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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조사 ‘누가, 어떻게 참여하였나’[특별기고]김춘석 한국리서치 공론화조사센터장
<시민참여형조사>의 대표성과 숙의성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중단할 것인가, 아니면 진행중인 건설을 계속할 것인가.”

신고리 공론화조사는 이해당사자의 갈등이 대립하는 사안에 공론화 기법을 적용한 전국 규모의 사례이다. 한국리서치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국무총리실 자문기구인 신고리 5ㆍ6호기공론화위원회가 주관하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에 대한 시민참여형조사 컨소시엄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웹리서치 노트> 보고서는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에 누가 참여했으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앞으로 정책과제나 갈등사안에 공론화 조사기법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신고리 공론화조사, 누가, 어떻게 참여하였나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에 참여한 500명의 시민참여단은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율에 따라 무작위 층화추출한 전국 20,006명 중에서 공론화 조사에 참여 의향이 있는 5,047명을 대상으로 계통추출 방식으로 선발했다.

시민참여단은 자료집 학습, 이러닝(e-learning) 수강과 온라인 질의응답, 텔레비전 토론회, 지역순회 토론회, 미래세대 토론회 동영상 시청 등의 사전 숙의 과정을 거쳤고, 2박 3일간의 합숙토론회에는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478명의 시민참여단 중 471명이 참석했다. 2박3일 합숙토론회는 총론 토의, 원전 관련 안전성, 경제성 토의, 종합토의로 구성했으며, 각 세션은 찬,반 양측 전문가 발표와 조별 분임토의, 질의응답의 순으로 진행했다.

◆시민참여형조사의 설계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는 스탠포드대학교 피시킨교수가 창안한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와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형’ 공론화의 새로운 모형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다.

첫째, 공론조사의 1차적인 목적이 공론의 확인이라면 시민참여형조사의 최종적인 목적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적 의사 결정이다. 둘째, 통상적인 공론화사는 시민의 토의과정에 상당부분 의존하지만 시민참여형조사에서는 전문가의 참여와 공론화 주제에 대한 사전 학습과정의 비중도 중요하다. 셋째, 시민참여형조사에서는 공론화 과정 이후의 정책결정에 대한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절차의 토명성과 결과의 사화적 수용성을 옾여야 한다.

따라서 시민참여형조사는 통상적인 공론조사에 비해 참여자의 규모가 크고 응답자의 대표성과 공론화 과정의 숙의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민참여형조사 과정을 공론화 모형 관점에서 정리하면 그림2와 같다.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의 대표성은 시민참여단의 모집단계와 공론화를 위한 종합토론 참여단계 등의 두 단계에서 모두 중요한 요건이다. 시민참여단의 모집단계에서는 1차 조사의 대상자를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전국의 성인 인구비율에 맞추어 층화비례확률추출법을 이용하여 20,006명을 모집했다.

특히 응답자 추출을 위한 모집단의 표집틀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하였고 최초 시도로 전화 접촉이 되지 않는 응답자에게 최대 14회까지 재접촉을 시도하여 일반적인 전화조사 응답률의 2.5배 수준인 50.1%의 응답률을 확보하였다.

공론화 과정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참여 단계에서도 최초 선발된 500명의 시민참여단 중에서 합숙토론의 오리엔테이션에 478명이 참석하고, 종합토론회에는 471명이 참석하여 90% 이상의 참석률을 기록하였다. 일반적인 공론조사 참석률이 7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의 참석률이 무척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시민참여형조사의 숙의성과 숙의효과 이미 언론을 통하여 보도된 바와 같이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는 공론화 과정 이전에 실시한 1차조사에서는 건설중단 27.6%, 건설재개 36.6%, 유보 35.8%로 다수 의견이 찬성, 반대, 유보 의견으로 분산된 결과를 보여줬다.

반면에 사전 학습과 공론화 과정에 모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최종 4차조사에서는 건설중단 의견이 40.5%, 건설재개 의견이 59.5%로 집계되어 건설재개 의견이 6대 4의 비율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단의 숙의 전과 후의 의견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조사의 숙의과정을 거치면서 58.6%는 의견의 변화가 없었지만 41.4%는 공론화 이전과 공론화 이후에 의견의 변화를 보였다. 둘째, 여성 참여자의 경우 태도변화의 비율이 48.7%로 남자 참여자(33.9%) 보다 높았고, 20대 참여자의 경우 공론화 이후에 과반수 이상(51.5%)이 공론화 과정의 영향으로 선택이 달라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셋째, 이념성향을 보면 보수적인 참여자의 경우 공론화 이후 태도변화 비율이 20%로 낮은 편이지만 진보와 중도성향의 참여자는 각각 43.3%와 46.8%의 참여자가 공론화 과정에서 태도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신고리 5ㆍ6호기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판단을 유보한 사람이 공론화 이전에는 161명이었지만 공론화 이후에는15명으로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시민참여형조사의 숙의과정에서 사전 정보와 찬반 양측의 전문가 토론을 기반으로 조별 토의과정을 거치면서 판단유보에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결정한 시민참여단이 95.6%(161명 중 154명)이나 됐다.

더욱 주목되는 결과는 건설 중단에서 건설 재개로, 건설 재개에서 건설 중단으로 찬성, 반대의 입장을 상반되게 선회한 시민참여단도 96명이나 됐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공론화 과정을 거친 시민참여형조사는 건설 재개 응답이 건설 중단 응답보다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게 나타나,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할 수 있었다.

◆신고리 공론화 조사의 사회적 수용성
시민참여형조사의 성패는 공론화조사의 절차와 과정의 적정성과 투명성뿐만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도출된 결과에 대하여 시민참여단, 이해당사자 그리고 일반 시민이 공론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관련이 있는 사회적 수용성이 관건이다.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에 직접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90% 이상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결과가 나와도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공론화 결과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수용성이 매우 높았던 이유는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과정이 공정하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90.4%가 공론화 전반이 공정하였다고 평가하였고 종합토론회의 사회자가 공정하였다는 응답은 93.7%, 분임토의 진행자인 모더레이터가 공정하였다는 응답은 97.7%에 달했다는 점도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이다.

시민참여형 공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시민의 공론화 결과에 대한 수용성은 어떠할까? 한국리서치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공동으로 2017년 1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 공론조사의 결과에 동의한다는 응답(63.6%)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6.4%)에 비해 27.2% 높았다.

시민참여형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실시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재개 입장과 건설중단 입장이 오차범위 안에서 대등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수의 시민이 신고리 5?6호기 시민참여형조사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여부를 둘러싼 의제는 갈등이 매우 첨예했지만 공론화를 거치면서 갈등이 완화되고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여론이 수렴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고리 5ㆍ6호기 시민참여형조사는 우리 사회의 숙의민주주의 및 시민참여를 통한 정책형성과정 측면에서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한국원자력신문  knp@knpnews.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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