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4월 적용 코앞, 4만여 방사선사 일자리 불안
수십 년 복지부 부여한 업무범위 부정한 법률적 위반행위

“의사 지도하에 방사선사가 수행하는 초음파검사도 의료보험 수가를 인정하라.”

4월부터 적용되는 ‘문재인 케어’ 시행을 앞두고 이해당사자간 충돌이 거세다. 지난 25일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앞, 전국에서 2000여명의 방사선사가 집결했다. 이날 방사선사들은 “정부의 초음파검사 급여 확대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급여가 의사 검사 시에만 적용되면 4만 여명 방사선사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목소릴 높였다.

보건복지부(박능후 장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2017년 8월)의 후속조치로써 오는 4월 1일부터 상복부 초음파 보험 적용 범위를 전면 확대하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행정예고 했다.

간·담낭·담도·비장·췌장의 이상 소견을 확인하는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그간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의심자 및 확진자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보험적용이 됐다. 그러나 이번 급여화 확대로 B형·C형 간염, 담낭질환 등 상복부 질환자 307만 여 명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6∼16만원에서 2∼6만원 수준으로 크게 경감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개정안 내용 중 “상복부 초음파는 검사와 판독의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점을 감안하여 의사가 직접 실시하는 경우에만 보험 적용을 하고 수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해 검사의 질적 수준도 높일 계획”이라고 밝힌 부분이 화근이 된 것.

이날 대한방사선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의사가 직접 시행한 경우만 요양급여 한다’는 복지부의 개정안은 복지부가 부여한 방사선사의 업무범위를 부정하는 법률적 위반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협회는 “이는 결국 복지부가 국가법령에 의한 방사선사 초음파검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그동안 국민의 건강을 위해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방사선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처사”라면서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에도 급여가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재검토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단독으로 수행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행 법령대로 의사의 지도하에 할 때 급여를 적용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방사선사들이 주장과 집단적 반발에 대해 대한초음파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 역시 “국민건강을 도외시하고 불법의료 행위를 양성화 시켜달라는 비도덕적 요구”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초음파검사는 환자의 신체 부위를 직접 검사하면서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질병을 실시간 진단하는 검사다. 초음파검사 시 의사가 검사 부위를 여러 방향과 각도를 보면서 이상 소견을 확인한다. 영상기록만 남기면 검사 부위 중 극히 일부분만 관찰 가능하다. 이에 따라 초음파검사는 영상을 남기는 것보다 실시간 진단이 중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지난 20일 대한초음파의학회는 반박자료를 통해 “초음파검사는 방사선사가 획득한 영상을 사후 판독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달리 의학 지식이 충분한 숙련된 의사, 특히 초음파검사에 익숙한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초음파검사는 간ㆍ담도ㆍ담낭ㆍ췌장ㆍ비장 등 다양한 장기를 동시에 검사하는 행위로 그 해부학적 구조물의 이해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음파의학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있는 ‘방사선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취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근거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방사선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취급의 표현은 초음파기기를 정비하고 운용ㆍ관리하는 업무로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을 지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초음파의학회는 “그럼에도 방사선사들의 초음파검사가 적법하다는 주장은 의학 지식에 바탕을 둔 진단 중요성을 무시한 자의적 해석이며, 불법 의료행위를 양성화해 달라는 요구”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초음파의학회는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검사를 해야 국민의 지불하는 비용이 낭비되지 않는다”면서 “방사선사에게 초음파검사가 허용되면 의사 1명을 고용하고 방사선사 10명에게 검사관리를 시키는 편법으로 공장식 검사가 남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음파의학회의 ‘불법의료행위 양성화’ 주장에 대해 방사선사들이 역공에 나섰다. 현재 전국의 45개 대학의 방사선학과에서는 상복부초음파검사를 비롯한 하복부초음파검사, 심장초음파검사, 혈관초음파검사 등에 대해 정규 전공과목으로 수련하면서 국가고시 이론 및 실기시험에서 전문가로서의 기본적인 자격을 검증받고 있다.

또 1983년 대한방사선사협회 산하에 ‘대한초음파기술학회’가 설립돼 35년간 학술활동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1999년부터 대한방사선사협회 산하 중앙연수원에서는 상복부초음파 검사 관련 전문교육을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2003년부터 대한방사선사협회는 전문방사선사 제도를 시행하면서 연간 120시간에 걸친 교육을 진행한 후 ‘상복부 임상초음파검사’등 각 분야별 시험을 거쳐 자격인증을 실시해오고 있다. 현재 약 2500여명 이상의 방사선사가 상복부초음파 및 일반 초음파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전진희 대한방사선사협회 국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의원급 또는 병원에서 종사중인 초음파 전문방사선사가 계약 해지 또는 업무 변경의 사례도 일어나고 있으며, 학교 학생들 및 학부모들의 우려가 깊어가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만약 방사선사를 배제한 상복부초음파 의료급여정책이 시행된다면 검사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의 초음파 검사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초음파 장비 관리 부실로 인해 국민의 건강에 커다란 위해가 될 수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Diagnostic Ultrasound Technologist(UT, 우리나라 방사선사)는 초음파 장비를 통해 환자로부터 진단적 정보의 영상을 획득해 내는 전문기술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전 국장은 “UT들이 가진 모든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검사 후 의사가 검사 결과에 대한 판독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정지화면 또는 동영상을 저장을 한다”면서 “실제로 미국에서는 방사선과 의사에게 초음파 SCAN을 부탁하면 “그건 UT의 업무이지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는 것이 의사들의 일반적 반응이며, 미국의 의사들은 UT들을 진정한 동반자적 직업군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국장은 “방사선사들의 주장은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단독으로 수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령대로 방사선사는 초음파검사 전문가로서 의사의 지도하에 검사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결코 의사들과 밥그릇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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