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2018!]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탈원전)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감소 등 기존정책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며, 공론화를 통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본지는 2018년 신년특집 <출발, 2018!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무엇을 준비해야하나>라는 주제로 공론화를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고견을 지면에 담았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재공론화에 대한 권고=이익환 전(前)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의 임시저장시설에 2016년 현재 약 14,000톤이 저장되어 있고, 매년 약 750톤이 추가로 발생되고 있다. 원전부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빛원전과 고리원전은 2024년이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정도로 최종부지의 선정은 시급하다.

전 정부는 이를 확인하고 1년 이상의 공론화과정을 거쳐 종합보고와 함께 관련 법제정을 포함한 총체적인 일정을 확인한 바 있다. 책임부처인 산업부는 공론화위원회 권고안과 지역의견을 수렴하여 고준위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16년 7월 고준위방서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의 지원계획에 관한 법률(안)을 고시하였지만 이를 매듭 짖지 못하고 현 정권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신정부는 본건에 대해 재 공론화를 추진할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동안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진행 여부가 공론화를 통해 추진되었기 때문에 이를 지켜본 것도 있지만 금년 들어 바로 재 공론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론화(Publicity)의 진행과 절차가 민주적이지 못할 때 그 결과의 수용에 문제가 발생한다. 말 그대로 공론화는 국민이 알 권리를 충족시켜 나가야 하는데 지난 신고리 5‧6호기 방식은 정부가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곳에 짜 맞추기 식으로 유리하게 끌고 가려했음이 인론에서 지적된 바 있다.

공론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처음부터 전문가의 참여와 이해당사자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면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제외된 상태에서 공론화가 진행된 곳은 그동안 어느 국가에도 없었다. 따라서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현지의 주민 등 국가 이해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 특정한 지역이 없는 상태에서는 발전소 인근 주민 등 이해당사자를 선정할 수도 있다.

재공론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여부의 국가정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외국에서 기술로 확립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정은 핵비확산 관점에서 한국이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입증된 불순 플루토늄 등 초우라늄원소(TRU) 핵종을 고속원자로에서 태우려는 건식재처리(Pyroprocess)공법을 이용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조속히 또 다를 공론화를 통해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건석재처리를 통한 재활용계획을 추진하게 되면 고준위폐기물의 양이 혁혁히 줄어들 뿐 아니라 장기핵종을 단기핵종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에너지자원이 전무한 한국은 에너지자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또한 고준위폐기물처분장 부지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점이 소요될 수 있어 우선 필요한 심지층 연구개발은 병행 추진해 나갈 것을 권고한다.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시스템은 사용후핵연료의 긴 반감기 핵종 때문에 수천 년 내지 수십만 년 이상의 성능에 대해 안전성을 입증,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확립하는 심지층 지하연구시설(URL, 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은 고준위폐기물 최종부지 선정에 앞서, 우선 추진할 수 있다.

최종부지에 설치될 상용 URL의 설치이전에 같은 조건에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용 URL의 설치하는 것이다. 연구용 URL시설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시설에 반입되지 않고 사용후핵연료와 동일한 조건을 견지하면서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심지층 시설로 구성한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을 위한 핵심기술을 포함하여 처분장의 부지 조사, 처분시설설계 시공기술, 처분시설에 사용될 운영장비의 개발, 처분시스템의 장기 건전성 실증과 처분시설의 폐쇄기술 개발 등이 일차적인 주요핵심 연구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120m 지하 동굴(KURT)에서 수행한 연구경험 및 자료가 연구용 URL의 부지확보 등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성공적 목표: 사회적 통합=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에 나섰다. 재공론화가 국민적 설득력을 가지려면 탈핵 정책 등 변화된 환경뿐 아니라, 이전 공론화에 대한 평가에 기반하여 이를 극복할 방안과 재공론화로 얻게 될 국민적 편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13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에도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갈등해소와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지난 공론화의 문제점과 재공론화 성공의 조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 논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전 공론화는 이 문제를 비껴갔다. 공론화의 첫 번째 주제는 지금까지 제기된 방법들을 검토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주제는 선택된 방법을 현실화하기 위한 조건과 절차를 구비하는 것이다. 영구처분과 같은 최종적 해법은 공론화의 마지막 주제이다.

