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학계-연구진, ‘文정부 脫원전 마이웨이’ 꼬집어
원전가동률 미회복 시 전기요금인상 압박 불 보듯 뻔해

“원자력발전 정책과 관련해서 법적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과학적 검증없이 ‘원자력은 무조건 위험한 악(惡)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무조건 선(善)’으로 규정한 현 정부의 ‘탈(脫)원전’은 전력수급 문제와 전기료 상승 및 온실가스 감축, 아울러 관련 산업계의 붕괴 등 우려했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 및 연구진이 지난해 연말 날치기로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을 꼬집고 나섰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태양열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8차 계획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김무성·윤상직 의원실과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윤상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가 각각 토론을 펼쳤다.

김무성 의원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개회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원전 강국이며, 정부의 잘못된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전은 지난해 4분기에 1294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는데 분기별 적자로는 2013년 이후 4년 반 만의 일이다. 이는 값싸고 친환경적인 원전 24기 가운데 10기를 세워놓으면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늘린 결과 전력 생산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저렴한 친환경적인 원전을 외면하고 다른 발전소를 가동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혈세낭비이자 국민에게 전기료 폭탄을 던지는 바보짓이다. 국민이 값싼 전기를 사용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원전이 일류 수출상품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바람직한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신재생에너지를 위해 ‘경제성장’과 ‘통일준비’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불확실한 ‘미래 기술’과 검증된 ‘현재 기술’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4년 11월 수요감축 지시 도입 이후 2016년까지 총 3회 발령됐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2월 까지 총 12회나 발령됐다”며 “이는 전력수급 불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 원전전가동률이 2015년 86%에서 2017년 11월 76%, 올해 1월 58%로 지속적인 추락을 기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발전단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상직 의원도 원전가동률 미회복 시 2021년부터 전력수급 불안이 가시화되고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탈원전, 석탄발전축소, 친환경적인 LNG 발전과 신재생 발전 확대는 준비되지 않은 섣부른 정책으로 선의의 역설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따라서 계획예방 정기기간이 늘어지고 있는 원전 10기를 조기 재가동시키고 송전선로 건설차질로 상당기간 완공이 지연될 신규화력 6기(6.3GW)를 대체하기 위해 운용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에 대해 최소한 한차례 10년 운영허가 기간 연장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대규모 태양광,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억제하고 대신 차세대 청정에너지인 핵융합발전 인공태양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수요 예측 등 구체적인 데이터 부재로 검증이 불가하고 세부계획 없는 목표제시만 담겨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정 교수는 예고 없이 민간위원 11명이 추가되고 심층토의가 불가능했던 일정 등 전력정책심의회 운영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하며 “무엇보다 수급계획의 기본방향이 기존의 공급안정성과 사회적비용 및 국민부담 최소화 대신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성에 너무 초점을 맞췄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와 계속운전 금지의 근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등 안보차원의 검토가 필요한 계획제시가 결여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규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국가자산의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병기 한수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발표한 '탈원전의 문제점' PPT자료 중 일부 발췌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신규원전 건설 취소 시 약 1조원 수준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며 “영덕 및 삼척지역의 전원개발 예정구역 지정고시에 따른 재산권 제한에 대해 향후 소송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올 1월~2월(41일) 1일 최대전력이 지난해 동계 최대전력 전망치인 85.2GW를 초과하는 날이 13일에 달했다”며 “이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최대전력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로 늘린다고 하는데, 8차 계획에는 재생에너지 송전선로 연계, 백업설비, 계통신뢰도 유지비용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기 한수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발표한 '탈원전의 문제점' PPT자료 중 일부 발췌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안정과 경제적 측면의 손실을 감수하는 계획이라며, 미래전원으로 특정한 발전원만 선택하는 것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노 연구위원은 “신재생은 가격변동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으나 공급안정성이 제로에 가깝고 가스는 공급 안정성과 가격변동성이 취약한 에너지원”이라며 “8차 계획은 이전 계획에 비해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계획안은 신규설비 건설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에너지전환 로드맵의 내용 외에 전력수요가 예상 보다 증가할 경우와 신재생 전원이 계획과 같이 확충되지 않을시 다른 전원이 대체할 수 있는 검토가 결여돼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2016년 대비 3배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어려운 목표라고 지적했다.

온기온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온실가스 문제' PPT자료 중 일부 발췌

온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방점이 ‘경제발전→환경급전→안전급전’으로 바뀌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원믹스 정책의 일관성이 깨졌다”며 “원전 감소분을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LNG 비중이 확대될수록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PM) 감출을 위해서도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정책연대ㆍ지역주민 등 217명 ‘최소행정소송’ 접수
한편 지난달 31일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등 한전원자력연료노동조합, 한국전력기술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노동조합, 한국원자력환경공단노동조합, 원자력살라기국민연대, 원자력바로알기운동본부, 환경운동실천협의회 등 원자력산업 노동계, 학계, 사회ㆍ시민단체가 뜻을 모은 ‘원자력정책연대’는 서울행정법원에 산업통상자원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 행정소송’ 관련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원자력정책연대 외에 환경ㆍ시민단체, 공기업 노동조합, 지역 주민 등 총 217명이 원고인단으로 참여했다.

원자력정책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기 한수원노조 위원장은 “전력수급계획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철학과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계획(8차 전기본)은 내용과 절차 모두 위법”이라며 “8차 수급계획은 행정계획이 아니라 한수원 임직원과 하청업체, 지역주민에 직접적인 권리 침해를 초래한 정부의 권력적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에 원자력정책연대는 이번 소장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안정성이라는 공익만을 강조하다가 환경성이라는 공익을 무시한 잘못된 계획으로, 원전 비중을 축소하고 LNG발전(화석연료)을 증가시킨 것은 환경성이라는 공익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11년 가동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약 7000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설비개선 작업을 한 월성 1호기 가동중단 지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며, 원전 사업자의 재산권 포기를 강요하는 것으로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한울 3ㆍ4호기의 경우 이미 ▲종합설계비용 ▲환경영향평가용역비용 ▲부대설비 비용 등으로 2017년 11월말 기준 1628억 원을 지출됐으며, 천지 1ㆍ2호기도 부지매입비 541억 원 등 890억 원을 지출한 상태이다.

이에 그는 “신규원전 건설을 백지화할 경우 원전 4기에 대한 매몰비용으로만 2539억 원이라는 큰 손실을 입게 됨은 물론 지역상생합의금, 신한울 3ㆍ4호기 원전 주기기 사전제작 비용(약 3500억 원) 등을 고려할 시에는 손해액이 더 늘어나게 된다”면서 “이는 원전사업자의 매몰비용 발생 측면에서 기업의 재산권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것이므로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원자력정책연대는 소장을 통해 에너지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치지 않고 탈(脫)원전으로 에너지정책 전환은 물론 전기사업법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절차에 나오는 공청회를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공청회가 성립되지 않는 등 정부가 위법하게 확정 공고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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