되었을 뿐,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가 매우 부족한 현실을 극복할 방도를 정부도 지자체도 아직 찾지 못했다.
<*본 기고는 2017년 11월 7일 정책브리핑 정책기고(http://www.korea.kr/celebrity/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843865&pWise=main&pWiseMain=A2)에 게재된 내용을 발췌했음>

한국원자력신문  knp@knpnews.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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