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경제성 중심에서 벗어나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에너지전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증대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격과 세제 개편이 불가피하다.”

지난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에너지전환에 따른 친환경 선진국 에너지정책의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2017 WEC 국제에너지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 같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박주헌(사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인데 원자력의 비중이 실제로 줄어드는 시점은 2025년경부터여서 에너지 전환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며 “적응을 위해 가장 중요한 준비는 에너지가격과 세제를 친환경 에너지믹스에 맞게 개편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 여부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수요량을 줄이는 수요관리에 달려있다. 에너지 수요가 과거처럼 가파르게 증가한다면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최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요 예측에 대한 논란도 이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수요관리는 에너지절약 캠페인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소비자들이 느끼는 비용 즉 가격 시그널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최빈국임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세계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당연히 반영돼야 할 소위 외부비용 등이 에너지세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싼 에너지 가격 체계 하에서는 획기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도,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의 탈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이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발전단가 상승을 의미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 속도에 따라 구체적인 상승폭은 정해지겠지만 현재 기술 수준과 에너지원별 세계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발전단가 상승과 가격인상으로 연결된다고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에너지가격과 에너지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원장은 “하지만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은 오랜 기간 값싼 에너지에 익숙한 우리 산업과 경제주체들이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향후 가격 인상이 없다는 메시지보다는 인상 가능성을 미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에너지가격이 환경비용과 안전비용 등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비용을 포함해 정상화될 때 수요관리와 저탄소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공급믹스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너지재단·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WEC) 한국위원회가 개최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김영훈 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등 국·내외 에너지업계 관련 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이해와 정책제언(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독일 미래에너지 경제정책의 교훈ㆍ시사점(피터 헤펠 (Peter Hefele) 콘라트아데나워(Konrad-Adenauer)재단 에너지안보ㆍ기후변화 총괄 ▲일본의 중장기 에너지ㆍ기후 전략(아리마 준(Arima Jun) 동경대학교 교수) ▲한국의 에너지세제 개편방향/정책과제(김승래 한림대학교 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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