둘째, 쟁점 중심의 논의가 되어야 한다. 이전 공론화는 쟁점 중심 논의를 회피했다. 쟁점 없는 논의는 생산적 결과도 갈등해소도 이룰 수 없다.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여과없이 표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합의된 쟁점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논의 틀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지난 공론화는 논의는 무성했으나, 이를 집합하는데 실패했다. 논의 따로 보고서 따로 였다. 일반국민, 지역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정책결정자 등 각 집단의 역할과 기능이 분명해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결합하는 방식이 사전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넷째, 국가는 과정만 관리해라. 이전 공론화는 국가가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공론화 실패의 제1 원인이었다. 국가의 개입은 공정성 시비를 일으키고 수용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공론화에서 국가는 ‘정보 제공자’, ‘과정 관리자’로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공론화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통합이다. 이전 공론화에서 사회통합은 관념적 목표였을 뿐이다. 공론화 보고서 작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국민적 공감대와 국가에 대한 신뢰이다.

◆기술적 적합성과 사회적 수용성 ‘공감대 이끌’ 키워드=함철훈 한양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의 원전운영은 지난 40년간 양적·질적 발전을 추진하여 왔으며 국가 산업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세상만사에는 무엇이든 좋은 점만 있다거나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없다.

원전이 전력을 공급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편익을 주는 것이 밝은 빛이라면, 원전의 운영과정에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은 어두운 그림자라 할 수 있다.

원전이 개발되는 초기단계에서는 원전의 밝은 측면이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미국의 TMI 원전사고 및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경험하면서 인류사회는 원자력의 거대한 잠재적 위험을 알게 되면서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그 여파가 우리사회에 미친 대표적 사례는 바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의 선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었다. 이 문제는 20년의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마침내 경주에 처분장이 마련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바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를 위한 부지선정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이미 2015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형태로 관리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아직도 이 권고안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라 조만간 다시 공론화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후핵연료의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사회적 공론화를 잘 수행한 나라들이 있다. 이들 나라들은 기술적 적합성과 함께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냄으로써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결정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외국의 성공적 사례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폭넓은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투명한 절차 및 공론화를 통해 도출된 대안이 실질적 정책대안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가치논쟁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현실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자간 합의에 막연하게 의존하는 것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상을 시나리오로 작성해 놓고, 우리가 미래의 위험과 실패를 피하기 위해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 할 지 중지를 모으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위한 ‘확고한 기술적 원칙 필요’=송기찬 전(前)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지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공론화’ 본연의 목적에 다소 미흡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 지난 연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정책 토론회’에서는 1차 공론화에서의 교훈을 되짚어 보고, 2차 공론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다룬 바 있다.

공론화 방법론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관철을 목표로 하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면밀한 설계가 선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

공론화의 방법론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 틀 안에서 ‘고준위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이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기술적인 의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고준위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국민들이 쉽게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물질이 아니라는 것에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공론화의 대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양한 의견을 모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타고 난 핵연료를 빼 내어 운반, 저장, 처리 등의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는 인간생활권에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에 처분할 때까지의 관리 방안을 국민들이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론화 과정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나라 여건에서 채택할 수 있는 다양한 관리 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둘째, 원자력발전소 내 건식저장시설의 건설과 확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당장 최종 관리시설 부지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뾰족한 대안이 없으므로 해당 지역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가장 시급한 의제이다. 에너지전환정책에 근거하여 원전 내 임시 저장 이후최종 관리 부지로 운반, 중간저장, 처분에 이르는 견고한 관리 계획과 일정표를 제시하여 지역사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을 없애야 한다.

셋째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관리 기본 원칙을 국제 수준에 비추어 국내 여건에 맞도록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국제 공동 관리 방안과 해외 위탁 재처리 방안이 과연 우리 여건에서 수용 가능한 대안인지 다시 검토하고, 불필요한 시나리오는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윤리적 측면에서 현 세대의 혜택과 부담의 형평성을 어떤 철학으로 분배해야 하고,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대 간 형평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배려도 숙의할 필요가 있다.

넷째, 우리나라의 환경 여건 상 가능한 한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처분 면적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다양한 방사성폐기물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 방안 즉, 다층 처분 개념, 고준위폐기물 외의 중준위폐기물 복합 처분 개념,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한 처분 면적과 잠재적 위해도 감소, 초장기 저장 후 처분 등의 적용 가능성을 다시 심층 검토하는 것이 국민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한 번의 쉽지 않은 과정이 펼쳐질 것이다. 국민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고준위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안)’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공론화위원회와 이해관계자들이 기술적인 관리 방안에 대하여 명확하게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틀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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