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핵심부처 장관 면담 ‘비전2030’ 사업 등 양국간 파트너십 확대 논의
원전프로젝트 1단계, 올해 연말 최종사업자 선정…2027년 상업운전 계획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부처 장관들과 잇따라 만나 원자력발전 수출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사우디를 방문한 백 장관은 오는 4월 예정된 사우디의 원전사업 예비사업자 선정에 대비 ‘한국형 원전’ 우수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수주를 위한 총력 지원에 나섰다. 아울러 사우디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비전2030 협력사업의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한 협력 강화도 이끌었다.

2016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전략 ‘비전-2030(Vision2030)’를 통해 2030년까지 자국의 석유ㆍ가스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비(非)에너지산업의 국가경제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화 수준을 제고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사우디는 석유의존도를 축소하고 담수화 시설 확장을 위해 향후 25년간 8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16기 이상의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또 2040년까지 약 17GW의 원전 설비용량을 확보해 전력생산의 15%를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의 원전 프로젝트는 총 3단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며, 1ㆍ2단계는 원전 건설, 3단계는 사우디 내 우라늄 채광 사업이 핵심이다. 첫 번째 사업으로 설비용량 2~3.2GW급 원자로 2기 건설을 목표로 사우디는 오는 4월경까지 2~3개의 입찰참여대상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또 2018년 말까지 입찰을 진행한 뒤 최종낙찰자를 선정, 계약을 체결해 2019년 착공 및 2027년 상업운전 등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오후 12시 리야드 석유연구센터을 찾은 백 장관은 알팔레(Khalid A. Al-Falih)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면담(사진)을 통해 대형원전 수주를 위한 우리정부의 수출지원 의지를 적극 표명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알팔레 장관은 “한국 원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양국간 협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원전정책과 경쟁력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백 장관은 “그간의 풍부한 원전 건설과 운영경험, 견고한 원전 생태계, 세계최고 수준의 경제성, 국제적으로 입증된 기술적 안전성 등의 원전산업 경쟁력을 토대로 사막 환경에서도 주어진 예산과 공기를 준수하며 성공적으로 UAE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5년 3월부터 ‘한-사우디’간 공동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SMART) 원전 성공적인 건설과 제3국 진출 등 협력방안에 대해 언급한 알팔레 장관은 “스마트 원전 건설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 밝히면서 “원전 전(全)분야에 걸쳐 한국의 지속적 협력과 관심에 사의를 표하고, 그간 석유 등 전통적 에너지 중심의 협력을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비전통적 에너지 협력으로도 지속 확대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알투와즈리(Mohamed Al-Tuwaijri)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 역시 한국 원전산업 경쟁력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알투와이즈 장관은 “사막에서 원전 건설 경험을 토대로 한-아랍에미리트(UAE) 간 사우디 공동진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다른 국가가 가질 수 없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이날 양국은 과거 ‘한-사우디 경제협력’을 통해 양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점에 공감했으며, 특히 한국의 압축성장 경험과 장점(노하우) 공유를 통해 상호협력 확대에 동의했다.

아울러 양국은 올해 안에 제2차 ‘비전 2030 위원회’를 열고 이를 위한 성과사업 발굴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열린 1차 위원회에서 도출된 40개 협력과제의 진행사항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핵심 과제의 경우, 별도 구분해 집중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강대국 치열한 수주戰 예상…美 “원자력협정 완화” 방안 타진中
한편 지난해 연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원자로 공급업체들은 사우디로부터 신규원전 건설참여 의향에 대한 기술정보요구서(RFI, Request for Information)를 요청받았다. 이에 각국은 답변서(proposal)를 제출했으며, 현재 사우디는 제출된 자료를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신규원전 건설 재원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사업 참여기업과 공동으로 조달할 계획이지만 사우디정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밝혀 각국의 원전 수주전(戰)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원전 사업에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로스아톰(ROSATOM)은 2017년 11월 사우디에 기술정보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최초 원전 건설을 위한 입찰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로스아톰은 “이미 10월에는 ROSATOM과 사우디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원(KACARE)간의 원자력 협력프로그램에 서명하는 등 대형원전 외에도 발전 및 담수화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 건설을 위해 상호협력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사우디 수주전(戰)에서 강력한 세일즈를 펼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의 AP1000원자로를 사우디의 신규원전으로 낙찰시키는 조건으로 ‘미-사우디’간의 원자력협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2017년 12월 ‘미국-사우디 원자력협정’의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회의가 백악관에서 진행됐으며, 그에 앞서 11월에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세부 조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완화방안으로 설왕설래가 많다.

실제로 우라늄 채광 계획을 원전프로젝트 3단계 사업으로 삼은 사우디 입장에서 미국이 채광과 더불어 패키지(이란을 견제한 농축 및 재처리 등)를 제시한다면 거절할수 없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국내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사우디 신규원전 수주전(戰)은 강대국들의 정치‧외교적 실리를 내세운 파격적인 세일즈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백 장관의 사우디 방문을 통해 ‘탈(脫)원전’을 기조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국내 원자력계에 대한 불신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원전’에 대한 사우디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정부가 거듭 확인하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들은 “이번에 원전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들과의 면담을 통해 원전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하면서 사우디 원전 예비사업자 선정뿐만 아니라 향후 선정되는 경우 최종 수주 단계까지를 고려한 최고위급 협력채널을 확보한 것 또한 호혜적인 성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동경제전문지 MEED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첫 번째 원전 건설을 위한 최종 후보지로 UAE 및 카타르와의 국경과 인접한 해안지역인 Umm Huwayd 와 Khor Duwihin 등 2곳을 선정했으며, 올 1월부터는 후보지를 대상으로 구조・조성 등에 대한 연구(Characterization study), 환경영향평가(EIA), 최종안정성 분석보고(preliminary safety analysis report, PSRA) 등을 수행할 자문단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