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만에 물러난 장마전선…예상보다 이른 폭염
산업부 “예비전력 1000만kW 수급관리 문제없음”

평균적으로 7월말까지 이어지던 장마가 16일 만에 물러남에 따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전국은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뜨겁다.

22일 서울과 강릉의 낮 기온 37도, 대구 36도, 광주 35도 등으로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 폭염경보가 발효됐지만 체감 온도는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등 냉방 가전제품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여름철 전력피크가 매일 경신되는 등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일 오후 5시경 전력수요가 8808만㎾(예비율 11.2%)로 뛰어 올해 들어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올 여름 들어 벌써 4번째 경신이지만 예비력은 985만㎾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6일 8630만㎾(예비율 11.0%)를 기록해 지난해 여름철 역대 최고치(7월 21일) 8458만㎾(예비율 12.3%)를 넘어서더니 이틀 뒤인 18일 오후 5시에도 순간 전력수요가 8671만㎾(예비율 12.7%)로 올라갔으며, 다음날인 19일에도 8759만㎾(예비율 11.8%)로 오르면서 다시 기록을 깼다.

일찍 시작된 ‘찜통더위’에 예년 같으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단계임에도 오히려 전력당국은 여유롭기까지 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부터 시작된 폭염이 주말을 거쳐 누적되면서 16일 산업체 조업 시작과 함께 8630만kW로 전력수요가 급증했으며, 이후 폭염이 지속하면서 지난주 내내 높은 전력수요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12일 한울 2호기 불시정지와 전력수요 급증으로 16일 예비력이 일시적으로 1000만kW을 밑돌며, 945만kW를 기록했지만 삼척그린 2호기, 북평화력 1호기가 계획대로 정비 완료돼 가동됨에 따라 17일부터는 1000만kW 이상의 안정적 예비력을 유지했다”고 산업부는 덧붙였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대 전력수요가 8830만kW(올 여름 최대 예측치)수준까지 상승할 전망이지만 이 경우에도 공급능력 확충으로 전력예비력 1000만kW 이상, 전력예비율 11% 이상으로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전망이다.

이러한 전력예비율은 대형발전기 불시고장 등 돌발상황에도 수급관리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오는 27일 오후부터는 전력수요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8월 2~3째 주에 최대전력 8830만kW를 전망했으며, 원전, 석탄, 가스 등 발전기(5기)와 송변전설비 보강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면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약 250만kW 이상의 공급능력이 추가 확충되어 8월에도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폭염과 발전기 불시고장 등 만일의 비상상황에 대비해 산업부와 전력그룹사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전력수급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21일 한울 2호기 현장을 찾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 전력피크 대비 ‘계획예방정비’ 기간 조정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은 불볕더위로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안전운영대책’을 세우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5월 18일부터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20일 발전을 재개한 한울 4호기와 지난 12일 불시정지 돼 복구 작업이 한창인 한울 2호기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날 정 사장은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원전 안전운영이 절실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차질 없는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수원은 올해 전력수급 대책기간(7월 9일~9월 14일)에는 본사 본부장들을 원전본부 별로 책임 담당제로 배정해 현장 밀착형 지원·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현장의 현안 해결에 집중토록 했다.

정비원전은 적절한 시기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규제현안에 대한 종합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본사 중심의 TFT를 운영할 예정이다. 더불어 규제요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지원 전문가 풀(pool)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또 한수원은 현재 정지중인 한빛 3호기, 한울 2호기 등 2개 호기를 전력피크 기간(8월 2~3째 주)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 등 2개 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는 전력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키로 했으며, 이를 통해 전력피크 기간 내 총 5개 호기, 500만kW의 추가 전력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외에도 한수원은 전력수급 대책기간 중 본사 및 원전본부에 24시간 전력수급대책 상황실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전력수급 상황에 즉각 대처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운영예비력 규모에 따라 5단계로 비상발령 체계를 구분하고 단계별로 대응인력 동원 및 전력소비 절감조치를 시행한다. 또 발전소 별로 과거 수년간 여름철에 발생한 설비고장 이력을 사전에 분석, 과도상태나 발전정지를 유발했던 중요 설비에 대한 집중관리를 시행하고 점검주기를 단축하는 등 고장 발생요인을 사전에 제거한다.

본사 처장급을 중심으로 발전·정비·안전·엔지니어링·내진기술 등 분야별 전문가로 점검단을 구성해 오는 24일부터 31일까지 원전 현장에 순차적으로 파견, 원전본부 전체를 점검할 예정이다. 점검단은 주요 시험 및 작업에 입회하고 정비 작업 착수 전 사전점검 회의 및 현장 작업참관을 수행해 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임으로써 인적 오류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또 발전소 현장의 불편사항을 파악해 본사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즉각 수립, 이행할 예정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국민들이 편안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전력수급 대책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9월까지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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