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지난 3월 ‘…정보회의’ 전문가ㆍ현장의견 적극 수렴
공감-체감-신뢰 3개 키워드 나눠…오는 6월 최종 확정 예정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를 통해 건설공사는 재개됐지만 전반적인 안전기준 강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원안위는 원자력시설의 이용과정에서 방사능 누출로부터 국민과 환경 보호를 최우선의 목표로 원자력 안전규제체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정민)는 경주시 보문단지 내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원안위가 2011년 출범이후 각종 사건 사고 발생시 즉각적인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조치하고 후쿠시마 사고이후 국내외 환경변화를 반영하여 중대사고 관리 등 규제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럼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원자력 안전규제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간의 규제정책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원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강 위원장은 “현재까지 원자력 규제가 공학적 안전성 확인에 주력했다면 앞으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양방향 소통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종합대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가동원전 주기적 안전성평가(PSR, Periodic Safety Review) 제도강화 ▲원전 내진설계기준 재검토 ▲다수기 안전성 평가 규제방안 마련 ▲핵연료주기시설 규제제도 개선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인허가제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안전규제 강화 ▲정보공개 및 소통확대 ▲방사능방재체계 실효적 개선 ▲방사선 건강영향평가 ▲원자력손해배상 제도개선 ▲안전문화 강화 ▲국내 고유기술기준 개발 등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과장은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도록 현장 중심의 규제활동도 대폭 강화할 예정인데, 우선 가동원전에 대해 10년 단위로 진행되는 주기적 안전성(PSR) 평가기준과 평가방법 등을 획기적 개선한 세부지침 고시를 개발해 적용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 증진사항 이행 기한 및 규제기관의 이행 확인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관계법령에 명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손 과장은 “대형 지진 대비 원전 안전정지 유지계통설비의 내진보강을 0.3g(규모 7.0 수준)까지 완료하고 지난해부터 실시한 경주지진 단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진설계기준의 적정성 재검토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까지 지진관측망 200대 구축 및 장기모니터링 체계구축(가칭 원자력시설 안전규제 지진감시센터)과 더불어 “현재 수행중인 중장기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 고유의 지질 및 지진특성과 최근 국외 기술동향을 반영해 국내 여건에 적합한 고유 기술기준을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부지 내 원자로시설의 증가로 인한 부지 전체의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를 통해 정량적인 다수기 중대사고 리스크 및 부지 리스크 평가(SRA)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이에 손 과장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규제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에 우리나라도 다수원전 운전 상황을 고려해 다수기 원전 동시사고 발생가능성 및 PSA 규제방법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오는 2020년부터 원전 시범적용을 통해 규제 적용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증토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손 과장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은 원안법에 따른 발전용원자로의 관계시설로 분류되며, 이에 따라 추가 건설시 운영변경허가 대상으로 주민의견수렴 대상은 아니었지만 향후에는 제도개선을 통해 주민의견 수렴절차에 반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주민보호 강화를 위한 방사능 방재체계를 실효적으로 개선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방사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원전주변 주민에 대한 방사선 건강영향 조사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조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원자력시설 사업자의 안전문화를 방지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독려하기 위한 규제기관의 감동체계 강화 및 IAEA 등 국외 기술기준을 충족하고, 국내 법령체계에 적합한 고유 기술기준도 확립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공청에는 김상선 한양대 특임교수를 좌장으로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과장 ▲박종운 동국대 교수 ▲이희권 강원대 교수 ▲김영석 부경대 교수 ▲정우식 세종대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백원필 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조병옥 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 ▲김인구 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 등이 패널토론에 참석했다.
김영석 부경대 교수는 “지진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비난과 책임을 사업자인 한수원에 쏟아내겠지만, 사실 규제에 실패한 책임은 원안위에 있을 만큼 원안위에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진에 대한 원전부지 안전성 및 내진설계기준 재검토 대책에 대해 그는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면서 “부지 선정 이후에 정밀조사보다 부지선정 이전에 사전조사가 중요한데, 현행 원전부지 절차는 이미 부지를 선정해 놓고 그에 대한 지질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부지가 적합하지 않을 경우 옮길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진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제시된 단층조사, 지진관측망 확대, 국내 고유 기술기준 개발 등과 함께 신뢰성 있는 역사지진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은 “규제기관은 PSR 승인제도 등 최신기술 적용을 통해 추구하는 실제로 실행 가능한 합리적이며, 안전성이 확인되는 최소한의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 부사장은 “사실 산업계가 갖고 있는 제한되고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운용해야 안전성 향상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는 최대 고민”이라면서 “반드시 기회와 비용에 대한 합리적 분석을 통해 규제조치가 강화돼야 바람직할 것이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들간의 협의와 협업을 통해 합리적인 도출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새로운 안전기준을 도입할 때는 그 내용이 명쾌하고 명확해야한다”면서 “월성 1호기 계속운전과 관련해 기술기준 논란에서 경험했듯이 처음으로 기술기준을 마련한 이와 적용(사용)한 이, 또 이를 해석한 이 등 각자(이해하는 관점) 달라 지금은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기술기준이든지, 반드시 충족(이행)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충족여부를 판단할 수단이 없는 기준은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고 제언했다.
원안위는 이번 공청회 이후 대국민 온라인 의견수렴(5월), 2차 공청회(서울, 6월)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오는 6월 말에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