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산회의 주관 ‘2018년 신년인사회’…冬장군 맹위 200여명 참석
이관섭 회장 “해외수출 역량 집중‧국민소통” 강조…업계와 각오 결의

“원자력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지만,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왕성하고 활발한 황금개띠 해인 무술년(戊戌年)에는 그 모든 악재를 훌훌 털어버리고 국민들에게 원전 안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초심으로 다시 뛰자.”

원자력계가 새롭게 맞이한 2018년에는 탈(脫)원전 정책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를 호재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과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다짐했다. 12일 오전 7시 20분부터 9시까지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주최하는 ‘2018년도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사진)’가 서울시 반포동 소재 쉐라톤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열렸다.

‘변화의 시대, 내일을 준비하는 원자력’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신년인사회는 이관섭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회장을 비롯해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최종배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정근모 KINGS 국제자문위원장,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정상봉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이창건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 원장,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중앙위원장,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 송진섭 현대건설 전무, 김두일 스마트파워(주) 대표, 조성은 무진기연 대표 등 원자력계 종사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관섭(現 한국수력원자력 사장ㆍ사진)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회장은 신년인사를 통해 “지난 한 해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등 여러 현안들을 원자력계가 합심해 잘 극복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국내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지만 현재 9기의 원전이 발전정지 중으로, 지난해 원전 가동률은 70%를 조금 넘긴 수준”이라면서 “올해도 가동률은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예상되지만 원자력발전이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 건설, 운영, 정비 등 원자력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에게 ‘원전 안전’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원전의 해외 수출을 위해 원자력계의 모든 역량을 끌어 모아야 할 것”이라면서 “영구 무어사이드 사업의 성공적인 수주 마무리와 후속 수출을 올해 반드시 성사시켜 국내의 어려운 사업 환경을 해외수출을 통해 만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자력계의 마지막 원군은 지역주민들밖에 없다”고 강조한 이 회장은 “지역주민들과 더욱 활발히 소통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적극적으로 대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원자력계는 원자력기술 도입 반세기만에 된서리를 맞았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21번째 원전국가로 진입할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마련해 준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압경수로형, 58만7000kW급)’는 1978년 4월 29일 첫 상업운전 시작한지 40년째를 맞으며, 지난해 6월 19일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위한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며, 신한울 3ㆍ4호기와 천지 1ㆍ2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의 건설 역시 대선공약과 맥락을 같이하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자력계는 많은 성과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종합공정률이 30%에 육박하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3개월의 공론화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원자력발전은 위험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안전성에 대해 우려했지만 국내 원자력의 높은 기술력과 전력공급원으로서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또 제3세대 신형경수로 ‘APR1400’의 유럽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European Utility Requirements) 인증을 취득(2017년 11월)하면서 입증된 안전성 및 기술력 등 높은 경쟁력이 영국과 체코 등 유럽뿐만 아니라 EUR 요건을 요구하는 남아공, 이집트 등의 국가에 원전 수출이 가능해져 원전 수출시장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21조 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Moorside) 원전사업자인 누젠(NuGen)의 일본 도시바 지분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안드레이 바비쉬(Andrej Babiš) 체코  차기 총리 내정자는 “신정부의 원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움이 2009년 12월 국내 최초로 수출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Jordan Research & Training Reactor)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의료용 동위원소를 요르단 ‘킹 압둘라 대학병원(King Abdullah University Hospital)’에 공급하는 성과도 도출했다.

아울러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로 인해 원전해체 미확보 핵심 기술개발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기술은 물론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원자력 안전성 강화 기술 등의 연구개발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오는 2021년 7월 10년 설계수명 연장 시점이 도래하는 월성 1호기에 대해서는 조기폐로의 법적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며,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원전 10기(8.5GW)에 대해서도 계속운전 금지를 못 박는 등 원자력계가 맞이한 2018년은 그야말로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다.

이날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원자력계 종사자들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자발적인 변화를 꽈함으로써 원자력의 가치를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과 소통하며, 원자력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데 힘써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며 뜨거운 의지를 불태웠다.

국내 기술을 100% 적용해 건설 중인 APR1400 노형인 신한울 1ㆍ2호기 건설 현장 전경. 신한울 1ㆍ2호기는 2017년 12월말 기준으로 약 99%의 공정률을 보이며, 건설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한편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인호 산업부 차관은 새해덕담을 통해 “올해는 신고리 4호기와 UAE 바라카원전 1호기가 준공되는 등 원자력계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면서 “원자력종주국인 영국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에 한국전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추가 협상 등이 진행 중이며, 사우디와 체코 등 원전수출도 수익성과 리스크를 고려해서 정부가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진규 과기부 차관도 “국민이 안심하는 수준으로 원자력 안전을 향상시키고 원자력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두터운 신뢰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맞춰 원자력산업이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미래 인력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자력 안전과 해체분야의 인력양성을 위해 산학연이 협력해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중점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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