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주년 특별기획]한수원, 원전 핵심설비 예측진단용 빅데이터 구축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그간 저성장, 불평등, 지속가능성 등 경제 위기 문제를 다루어온 다보스포럼에서 과학 기술 분야가 의제로 꼽힌 것은 포럼 창립 이래 최초였다.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이자 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자신의 책 「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전의 산업혁명은 ▲제1차 산업혁명(1760~1840년)=철도·증기기관의 발명 이후의 기계에 의한 생산 ▲제2차 산업혁명(19세기 말~20세기 초)=전기와 생산 조립라인 등 대량 생산체계 구축 ▲제3차 산업혁명=반도체와 메인프레임 컴퓨팅(1960년대), PC(1970~1980년대), 인터넷(1990년대)의 발달을 통한 정보 기술 시대로 정리된다.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Hyper-Connected)과 초지능화(Hyper-Intelligent)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이 상호 연결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으로 보다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10개의 선도 기술을 제시했는데, 물리학 기술로는 무인운송수단·3D프린팅·첨단 로봇공학·신소재 등 4개, 디지털 기술로는 사물인터넷·블록체인·공유경제 등 3개, 생물학 기술로는 유전공학·합성생물학·바이오프린팅 등 3개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봤다.

사물인터넷(IoT)은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물(제품, 서비스, 장소)와 인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있고, 이러한 환경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산업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또 이에 인공지능(AI)이 더해지며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제조업 현장에 적용되면 사이버물리시스템(CPS·Cyber-Physical System)으로 운영되며, 생산성이 극대화된 ‘스마트 공장’이 만들어진다. CPS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상의 가상세계와 현실의 다양한 물리, 화학 및 기계공학적 시스템을 치밀하게 결합시킨 시스템이다. 이러한 체계가 적용된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는 자체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원자력을 비롯한 전력산업계의 혁신 전략도 이러한 문명의 변화 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 지난 6월 1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주관으로 열린 ‘제195차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인류에게 에너지는 필수적이고 안타깝게도 에너지산업에 기적은 없다”면서 “석탄, 가스 에너지는 엄청난 미세먼지를 뿜어내며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태양광과 풍력도 기대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태양광과 풍력이 우리나라가 소모하는 에너지의 70%를 담당하게 하려면 우리는 엄청난 소음 공해와 산림 황폐화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국가도 아직 성공한 사례가 없다”면서 “국민 모두가 공감할 만큼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이에 대한 신뢰가 축적된다면 현재 인류가 확보한 기술 중에 원자력발전만큼 현실성 있는 대안은 없다. 어쩌면 이것이 진실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는 3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통해 안전에 대한 ‘공통의 트라우마(trauma)’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 사이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문명은 전문가들만의 기술이 아닌 국민들(소비자)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이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로봇?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신기술의 개발이 원자력을 비롯한 전력산업 전 분야에서 한창이다.

최 교수는 “원자력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기적을 일군 나라다. 1978년 처음 원전이 가동된 지 불과 40년 만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그 어렵다는 해외수출까지 이뤄낸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그래서 원자력계는 기술력만 있으면 지금까지 방식대로 해도 문제가 없다고 더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력산업계가 달라진 소비자, 달라진 문명에 따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생존의 길은 어두워질 뿐”이라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원자력산업계도 변화에 발맞춰 모든 분야에서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과 열정으로 기적을 창조한 우리나라의 원자력산업이 전 세계인의 공감과 신뢰를 받을만한 안전성 기술을 확보하면 새로운 시대의 대표 에너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통합감시 및 진단(CMD, Centralized Monitoring & Diagnosis)센터

한편 세계 최초로 원자력발전소 핵심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예측진단용 빅데이터 시스템이 국내 기술로 구축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예측진단용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가동 중인 24기 원자력발전소 핵심설비 1만6000대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 선제적인 정비가 가능해져 고장을 줄이고 원전 안전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측진단은 설비의 상태를 고장 발생전에 감시하고 비교분석, 평가하는 것이다. 예측진단용 빅데이터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 기술을 활용, 기존 24기 발전소별로 분산 운영 중인 감시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연계해 터빈, 고정자냉각수펌프 등의 원전 핵심설비를 통합진단 한다.

한수원은 이 예측진단용 빅데이터 시스템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1월 말부터 대전에 위치한 중앙연구원에 ‘통합 예측진단(CMD, Centralized Monitoring & Diagnosis)센터’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CMD센터는 한수원 직원 가운데 설비진단 자격을 인증하는 세계 최고 국제기관인 미국의 진동 교육ㆍ인증기관(vibration institute)에서 인증받은 국내 최고 예측진단 전문가들이 15명을 투입해 운영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총 400억원이 투입된 이번 사업은 현재 24개 원전 1만6000개 설비의 데이터를 온라인 연계해 자동 예측진단용 빅데이터를 구축 완료한 상태이며, 오는 8월까지 원전의 핵심설비인 터빈-발전기, 고정자냉각수펌프, 충전펌프 등 핵심설비 240대에 대한 자동예측진단 시스템을 우선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0년 5월까지 전체 1만6000대 설비에 대해 무선센서 적용, 3D 가상설비 구현을 통한 고장 분석 등이 추가된 자동 예측진단 확대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세계 최초로 이 시스템을 구축 완료함으로써 해외 원전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수원은 “GE사가 수많은 항공기 엔진 정보를 빅데이터로 받아 결함을 진단하는 것처럼 전체 원전 설비를 온라인으로 연계하게 되면 동일한 설비의 진단 데이터 비교를 통해 설비 결함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된 것”이라면서 “UAE 등 해외 원전에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하여 자동 예측진단 기술을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특허보다는 저작권을 갖고 있는 상태로 자동 예측진단 기술과 관련된 다수의 특허를 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수원은 원전의 기기 고장 징후 조기 감지 및 선제 조치를 통해 발전소 운영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부터 조기경보시스템 및 예측진단시스템 기술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 중 조기경보시스템은 2016년 8월에 본사 종합상황실에 구축 완료했으며, 예측진단시스템은 추가 데이터 온라인 연계를 위한 정보 보안성 문제 해결, 4차 산업기술 접목 등으로 내용을 보완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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