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주년 특별인터뷰] 존 켈리(John E. Kelly) 미국원자력학회(ANS) 회장
한국형원전, 'NRC 설계인증' 통과해야 사우디戰 유리…한미 컨소시엄 플랜B

“UAE 바라카원전의 성공적인 건설을 토대로 해외시장에서 ‘한국형 원전’의 수출을 적극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강력히 추진 중이라는 사실은 상당한 모순이다.”

지난 12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2018 국제 원자력안전 및 해체산업 육성 포럼(International Nuclear Safety & Decommissioning Industry Forum 2018)’에 참석한 존 켈리(John E. Kellyㆍ사진) 미국원자력학회(ANS)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존 켈리 회장은 “한국의 탈원전은 해외에서 신규원전 건설을 수주하기 위한 자국 기업들의 노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발주국들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국가로부터 왜 원전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 의아해 할 것”이라면서 “(미국으로부터 출발된 기술)40년간 한국의 원자력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안정적이며 경제적이고 효율이 높은 원자력발전을 건설하는 능력은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9년 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한데 이어 최근 1400MW급 2기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원전건설 예비사업자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거두는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존 회장은 “사우디 신규원전 건설 예비사업자에 한국이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수주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결국 세계적으로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입증하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APR1400의 표준설계인증(DC) 취득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존 회장은 “1979년 TMI원전 사고 이후 미국의 원자력산업이 위축된 것으로 비춰지지만 사실은 신규원전이 건설되지 않아 대형의 기기제작사(웨스팅하우스, 벡텔)의 사업이 축소됐을 뿐 100기의 원자력발전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관련 기자재업체와 전문엔지니어들은 유지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한국은 신규원전 건설은 물론 30~40년 운영된 원전을 노후원전으로 취급하며, 계속운전하지 않고 폐쇄하기로 결정했는데 경제적 논리에 맞지 않는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존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식 미국의 에너지 우위 시대’ 선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27일 에너지부(DOE)가 주관한 ‘미국 에너지 촉진(Unleashing American Energy)’ 행사에서 “에너지 독립에서 더 나아가 미국산 에너지 우위(American energy dominance)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고 있는 ‘에너지 우위’란 에너지를 경제 무기로 사용코자 하는 외세의 지정학적 위협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나아가 전 세계로의 에너지 수출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과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은 청정하고, 재생 가능하며,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라고 언급하면서 원자력을 다시 활성화하고 확장해 나가기 위해 미국의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존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에너지 우위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원자력의 진흥과 확대를 포트폴리오로 삼았으며, 사우디의 신규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이 이끄는 리더십에 원자력이 중요한 역할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자력산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신규건설예정인 원자력발전소의 예비사업자(short list) 선정을 두고 각국에서 제출한 입찰정보요청서(RFI) 등을 토대로 원전건설 역량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한국(한국전력공사)은 현재 사우디와 환경이 유사한 UAE에서 한국형 원전을 성공적으로 짓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 역시 장점은 있다. 미국은 사우디가 미국 원자력 업체에 발주할 경우 원자력 협정 요건을 완화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중동지역에서 정치ㆍ군사적 우위를 선점하고 싶은 사우디 입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러시아의 경우도 사우디는 미국의 통제 없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으며, 중국의 낮은 가격 경쟁력과 프랑스의 해외 원전 다수호기 건설 경험 등이 사우디 입장에서 저울질 할만하다.

존 회장은 “만약 한국이 원자력산업에서 철수하면 오직 러시아와 중국만 새 원전 건설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 남게 되는데, 이는 트럼부 행정부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UAE원전 건설 입찰에서 한국이 최종 수주했지만 MMIS, RCP 등 웨스팅하우스(미국)의 기자재가 납품된 경험을 되살려 향후 사우디 입찰에서 ‘한미 컨소시엄’을 이루는 것도 플랜B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존 회장은 수년 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987년 네바다 주의 유카마운틴을 미국의 유일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후보 부지로 규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유카마운틴 처분장 건설 프로젝트는 교착상태에 빠졌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사업을 다시 재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존 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에너지부(DOE)가 유카마운틴 프로젝트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지역주민들과 법적공방이 이어졌지만 법원은 상업용 원전에서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서 “계속적으로 저장(continued storage rule)”해도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NRC의 주장은 합당하다는 판결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원의 직무 강제집행 판결에 따라 NRC는 안전성 평가보고서와 보충적 환경영향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행하는 등 인허가 관련 업무를 재개했다”면서 “특히 인허가 업무를 다시 시작함에 따라 남아 있던 인허가 예산도 다시 집행돼야하는데, 과연 미국 의회가 유카마운틴 프로젝트가 재개될 수 있도록 예산을 승인해 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31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웹페이지를 통해 “한국형 신형경수로 원전인 ‘APR1400’의 표준설계가 설계인증 본 심사 6단계 중 4단계를 계획된 일정대로 완수했다”고 공표했다. NRC 본 심사는 42개월 일정을 준수하며, APR1400의 4단계 통과는 프랑스와 일본 등 원전 선진국보다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에 따르면 설계인증(Design Certification)이란 미국 NRC가 원전의 표준설계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하여 인증해 주는 제도로, APR1400의 2014년 12월 23일 약 1만1000쪽에 달하는 인허가 문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51종의 기술문서 등의 방대한 신청문서를 NRC에 제출했다.

NRC 설계인증은 APR1400 국산 신형경수로의 고유안전성이 미국 NRC의 최신 안전요건을 모두 충족되었다고 평가될 때 발행되며, 따라서 설계인증을 취득한다면 미국 내 어디에도 건설이 가능한 원전설계를 구현한 것으로 미국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NRC 표준설계 인증 심사단계는 ▲최신 구조/내진 설계기준을 반영한 설계 ▲고에너지배관 파단 분석 ▲핵연료집합체 내진성능 시험/해석 등 주요 장기심사 항목에 대한 NRC 기술진에 의한 심사와 외부의 독립된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자문위원회(ACRS)로 이뤄진다.

NRC는 “이번 4단계 심사 통과가 의미하는 것은 APR1400에 대한 총 2225건의 장기심사항목이 해결돼 안전성 평가가 모두 종료됐다는 것”이라면서 “현재 4단계 심사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최종안전성평가보고서를 작성해 10월 표준설계인가(SDA Standard Design Approval)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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