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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시 ‘한수원 무한책임’ 원칙…5천억 상한 폐지원안위, 안전기준 강화ㆍ규제시스템 혁신 방점
강정민 위원장 “소통 통해 국민공감 규제 추진”

대규모 원전 사고 시 사업자의 법정 손해배상 책임한도는 원전 부지당 약 5000억 원이다. 그러나 앞으로 현행의 배상액은 폐지되고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에게 무제한 책임원칙을 원자력손해배상법에 적용하는 등 배상조치액도 국제동향 등을 고려해 대폭 상향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정민)가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투명성 확보와 소통 강화를 통한 국민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췄으며, 원전 안전기준 강화 등 규제체계 정비, 안전규제 시스템 혁신, 현장 중심의 규제, 국제협력 및 핵안보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강 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과 발표 및 취임 첫 출입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배상액이 약 75조원이었는데 반면 국내에서는 5000억원으로 손해배상 상한이 정해져 있어 초대형 사고가 나더라도 사업자가 추가 배상할 의무가 없다”며 “이에 대규모 원전 사고 시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의 무제한 책임 원칙을 원자력손해배상법에 적용하고 배상조치액을 대폭 상향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수원의 법정 손해배상 책임한도는 원전 부지당(고리ㆍ월성ㆍ한빛ㆍ한울ㆍ새울 등 총 5개 원전부지) 약 5000억 원으로 정치권과 NGO관계자들은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인 약 75조원(2017년 12월 기준)의 150분의1 수준으로 대형사고시 배상액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돼 왔다.

이에 원안위는 원전 부지당 5000억원으로 정해져 있던 책임상한을 없애고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인 한수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원자력계 안팎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지난 40년 정부를 대신해 원자력발전을 운영해 온 사업자인 한수원에게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결국 정부는 한수원을 원자력의 원흉으로 몰아세우며 탈(脫)원전의 기조를 실현하려는 것 같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강정민 원안위 위원장은 이번 업무계획과 관련 “원안위의 역할은 원자력규제를 통해 원전 중대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있다”고 강조한 뒤 “안전을 최우선으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규제하고 규제과정에 소통과 참여 방식을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안위가 내놓은 계획에 따르면 합의제 기관의 설립취지에 맞게 주요 정책결정이 이뤄지는 현재 전체회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확대할 계획이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수 있도록 의결방식과 절차를 손질하고 원전 소재 자치단체장이나 주민대표의 의견 개진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원안위 전체회의 실시간 중계도 추진한다. 원자력안전 정보공개 대상을 대폭 늘리고 공개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정보 공개대상을 규제기관에서 생산한 정보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생산한 정보까지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원자력안전정보 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등을 통해 정보공개 제도를 구체화하는 한편 원전지역 주민과 소통창구인 원자력안전협의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원안위는 원전 안전기준 강화 등 안전규제체계 정비에도 나선다. 가동원전에 대해 10년 단위로 진행되는 주기적 안전성평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원전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신규 원자력시설 인허가 과정에서 단계별 사용자검사, 지진 관련 안전성 재평가 등을 통해 안전성을 철저하게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체, 사용후핵연료, 사이버 위협 등 신규 규제수요에 대비한 안전규제체계 정비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고리 1호기 해체 가시화에 따라 규제지침을 조기에 마련하고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 규제체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드론, 고출력전자기파(EMP), 사이버보안 사건 등 최신 위협에 대한 대응체계도 강화하고 사이버보안 사건탐지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원안위는 안전규제의 독립성ㆍ전문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 혁신도 꾀한다. 국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원자력안전 R&D를 추진하는 등 원자력 안전 R&D 체계를 혁신함은 물론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교육을 통합·체계화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원안위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도록 현장 중심의 규제활동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우선 대형 지진 대비 원전 안전정지유지계통 설비의 내진보강을 0.3g(규모 7.0 수준)까지 완료하고 지난해부터 실시한 경주지진 단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1년부터 내진설계기준의 적정성 재 재검토를 추진키로 했다.

방사선 규제 체계의 경우 현장 중심의 상시 점검체계로 개편, 현재 방사선 이용기관 대비 5% 수준인 현장 점검률을 OECD 수준인 50% 까지 높여 나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방사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방사선 건강영향 조사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조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주변국 원전사고 등에 대비한 국제협력 및 핵안보 강화도 추진한다. 원안위는 올해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주재하는 원자력안전 선진 9개국 규제기관장 회의와 한중일 3국 원자력 규제자회의 등을 통해 국제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 아태안전조치협의체를 IAEA 안전조치 심포지엄과 연계ㆍ개최하는 등 국제 핵비확산 문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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