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토론 ‘한국사회 에너지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쟁점과 과제’ 열띤 논의
전문가들, 脫원전 로드맵 이후 입법 부재 비판…에너지민주주의(가칭) 제안

“원자력으로 특화된 한수원, 석탄과 LNG발전이 불균등하게 운영 중인 5개 발전사의 현 체제로는 에너지전환이 불가능하다. 이들 6개 공기업을 에너지 MIX를 중심으로 아예 지역별로 재편해야 에너지전환 정책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사회 에너지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를 포함한 에너지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놓고 열띤 논의를 펼쳤다.

이날 토론을 주관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 따르면 석탄화력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으며 탈(脫)원전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목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장기 비전이 부재한 탓에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에너지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보다 중?장기적이고 계획적이며 민주적인 에너지 전환의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에서 김수진 고려대 연구교수는 “정부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발표했지만 신규원전 건설 금지 및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은 물론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 전망제시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담지 못했다”면서 탈원전 선언 후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입법이 부재한 현실을 비판하고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책 규범’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탈핵단체의 입장에서도 원자력산업의 몰락은 적절치 않다. 정부에게 원자력산업계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을 고려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아울러 이 대표는 한수원 재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제안하면서 “지역분권과 에너지자립이라는 측면에 기존 공기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은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더 민주적일 것이라고 가정할 근거가 없다”며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지역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요구했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2000년 이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 기반 시스템(MBS)이 ▲완전 소매 개방이 어렵고 ▲고객의 전환 비용이 매우 높으며 ▲완전경쟁 불가한데다 ▲소수 과점 지배적이기 때문에 장점보다는 약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적 지배구조와 통합적 산업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중소기업과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일정하게 인정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에너지 재벌의 석탄화력을 고스란히 재허용했다”며 “민간 LNG사들은 호황일 때는 초과 수익을 누리고, 불황일 때는 일종의 ‘보호 특혜’를 요청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송 실장은 에너지의 공적 전환을 위한 공기업 재편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에너지믹스를 중심으로 발전공기업을 3~4개로 재편하는 방안은 공공성을 중심적 가치로 두면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력산업의 공공적 구조개편에 대한 입장은 주로 '한전으로의 재통합'을 중심으로 논의 혹은 대립됐는데, 이는 ▲한전과 한수원을 비롯한 에너지기업에 대한 불신의 팽배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 ▲에너지 소유·운영에서의 시민·노동자·지역에서의 참여 등 새로운 구조 모색 ▲에너지 공급과 계통 등 제반 측면에서의 한국적 특성의 반영 ▲에너지 MIX 구현을 위한 전원의 획기적 재편 ▲에너지 전환의 정의로운 요소로서 노동자들의 재배치를 통한 주체 형성 등 제반 요소가 새로이 또한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송 실장은 “'한전으로의 재통합'은 전력산업 전환의 실효성, 이를 위한 비용 등 제반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일 수 있다. 이 방안은 한전과 한수원 및 5개 발전공기업의 수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하여 에너지 전환 비용을 공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 또한 석탄과 원자력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에 해당 기업 혹은 종사자들의 저항이 그나마 적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을 위시한 공기업들은 그 동안 시민사회 및 지역·환경단체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적대적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특히 한전과 발전공기업들이 보다 커지고 힘이 세지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는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기업의 운영 자체가 비민주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MIX와 점진적인 전력산업 지방분권'이라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한 송 실장은 “한전, 한수원, 5개 발전화력 공기업이 분할해 경쟁하고 수익 조정을 하며 시장에 편입돼 결국 완전 민영화를 위해 치닫는 것은 결코 올바르지 않다”면서 “이들 6개 공기업을 에너지 MIX를 중심으로 아예 지역별로 재편하는 방안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석탄화력은 영흥화력이 있는 수도권과 충남에 집중돼 있으며, 원자력은 고리·월성·영광·울진 4개 지역에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백업전원으로서의 LNG 발전을 지역적 특성에 맞게 확대·재배치할 계획을 세우면서 원자력과 석탄 발전과 적절하게 MIX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첫째 경쟁할 필요가 없으며, 둘째 점진적 재편 과정에서 에너지전환 비용을 원자력과 석탄, LNG 가격 조정을 통해 평등하게 분담할 수 있다. 셋째 수익을 자연스럽게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넷째 전력산업의 분권화, 분산형 전원에 맞추어 지역 공기업으로 점차 전환해나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송 실장은 “어차피 한국은 현재 전력계통과 판매가 한전으로 통일돼 있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지역 분권화 및 분산형 전원의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 시민사회·환경단체·지역주민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고려해 ▲수도권과 강원권(한울 원자력 포함) ▲충남과 전라도 ▲경상도 지역(한울 원자력 제외) 등으로 3개 권역으로 분권화하면 각 전원이 골고루 MIX되는 효과와 더불어 향후 전력산업의 지역 분권적 운영, 계통의 원활한 분산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실장은 “또 다른 방안으로 울진·월성·고리·영광 원자력과 석탄, LNG를 고루 MIX해 4개사로 재편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어떠한 방안이든 에너지 전환과 공공성을 중심적 가치로 볼 때 현재의 6개사 경쟁체제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패널리스트, 그리고 참석자들은 “에너지전환은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이후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를 바꾸는 일이다. 에너지민주주의의 결성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민주주의(가칭)’가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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